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잭 콘웨이 Jack Conway

주연
윌리엄 파웰....스티븐 아일랜드
William Powell....Stephen Ireland
머나 로이....수잔 아일랜드
Myrna Loy....Susan Ireland
게일 패트릭....이자벨 킴블 그레이슨
Gail Patrick....Isobel Kimble Grayson
잭 카슨....워드 윌로비
Jack Carson....Ward Willoughby
플로렌스 베이츠....쿠퍼 부인
Florence Bates....Mrs. Cooper
시드니 블랙머....조지 레니
Sidney Blackmer....George Renny
시그 루먼....워더링 박사
Sig Ruman....Doctor Wuthering
블라디미르 소콜로프....데이빗 클러글 박사
Vladimir Sokoloff....Dr. David Klugle
도널드 맥브라이드....핑키 그레이슨
Donald MacBride....Pinky Grayson

스티븐과 수잔

윌리엄 파웰과 머나 로이가 전설적인 할리우드 코미디 콤비가 된 건 유명한 [The Thin Man] 시리즈 덕택이지만, 이들은 이 외에도 수많은 영화에서 콤비로 출연했습니다. 하긴 이들처럼 죽이 잘 맞는 사람들을 찾기도 힘들죠. 일단 대조부터 그럴싸하잖아요. 파웰이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하다면 로이는 날카롭고 쿨하죠. 그러면서도 타이밍과 호흡은 거의 완벽한 수준이고요. 하긴 열 편이 넘는 영화에서 십여년 넘게 일을 해왔다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잭 콘웨이의 [러브 크레이지] 역시 파웰과 로이가 콤비로 출연하는 수많은 코미디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들이 연기한 스티븐과 수잔 아일랜드는 쿨한 맨하탄 커플입니다. 막 깨가 쏟아지는 결혼 4주년에 접어들었고요.

문제는 4주년 결혼식 때 지옥에서 온 장모님인 쿠퍼 부인이 이들 커플을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장모 심부름으로 우편 배달을 나간 스티븐 아일랜드는 그만 같은 아파트에 이사온 옛 애인 이자벨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고... 그 뒤로 아주 일이 틀어져 버립니다. 수많은 오해가 겹친 뒤, 수잔은 스티븐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스티븐은 어떻게든 그 사태를 막아보려고 기를 씁니다. 그의 최후 무기는? 미친 척 행동하며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는 거죠. 하지만 그의 연기는 너무나도 성공적이어서 결국 그는 요양원으로 끌려가고 맙니다.

[러브 크레이지]는 파웰과 로이 콤비를 내세운 영화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파웰입니다. 사실 후반부에 들어서면 로이의 역할이 아주 줄어버려요. 영화의 핵심은 파웰의 캐릭터 스티븐이 로이의 캐릭터 수잔을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미친 짓입니다. 그 절정은 후반부의 여장 연기지요. 파웰은 여장을 완료하기 위해 심지어 애지중지하던 콧수염까지 밀어버립니다.

[러브 크레이지]는 결코 고상한 영화가 아닙니다. 당시 스크루볼 코미디 고전들은 어처구니없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상표처럼 내세웠지만 나름대로 품격이라고 할만한 걸 지니고 있었죠. [러브 크레이지]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이 영화에 사용되는 농담 중 상당수는 [SNL]나 [개그 콘서트]같은 노골적인 코미디쇼에서 그대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뻔뻔스러운 슬랩스틱과 싼 농담들이 많아요. 볼 때는 신나게 봤지만 나중에 나와서 보면 기억에 남는 농담들이 별로 없는 걸 보면 대사들도 비교적 무개성적인 듯 하고요.

그러나 스토리는 빠르고, 한참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파웰과 로이 콤비의 연기를 보는 건 즐겁습니다. 고상한 이야기가 아니라지만 그 저질 농담들은 그렇게까지 세월의 상처를 입은 것 같지 않군요. 하긴 카펫과 함께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람들처럼 원초적인 농담은 쉽게 나이를 안 먹죠. (03/03/05)

DJUNA

기타등등

근데, 스티븐이 하는 짓을 보면 자기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정상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