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신도 카제 Kaze Shindô

주연
오쿠노 미카....치나추
Mika Okuno....Chinatsu
후지무라 치카....쿄코
Chika Fujimura....Kyoko

치나추

치나추와 쿄코는 룸메이트입니다. 치나추는 동성애자고, 쿄코는 스트레이트며, 둘은 그냥 친구 사이입니다. 둘은 작은 마당이 달린 방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둘 다 한심한 정도로 경제 관념이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하는 일이라고는 방에 죽치고 앉아서 빈둥거리다 서로의 사진을 찍거나 바에 죽치고 앉아 노는 것이 전부니까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험난한 세상 밖에서 버틸 수 있었을까요? 아마 일본 특유의 경제 시스템과 관련 있겠지요. 시스템 꼭대기까지 정공법으로 치고 올라가기는 힘들어도, 치나추나 쿄코같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빙빙 돌면서 충분한 생활비를 뽑아낼 수 있는 고임금, 저실업률 시스템 말이에요.

이런 시스템이 치나추와 쿄코라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몸만 자란 아기들입니다. 정서적으로는 극단적일 정도로 미숙하고 책임감도 없지요. 당연히 성인들이 갖추어야 마땅한 깊은 감정 따위는 없습니다.

둘 중 치나추는 그래도 좀 낫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 때문에 고민을 좀 하거든요. 하지만 이 친구도 생각이 짧은 건 마찬가지여서 신세 한탄이라는 게 겨우 '왜 내가 여자인 거지?'에 불과해요. 하느님 맙소사, 이게 과연 21세기를 맞은 지금 동성애 소재 영화를 보면서 제가 들어야 할 대사입니까?

영화의 주된 갈등은 그래도 조금 진지한 감정을 가진 치나추가 쿄코를 사랑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쿄코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순간부터 감정의 경계를 분명히 그었을 겁니다. 하지만 쿄코는 특별히 지금까지 끌어온 그들의 관계에 변화를 줄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치나추를 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책임질 생각도 없습니다. 당연히 치나추는 망가집니다. 심장 없는 사람에게 애정을 고백하는 사람은 늘 이런 식의 피해를 입죠.

[러브/주스]의 기둥 줄거리는 이 두 몸집만 큰 아기들이 서서히 소꿉놀이와 같던 동거 생활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도 둘이 특별히 성장했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그래도 둘 중 하나가 자신의 감정과 현실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었다면 그래도 대단한 발전이죠. 전 그 정도까지 발전할 거라고도 생각 못했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제가 느꼈던 건... 글쎄요. 이게 요새 일본 젊은이들의 초상이라면 저 나라가 참 정 안가는 세대를 키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주인공들에게 공감하는 대신, 자꾸 아줌마/아저씨처럼 '쟤들은 뭘 먹고 사나, 저축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왜 쟤는 당장 경찰에 달려가지 않는 걸까' 따위의 생각만 들더군요. (01/04/20)

DJUNA

기타등등

음악은 정말 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