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빕케 폰 카롤스펠트 Wiebke von Carolsfeld

주연
몰리 파커....아그네스
Molly Parker....Agnes
레베카 젠킨스....테레사
Rebecca Jenkins....Theresa
스테이시 스미스....루이스
Stacy Smith....Louise
마게리트 맥닐....로즈
Marguerite McNeil....Rose
엘렌 페이지....조니
Ellen Page....Joanie
홀리스 맥클렌....크리시
Hollis McLaren....Chrissy
에미 올콘....도리
Emmy Alcorn....Dory
조셉 루튼....켄
Joseph Rutten....Ken
니콜라 립먼....발레리
Nicola Lipman....Valerie
재키 토렌스....말린
Jackie Torrens....Marlene
케빈 커런....샌디
Kevin Curran....Sandy
애슐리 맥아이삭....미키
Ashley MacIsaac....Mickey
헤더 랜킨....수
Heather Rankin....Sue
린다 버스비....이비
Linda Busby....Evie

테레사, 루이스, 아그네스

[마리온 브리지]는 북미에서 제작된 저예산 인디 영화들이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설정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던 주인공이 갑작스러운 집안 사정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재회한다는 거죠.

이 영화에서 그 '집안 사정'은 어머니의 병입니다. 주인공은 토론토에서 알콜과 코카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막내딸 아그네스고요. 집으로 돌아온 아그네스는 죽어가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직도 실패한 결혼에 집착하는 큰 언니 테레사와 소파에 박혀 리모콘만 누르고 있는 둘째 언니 루이스와도 대면해야 합니다. 아그네스가 집에 머무는 동안 그 집 여자들을 억누르고 있던 불쾌한 가족의 비밀이 서서히 관객들 앞에서 벗겨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겠지요?

[마리온 브리지]의 원작은 캐나다의 극작가인 다니엘 맥카이버의 동명 희곡입니다. 맥카이버는 이 영화의 각색도 직접 했지요. 그 때문에 전 자동적으로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연 이 영화가 얼마나 작가 자신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요? 일단 영화의 무대인 노바 스코시아의 시드니라는 동네부터가 맥카이버의 고향이거든요. 그리고 맥카이버가 여성 주인공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첫번째 게이 남성 작가는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이런 여성 캐릭터를 모두 여자로 변장한 게이 남성이라고 일반화시킬 필요도 없겠지만요.

스토리 면에서 [마리온 브리지]는 장르의 정통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안톤 체호프가 [세 자매]를 통해 각기 다른 성격의 세 자매가 등장하는 심리극을 장르화시켰다고 주장한다면 말이에요. 일어나는 일들은 참 적습니다. 끔찍한 과거사가 밝혀지긴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결국 과거의 기억일 뿐이고요. 영화의 스토리 전개 역시 모범적인 치유의 과정을 밟습니다. 죽을 사람은 죽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결국 과거를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요.

[마리온 브리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런 전형성입니다.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데, 그게 사전에 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모든 이야기들이 여성용 멜로드라마, 체호프식 심리극, 북미 인디 영화식 귀향 이야기의 공식 속에 갇혀 있는 거예요. 너무나도 안정된 결말 역시 스토리 발전의 가능성을 막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서 스토리는 부차적입니다. 중요한 건 캐릭터 사이를 흐르는 감정의 흐름과 그에 반응하는 심리묘사지요. 그런 면에서 영화는 성공하고 있습니다. 아까 다니엘 맥카이버와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는데, 그가 설득력있고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들과 그들에 맞는 대사들을 찾아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건 단순히 게이 남성의 감정이입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경험에서 재료를 얻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이 사람, 딸부자네집 아들이랍니다.) 몰리 파커를 비롯한 배우들 역시 훌륭한 앙상블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요.

[마리온 브리지]는 안전한 영화입니다. 아마 지나치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설득력있고 우울한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만한 충분한 유머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엄청나게 고양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종의 치유 효과가 있는 영화인 건 분명해요. (04/04/06)

DJUNA

기타등등

역시 다니엘 맥카이버가 각본을 썼던 [오감]의 클립이 잠시 나옵니다. 그런데 몰리 파커는 그 영화에도 출연했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