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희준

주연
재희....최강
유다인....신기자
심원철....이형사
이수호....찬수
김재성....탕
진태이....진형사

신기자와... 무슨 형사 같은데...

영화를 못 만들었다고 무작정 만든 사람들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현장을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예요. 세상엔 좋은 의도와 넘치는 의욕, 심지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결국 형편없는 영화에 도달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세상 모든 게 우리의 의지대로 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오늘 본 [맨데이트]도 그 중 하나죠. 감독은 이 이야기를 시리즈로 계획했다던데, 제발 말리고 싶습니다. 1부만으로도 세상에 끼친 위해는 충분합니다. [맨데이트]는 어쩌다 잘못 나온 영화가 아니에요. 처음부터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영화입니다.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계획안만 슬쩍 봐도 알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이건 순전히 악감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란 말입니다.

영화의 내용. 이리저리 몸을 갈아타는 악령 이야기입니다. 설정에 따르면 카인이 아벨을 죽인 뒤로 이 탕이라는 악령은 이리저리 몸을 갈아타면서 강간살인을 저질러 왔다는군요. 이들을 막기 위해 신의 명령을 받잡고 뛰어다니는 애들이 또 있고요. 이것만으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다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설정을 쓰면서 '...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라고 말하는 건 사기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최강은 이런 퇴마사입니다. 자세히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20년전에 탕에게 살해당한 아빠의 직업을 물려받은 모양이에요. 이 친구의 무기는 커다란 칼입니다. 육체도 없는 악령을 어떻게 칼로 죽이냐고요? 가끔 그 악령은 육체를 갖고 퇴마사들을 공격하거든요. 그 때 찔러 죽이면 됩니다. 참 친절한 악령이지요?

주인공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신기자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도 퇴마사입니다. 원래는 무녀집안 출신인데, 어떤 목사가 무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탕을 죽여야 한다고 꼬셔서 퇴마사가 되었더군요. 신기자의 무기는 악령을 볼 수 있고 사진 속에 잡아가둘 수 있는 커다란 상자모양의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에겐 별 역할이 없어요. 결국 최강이 탕을 찔러죽이니까.

혹시 기독교 영화가 아니냐고요? 그걸 의도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이 기독교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인 건 맞습니다. 심지어 영화 끝에 성경 구절도 나와요. 노골적으로 얼굴에 들이미는 기독교 시각 상징들도 많고요. 보고 있으면 역겹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 센세이셔널리즘이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이지요. 비명을 지르는 여자들을 칼로 푹푹 찌르고 강간하는 악령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적 재미의 70 퍼센트인 영화가 이러면서 설교 분위기를 떨면 기분이 안 좋죠.

소위 '괴작'의 재미가 있지 않냐고요? 놀랍게도 그런 재미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스토리가 없어요. 90분 영화인데 80분 동안 이야기 발전이 없습니다. 탕은 여자들을 강간살해하고, 암만 들여다봐도 어떤 종류의 매력도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살인사건이 일어난 경기도 농촌 마을 안을 돌아다니며, 경찰들은 그 동안 지저분하고 쓸모없는 농담 따먹기를 합니다. 정상적인 영화라면 상황 설명을 위해 10분 쯤 투자해야 할 내용으로 80분을 끌고 있어요! 그러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면 탕이 몸을 갖고 나타나서 최강에게 찔려 죽습니다. 미치겠습니다.

특수효과, [우뢰매] 수준입니다. 컴컴한 화면은 비디오 영화를 프로젝터로 보는 것 같습니다. 액션... 지루합니다. 살인 장면... 성의 없고 불쾌합니다. 음악... 분위기도 제대로 못 잡는 것들이 쓸데 없이 많이만 나옵니다.

그래도 맘에 드는 배우들이 주연이라 보고 싶다고요? 재희 팬들에겐 [오구도령]을 추천합니다. 재희는 이 에피소드에서도 퇴마사로 나오고 이야기나 특수효과도 더 낫습니다. 유다인 팬들에겐 [그 남자의 책 198쪽]을 추천합니다. 카메오로 몇 초 나오고 말지만 [맨데이트] 영화 전체보다 인상이 좋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사람들은? 시력이 너무 좋아 일부러라도 낮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 분들, 세상 사는 게 너무 행복하기만 해서 불쾌함이 뭔지 체험해보고 싶으신 분들, [천사몽] 감독과 현피 뜨고 싶지만 새로운 핑계가 필요하신 분들, 최근 들어 전투욕이 떨어져서 걱정이신 기독교 안티들에게 추천합니다. 이들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시다면 제발 극장을 멀리하시길.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사적인 증오심을 품어서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08/10/23)

DJUNA

기타등등

감독은 [콘스탄틴]의 예를 들면서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이런 기독교 상징이 당연하다고 변명하는데... (1) 일단 기독교 문화권인 서구 국가와 우리나라를 같이 보는 게 말이 안 되고, (2) 두 영화를 일대일로 비교하는 건 [콘스탄틴]을 모욕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