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광춘

주연
조인성....강지석
신민아....이희진
박정아....홍성혜
강래연....이유정
김수로....심만호
이미영....희진 모
최규환....박은철
김성훈....준호
최호진....최대리
김호진....박주임
황승현....민철
김진혁....종철

희진과 지석

[퇴마록]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가짜 장르와 캐치프레이즈를 유행시킨 박광춘 감독의 신작 [마들렌]은 전작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퇴마록]이 특수 효과를 잔뜩 쓴 환상적인 액션 영화였다면, [마들렌]은 20대 중반의 두 젊은 연인들을 다룬 사랑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희진과 지석은 중학교 동창 사이입니다. 오래 전에 학교와 직장 때문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들은 어느 비오는 날 희진이 일하는 미용실 앞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둘은 곧 어정쩡한 데이트를 시작하고 이 데이트는 한 달 동안의 계약 연애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장난처럼 시작한 이들의 약속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금씩 심각해집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짐작했겠지만, [마들렌]이라는 제목은 마르셀 프루스트적입니다. 영화에서 마들렌은 깜찍한 팬시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정도의 야심은 품고 있지 않더라도, 잊혀진 과거를 끌어올려 현재의 연애담과 연결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증거로는 먹힙니다. 적어도 그게 [마들렌]이라는 제목을 붙인 각본의 원래 의도였을 거예요.

유감스럽게도 이런 의도는 각본 작업 중간에서 사라진 듯합니다. 중학생 배우들을 기용해서 찍은 부산 중학교 시절의 에피소드는 기대만큼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남은 건 현재의 연애담인데, 이게 지겨울 정도로 인공적이고 멋이 없어요. 한 달 동안의 계약 연애라는 설정은 신선하지도 않고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도 못합니다. 작가들이 연애담을 꾸미기 위해 끼워넣은 갈등들도 끔찍할 정도로 기성품 냄새가 나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거슬리는 것은 젊은이들의 쿨한 언어를 모방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쓰다 중간에 주저앉고 마는 위트없는 대사들입니다.

전 기성품 연애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영화들의 진부함에도 꽤 관대한 편입니다. 하지만 [마들렌]은 좋은 기성품 영화가 아닙니다. 아무리 기성품 연애 영화라고 해도 상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객들이 대리 만족을 느낄 만한 진짜 감정입니다. [마들렌]의 두 주인공들은 그런 감정을 가지기엔 심장이 너무나도 가볍고 얇아요. 예쁜 배우들을 스크린 앞에 밀어넣는다고 예쁜 연애 영화가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02/12/23)

DJUNA

기타등등

그러고 보니 박광춘의 영화들은 모두 장르가 다르군요. 괜히 차기작의 장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