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니 스코트 Tony Scott

주연
덴젤 워싱턴....크리시
Denzel Washington....Creasy
다코타 패닝....피타
Dakota Fanning....Pita
마크 안토니....사무엘
Marc Anthony....Samuel
라다 미첼....리사
Radha Mitchell....Lisa
크리스토퍼 워큰....레이번
Christopher Walken....Rayburn
지안카를로 지아니니....만자노
Giancarlo Giannini....Manzano
레이첼 티코틴....마리아나
Rachel Ticotin....Mariana
헤수스 오초아....푸엔테스
Jesús Ochoa....Fuentes
미키 루크....조던
Mickey Rourke....Jordan
앙헬리나 펠라에스....안나 수녀
Angelina Peláez....Sister Anna
구스타보 산체스 파라....다니엘 산체스
Gustavo Sánchez Parra....Daniel Sanchez
게로 카밀로....아우렐리오 산체스
Gero Camilo....Aurelio Sanchez
로사 마리아 에르난데스....마리아
Rosa María Hernández....Maria
에리베르토 델 카스틸로....브루노
Heriberto Del Castillo....Bruno
마리오 자라고바....호르헤 라미레스
Mario Zaragoza....Jorge Ramirez

피타와 크리시

[맨 온 파이어]의 원작은 A.J. 퀸넬의 동명 소설이고 이 작품은 역시 스코트 글렌 주연으로 87년에 영화화된 적 있습니다. 원작은 우리나라에서는 [불타는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고 곧 재판이 나올 거라고 합니다만 별로 읽을 생각은 없군요. 최근 독서 경험에 따르면 이런 식의 책들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2시간의 시청각 오락으로 끝내는 편이 낫죠.

영화는 멕시코 시티의 사업가가 딸의 보디가드로 크리시라는 남자를 고용하면서 시작됩니다. 피투성이 과거로 괴로워하던 그는 서서히 피타에게 마음을 열면서 새로운 삶을 찾지만 결국 피타는 유괴되고 맙니다. 복수를 맹세한 크리시는 피타의 유괴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을 하나씩 차례로 처형합니다.

이탈리아가 무대인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멕시코를 무대로 삼고 있는데, 늘어나는 유괴범죄로 골치를 앓고 있는 중남미의 사정을 고려해보면 비교적 상식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고 영화도 그걸 걱정해서 영화가 끝날 무렵 멕시코 시티 시민들에게 낯간지러운 인사를 보내긴 하지만요.

피타의 유괴사건은 영화를 두 가지 이야기로 나눕니다. 어두운 과거로 괴로워하던 한 남자가 매력적인 어린 소녀를 만나면서 희망을 찾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마지막 희망까지 날려버린 그 남자가 처절한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

두 이야기 모두 공식적이지만, 그래도 첫 번째 이야기는 잘 짜여져 있습니다. 덴젤 워싱턴과 다코타 패닝은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좋은 배우들이고, 워싱턴의 둔중한 우울함과 패닝의 파리한 아름다움은 거의 완벽할 정도로 근사한 조화를 이룹니다. 중반의 국면 전환이 처음부터 예고된 종류의 것이라 이들이 서툴게 찾은 행복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지요.

하지만 크리시가 "유괴에 가담한 사람들 모두를 죽여버리겠어!"라고 선언한 뒤부터 이야기는 뒤틀려 버립니다. 고통받는 한 남자의 드라마였던 영화가 갑자기 기성품 심판극으로 변해버리는 거죠. 크리시는 악당들을 한 명씩 찾아다니며 온갖 끔찍한 방법으로 그들을 고문한 뒤 살해합니다. 액션이나 서스펜스는 기대하지 마세요. 이 영화가 노리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니라 피타의 복수를 핑계삼은 잔인무도한 대리충족의 판타지이니 말입니다. 관객들에게 피타의 유괴범들은 방정식의 X처럼 다른 얼굴들과 이름들로 쉽게 대치될 수 있는 빈 그릇에 가깝습니다.

이런 복수극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원초적이니까요. 하지만 일련의 반전들로 구성된 후반부의 사건 전개는 설정의 단순한 쾌락도 빼앗아 버립니다. 그렇다고 이런 전개가 스토리에 아이러니컬한 깊이를 부여한 것도 아니고요.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한 채 엉거주춤해버린 거죠.

토니 스코트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존재하는 영화적 테크닉을 총 동원한 듯한 현란한 이미지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과하다는 느낌도 주니까요. 가끔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해주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자주 과장된 폼의 남발로 영화의 깊이를 날려버리죠.

많은 토니 스코트의 영화들이 그렇 듯, [맨 온 파이어]의 성취도는 미적지근합니다. 영화는 좋은 배우들과 강렬한 스타일, 충분히 관객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극단적이고 보편적인 설정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재료들은 적절한 배분으로 융합되지 못한 채 거칠게 뒤섞였고 결국 스코트는 이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안전하고 공식적인 해결책으로 만족하고 말았던 거예요. (04/10/01)

DJUNA

기타등등

미키 루크. 못 알아봤습니다. 살이 찌고 늙어서가 아니라 그 형편없는 성형수술 때문에요. 처음 봤을 때 못알아 본 건 라다 미첼도 마찬가지. 이 사람은 얼굴에 볼살이 좀 있는 게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