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니퍼 아놀드 Jennifer Arnold

주연
케하우나니 헌트....세레나
Kehaunani Hunt....Serena
웬디 브라운....도니엘
Wendy Braun....Doniel
자넷 로이드....마리안
Janet Lloyd....Marianne
에이미 스튜어트....티샤
Amy Stewart....Tisha
로널드 트로타....데니스
Ronald Trotta....Dennis
게릿 반더미르....크리스
Gerritt Vandermeer....Chris
게리 가드너....행크
Gary Gardner....Hank
캐롤린 그레이 안드레스....행크의 아내
Caroline Gray Andres....Hank's Wife

[메이드 오브 오너]의 두 주인공 세레나와 도니엘은 5년 동안 행복한 커플로 살아왔습니다. 둘은 서로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아늑함을 충분히 즐기면서도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결박하지 않는 쿨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레나의 옛 여자 친구 티샤가 결혼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세레나는 당연히 들러리로 불려오고 그 때부터 세레나의 쿨한 세계는 조금씩 무너집니다. 모노가미 monogamy의 대표 상징인 결혼식이라는 행사 앞에서 그녀는 서서히 흔들릴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재미있게 살아왔을지는 몰라도, 이제 그녀는 도니엘과 보다 안정된 관계를 원합니다. 하지만 도니엘을 설득하기엔 그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불안하군요. 사방에는 이혼으로 박살난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심지어 자기를 들러리로 데려온 신부 티샤도 결혼 전날에 자기를 유혹하려 드니까요.

[메이드 오브 오너]의 주인공들은 동성애자들이지만 이 단편의 주제는 동성애가 아닙니다. 세레나와 도니엘이 이성애자였다고 해도 엄청나게 다른 영화가 나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 영화의 주제는 동성애가 아니라 모노가미입니다. (일부일처제보다 더 그럴싸한 번역어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일부일처제는 지나치게 이성애 중심적인 용어잖아요.)

인간에게 모노가미는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늘어나는 이혼율과 일처다부제 또는 일부다처제와 같은 다른 문화 습관들을 고려해봐도 아마 그럴 거예요. 단지 이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자연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자신의 규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금슬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삼는 원앙새나 기러기와 같은 새들도 우리처럼 불륜을 저지르고 부부싸움을 하며 심지어 동성애를 하기도 합니다. 자연은 동물들의 행동에 기본적인 아우트라인만 그어줄 뿐이에요. 우린 자연에 모든 걸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삶은 원앙새나 기러기 같은 새들에게도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원앙새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세레나가 그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죠. 세레나의 모노가미에 대한 갈망은 생득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나 도니엘은 이런 갈망이 복잡한 삶의 궤도 속에서 충분히 이탈할 수 있다는 걸 알죠.

해답은? 영화는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결혼식의 과정을 통해 이런 삶의 측면들이 세레나에게 가하는 정서적 압력을 기술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세레나가 도니엘 앞에서 "왜 내가 충분치 않니."라며 울먹이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둘의 앞 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택하건 앞이 험난한 건 마찬가지겠죠.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삶이란 없으니 말입니다. (01/01/22)

DJUNA

기타등등

[메이드 오브 오너]는 [Short Shorts]의 첫번째 수록작입니다. 제2회 퀴어 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하고요. 온라인으로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로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