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명세

주연
강동원....민우
이연희....미미
공효진....은혜

미미와 민우

[M]에서 이명세는 갈 데 까지 갔습니다. [형사]보다 조금 더 나갔죠. 이제 분명한 내러티브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현란한 시청각 폭력으로 구성되는 철저하게 주관적인 꿈이죠.

그래도 이야기는 있습니다. 주인공 민우는 29살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출판사 사장 딸과 약혼 중입니다. 그런 민우의 뒤를 쫓는 스토커가 있는데, 그게 바로 미미라는 젊은 여자죠. 건망증은 심해지고 짜증은 몰려오고 세상 전체가 부조리로 붕괴되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민우는 과거의 기억들로 구성된 미로 속으로 빠져듭니다.

[M]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보통 영화에서 기대하는 일관성은 없습니다. 정상적인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영화 속의 사건들이 마치 일련의 물리법칙에 의해 자동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M]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습니다. 각 시퀀스, 아니 각 신마다 흐름이 고의로 파괴되어 있거든요. 심지어 하나의 컷 안에서도 흐름이 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주 작은 사건의 단위들이 모자이크나 콜라주처럼 연결되어 흐름이 있는 정상적인 이야기를 흉내내는 것이죠.

영화의 꿈의 논리는 [형사]보다 비교적 잘 짜여져 있습니다. 이명세의 의도가 무엇이건 [형사]의 영화적 흐름은 그냥 꽝이었죠. 하지만 [M]은 비교적 여유있는 태도로 이 분열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고 이 영화의 꿈은 전작보다 훨씬 잘 흘러가며 리듬감도 좋아요. 이 박살난 이야기의 배경을 구성하는 인공적인 배경은 이명세 식으로 아름답고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만큼 강렬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 정겨운 키치의 느낌이 녹아있단 말이죠. 배우들은 대단한 명연을 펼치는 건 아니지만 원래 이런 영화에서 배우들은 감독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말하는 인형들과 같으니까요.

문제는 이야기가 재미 없다는 겁니다. 아까 전 이명세가 내러티브를 완전히 무시하기로 했다고 말했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역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영화는 이명세 영화들 중 가장 이야기 정리가 잘 된 영화이며 그만큼 싱겁기도 합니다. [M]에서 추상적인 꿈을 걷어내면 첫사랑의 기억에 집착하는 남자 이야기의 가장 뻔하고 고루한 예가 나옵니다. 감독의 제안대로 이 이야기를 은혜의 관점에서 재구성한다고 해도 뻔한 건 마찬가지예요.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거창한 미로를 만들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원래 이명세의 영화들은 얄팍한 게 매력이었지만 [M]에서는 아닙니다. 이 정도 이야기로는 좋은 미로를 구성할만큼 높은 담을 만들 수가 없어요. (07/10/16)

DJUNA

기타등등

시놉시스도 주지 않고 선인세로 아파트 한 채 값을 받는 민우는 도대체 무슨 소설을 쓰는 겁니까?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자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기록이 19살이니 회상 장면에서는 이미 작품을 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최근 기록을 무시한다고 해도 21살 당선 기록을 세운 오정희 같은 고참작가도 있는데... 하긴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열심히 습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