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야누스 카민스키 Janusz Kaminski

주연
위노나 라이더....마야 라킨
Winona Ryder....Maya Larkin
벤 채플린....피터 켈슨
Ben Chaplin....Peter Kelson
필립 베이커 홀....제임스
Philip Baker Hall....James
브라이언 레디....프랭크 신부
Brian Reddy....Father Frank
존 허트....라로 신부
John Hurt....Father Lareaux
엘라이어스 코티스....존 타운센드
Elias Koteas....John Townsend
사라 윈터....클레어 반 오웬
Sarah Wynter....Claire Van Owen
존 비슬리....마이크 스미시
John Beasley....Mike Smythe
빅터 슬레작....토마스 신부
Victor Slezak....Father Thomas
존 딜....헨리 버드슨
John Diehl....Henry Birdson
브래드 그린퀴스트....조지 비즈닉
Brad Greenquist....George Viznik
W. 얼 브라운....윌리엄 켈슨
W. Earl Brown....William Kelson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야

[엑소시즘]은 작년에 나온 영화들 중 가장 처참한 악평을 받았던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하긴 나올 때부터 수상쩍었지요. 공식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졌으면서 이유없이 몇 달씩 개봉 일자가 늦추어진 영화라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믿어도 됩니다.

그렇게 형편없었을까요? 분명한 건 하나 있습니다. 절대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기대할 영화는 아니라는 거죠.

[엑소시즘]의 가장 큰 실수는 이미 소재가 바닥이 난 악마주의/종말론 영화에서 뭔가 더 파낼 수 있다고 믿었던 데 있습니다. [엑소시즘]의 스토리 중 신선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미 다 어디서 본 것들이죠.

[엑소시즘]의 줄거리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2000년을 맞아 안티 크리스트가 다시 지상에 부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표적이 되는 사람은 피터 켈슨이라고 하는 범죄 논픽션 작가입니다. 33살 생일이 되면 악마가 그의 몸에 들어가 안티 크리스트가 될 예정이죠.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은 마야 라킨이라는 성당 교사와 공식상 끼어들 수밖에 없는 일단의 카톨릭 사제들입니다. 당연히 666이라는 숫자도 새로 변장을 하고 영화 속에 끼어들죠.

아까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라고 했지만 적어도 이 영화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액션 영화와 오컬트 사이를 방황했던 [엔드 오브 데이즈]보다는 낫습니다. 적어도 장르의 일관성은 지키고 있지요. 진부한 소재긴 해도 꽤 괜찮은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마야 라킨이나 피터 켈슨에게 닥친 상황은 그럴싸한 드라마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자신의 삶이 모두 조작되었고 자신이 곧 악마가 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렸을 때 부모가 무참하게 살해된 뒤로 악마와 종말론에 집착하게 된 젊은 여자를 생각해보세요. 둘 다 꽤 극적인 상황에 선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각본은 이들에게 가능성 탐구의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공식적인 악마 이야기로 영화를 끌어가려고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이 스토리가 막혀 있다는 것이죠. 사실 [엔드 오브 데이즈]보다 더 막혀 있습니다. 피터 켈슨이 아무리 고뇌를 한다고 해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입니다. 그도 알고 마야도 알고 수도 없이 등장하는 신부들도 알고 있지요. 그렇다면 왜 그렇게 질질 끌면서 해결을 미루는 겁니까? 시간을 끌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요. 덕택에 막판에 가면 싱거운 결말 때문에 픽픽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엑소시즘]은 나쁘기만 한 영화일까요? 그렇다고 하기는 좀 아쉬운 영화입니다. 좋은 점들도 상당히 많거든요. 야누스 카민스키는 시나리오 선택에 약한 구석이 있기는 해도 촬영 감독답게 근사한 이미지를 창출할 줄 압니다. [엑소시즘]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강렬한 영화입니다. 지옥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 탈색된 화면은 스토리와 설정에 완벽하게 들어맞고 그 자체로 굉장히 유혹적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배우들도 좋은 편입니다. 위노나 라이더는 [에일리언 4]와 같은 영화들에서보다 이 영화에 훨씬 잘 어울리고 연기도 잘합니다. 화면 속에서도 참 예쁘게 보이고요. 벤 채플린은 조금 단순해보이긴 하지만 원래 시나리오가 충분한 캐릭터를 주지 못했으니 그 정도면 잘한 편이고요. 채플린의 삼촌으로 나오는 필립 베이커 홀도 흥미로운 조연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약한 각본이 구제되지는 않습니다. 야누스 카민스키에게는 참 운 나쁜 영화였어요. 보통 정도의 각본만 되었어도 카민스키의 감독 데뷔는 훨씬 평탄했을텐데 말입니다. (01/04/27)

DJUNA

기타등등

1.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멕 라이언의 첫 제작 작품입니다.

2. 알프레 우다드가 의사로 나온답니다. 하지만 크레디트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