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Jean-Pierre Dardenne
뤽 다르덴 Luc Dardenne

주연
아르타 도브로시....로나
Arta Dobroshi....Lorna
제레미 레니에....클로디 모로
Jérémie Renier....Claudy Moreau
파브리지오 롱지오네....파비오
Fabrizio Rongione....Fabio
알반 우카이....소콜
Alban Ukaj....Sokol
모르강 마린.....스피루
Morgan Marinne....Spirou
올리비에 고르메....형사
Olivier Gourmet....L'inspecteur
안톤 야코플레프....안드레이
Anton Yakovlev....Andrei

로나

다르덴 형제의 아트하우스 영화 [로나의 침묵]은 스토리만 따진다면 무척 장르적입니다. 거의 할리우드 B 무비에 이식해도 될 정도죠. 말재주를 조금 부려 이 영화를 자연주의 느와르라고 불러도 아주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로나라는 알바니아 여성이 있습니다. 벨기에에서 세탁소 직원으로 일하면서 남자친구 소콜과 함께 작은 식당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이죠. 하지만 이 사람은 이미 유부녀입니다. 벨기에 국적을 얻기 위해 클로디라는 마약 중독자와 위장결혼한 사이죠. 이 결혼은 생각보다 더 심각한 범죄의 일부입니다. 로나와 클로디의 결혼은 그냥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에요. 로나 뒤에는 위장결혼을 전문으로 하는 범죄조직이 있습니다. 로나 역시 벨기에 국적을 취득하면 다시 독신이 되어 벨기에 국적을 얻으려는 러시아 남자와 결혼해야 해요. 게다가 이들은 로나를 독신으로 만들기 위해 이혼을 기다려줄 생각도 없습니다. 그들이 클로디를 선택한 건 마약중독자라 사고로 위장해 죽이기 쉽기 때문이죠.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긴박감 넘치는 영화가 될 수 있는 소재지만 다르덴 형제는 언제나처럼 대상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냉정하고 건조하게 이 사건을 바라봅니다. 의도적으로 서스펜스를 강화할 생각도 없는 것 같고 로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평등하게 다루어집니다. 그 때문에 아주 결정적인 장면들을 놓쳐 당황하는 관객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접근법은 장르에 예상 외로 잘 들어맞습니다. 극도로 일상적인 화면 속에서 일상적인 어조로 살인과 사기의 음모가 전개되다보니 그 음모의 어두움이 더 잘 드러날 뿐만 아니라 장르물로서 더 쿨해보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들에게 불필요한 감정 이입을 자제하다보니 오히려 그들에 대한 동정심이 더 커지기도 하고요. 게다가 영화적 주석이 없는 이런 건조함 때문에 고전적인 서스펜스가 강화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가 그렇습니다. 적절한 상황이 주어지고 그것을 정확히 그려내기만 하면 긴박한 음악이나 편집 따위는 필요가 없을 수도 있더군요.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부수적입니다. 다르덴 형제는 어쩌다보니 장르 세계에 들어왔을 뿐이고 장르물을 만들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그들이 고른 위장결혼과 관련된 범죄 아이디어도 직접 들은 실화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 역시 그들이 속해 있는 유럽 사회 현실의 일부인 것입니다.

영화의 드라마는 비교적 개인적입니다. 사회 비판보다는 개인의 도덕적 딜레마가 더 중요하지요. 어떻게 보면 이 범죄 이야기는 로나의 도덕적 성숙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로나는 클로디를 죽이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습니다. 살인에 가담하는 건 조금 불편하지만 적극적으로 그 음모에서 빠져나올 생각은 없지요. 하지만 마약 중독에서 빠져나오려는 클로디를 도우면서 점점 그 범죄를 피해가려 하죠.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로나의 이야기는 단순한 선택을 떠나 적극적인 속죄의 이야기로 발전합니다. 단지 다르덴 형제의 태도가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로나의 이야기는 도덕극보다는 도덕적 선택이라는 행위에 대한 객관적 관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의도된 건조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시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런 아름다움을 유발하는 섬세한 부조리함을 교묘하게 감추어 놓고 있지요. 하드보일드 소설을 연상시키는 냉정한 이야기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 속에서도 로나의 이야기는 놀랄만큼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특히 결말은 거의 완벽해요. (09/05/26)

DJUNA

기타등등

아르타 도브로시는 이 역을 맡기 전엔 프랑스어를 거의 몰랐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