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지 폰 쉴러 마이어 Daisy von Scherler Mayer

주연
해티 존스....마델라인
Hatty Jones....Madeline
프랜시스 맥도먼드....미스 클라벨
Frances McDormand....Miss Clavel
나이젤 호손....로드 코빙턴
Nigel Hawthorne....Lord Covington
벤 다니엘즈....레오폴드
Ben Daniels....Leopold
스테판느 오드랑....레이디 코빙턴
Stéphane Audran....Lady Covington
아르투로 베네가스....스페인 대사
Arturo Venegas....Mr. Spanish Ambassador
카티아 카발레로....스페인 대사 부인
Katia Caballero....Mrs. Spanish Ambassador
샹탈 뉴워스....엘렌느
Chantal Neuwirth....Helene
크리스티안 데 라 오사....페피토
Kristian de la Osa....Pepito
틀레어 토머스....애기
Clare Thomas....Aggie
비앙카 스트로만....비키
Bianca Strohmann....Vicki
크리스티나 망가니....샹탈
Christina Mangani....Chantal
레이첼 데니스....루신다
Rachel Dennis.... Lucinda
필라 가라드....베아트리스
Pilar Garrard.... Beatrice
제시카 메이슨....세레나
Jessica Mason....Serena

이 영화 [마델라인]의 원작은 루드비히 베멜먼스의 고전 [Madeline] 시리즈입니다. 다들 짧디 짧은 그림책들이니 하나만 떼어서 영화로 만들 수는 없었죠. 영화는 총 여섯 편 중 [Madeline in London]과 [Madeline's Christmas]를 제외한 네 편을 가져와서 지그소 퍼즐을 하듯 끼워맞추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Madeline]에서는 맹장염 에피소드를, [Madeline's Rescue]에서는 제네비에브와 '뻐꾸기 아저씨'를, [Madeline and the Bad Hat]에서는 옆집으로 이사온 스페인 대사의 말썽쟁이 아들인 페피토를, [Madeline and the Gypsies]에서는 카니발과 서커스 집시 에피소드를 가져왔죠. 물론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뻐꾸기 아저씨'가 학교를 팔려 하고, 흉악한 가정교사 레오폴드가 페피토를 납치하려는 에피소드들이 끼어듭니다.

각색된 영화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국적의 혼란입니다. 하긴 이런 혼란은 오리지널 시리즈 자체에 내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오스트리아인 망명객이 영어로 쓴 프랑스 아이들의 이야기니까요. 주인공의 이름 Madeline을 어떻게 읽느냐도 문제 되죠. 대부분 영어권 독자들은 이 이름을 '마델라인'이라고 읽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영어권 독자가 아닌 사람들은 '마들린느'라고 읽겠죠. 우리나라 번역본들도 그 표기를 따르고 있고요.

[마델라인]을 가장 사실적으로 영화화하는 방법은 프랑스 아이들을 동원해 불어 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원작의 향기가 사라지죠. [마델라인]은 엄연히 영문학의 중요한 부분이니 말입니다. "In an old house in Paris that was covered with vines, Lived twelve little girls in two straight lines..."으로 시작되는 베멀먼즈의 리드미컬한 문장들은 번역되면 완전히 맛을 잃습니다. 그렇다면 영어권 배우들을 동원해서 프랑스인인 척 하게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가능했겠지만, 요샌 그게 그렇게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선 캐릭터를 다국적화시켜서 문제를 극복한 듯 합니다. 해티 존스가 연기한 마델라인은 아무리 봐도 영국 아이입니다. 나이젤 호손이 연기하는 '뻐꾸기 아저씨' 로드 코빙턴도 영국인이고요. 심지어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연기하는 클라벨 선생님도 프랑스 인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여러 국적이 뒤섞여 있고요. 모든 사람들이 다 영국식 영어로 말한다면 이게 영어로 말하는 프랑스인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경찰관이나 요리사 엘렌느는 불어로 이야기하니, 국적은 이미 정해진 것이겠죠. 아마 이 영화에 나오는 기숙학교는 돈많은 영국 아이들을 위한 영어 학교인 모양입니다.

국적 혼란이야 그렇다고 치고, 영화는 어땠을까요?

100 퍼센트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우선 각본은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죠. 마델라인 이야기로 장편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작을 사랑하는 수많은 고정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장편을 꾸려내야 하니까요. 영화는 새로운 스토리와 오리지널 [마델라인] 이야기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완성된 스토리는 좀 누더기 같죠.

몇몇 가식적인 스토리 구성도 거슬립니다. 예를 들어 로드 코빙턴과 마델라인의 마지막 대화는 상당히 어색합니다. 결코 마델라인 또래의 아이가 할 것 같지 않은 말들이 아이 입에서 마구 쏟아지니까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여전히 유쾌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에피소드들은 열혈 독자인 제 향수를 퍽퍽 자극하고, 새로 삽입된 이야기도 구식 [디즈니랜드] 풍의 낡은 매력을 풍기는군요. 둘이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전 이런 영화에서는 그런 어색함에 꽤 관대해질 수 있습니다.

마델라인 역의 해티 존스는 별다른 연기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귀엽고 활기차군요. 하긴 마델라인은 결코 심오한 캐릭터가 아니니, 그 이상을 기대할 필요는 없겠지요. 노련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나이젤 호손은 훌륭한 조역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연기보다는 1950년대 파리의 화사한 분위기입니다. 전 [마델라인]의 시대 배경을 늘 제2차 세계대전 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50년대 분위기가 좀 낯설지만 이 역시 그렇게 나쁠 건 없군요. 미셸 르글랑의 매우 프랑스 풍인 배경 음악도 영화와 잘 어울립니다.

[마델라인]은 괜찮은 가족 영화지만, 베벨먼스의 오리지널이 품고 있는 그 우아한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거야 책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것이니 영화관에서 다른 걸 본다고 문제될 건 없겠지요. (00/06/25)

DJUNA

기타등등

시공사에서는 나머지 [마들린느] 시리즈 세 권을 언제 낼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