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드 브라우닝 Tod Browning

주연
라이오넬 배리모어....젤린 교수
Lionel Barrymore....Prof. Zelin
앨리자베스 앨런....이레나 보로틴
Elizabeth Allan....Irena Borotyn
벨라 루고시....모라 백작
Bela Lugosi....Count Mora
캐롤 볼란드....루나 모라
Carroll Borland....Luna Mora
라이오넬 앳윌....노이만 경위
Lionel Atwill....Police Insp. Neumann
진 허숄트....오토 폰 진덴 남작
Jean Hersholt....Baron Otto von Zinden
헨리 워즈워스....페도르 빈센테
Henry Wadsworth....Fedor Vincenté
도널드 믹....J. 도스킬 박사
Donald Meek ....Dr. J. Doskil
이반 F. 심슨....얀
Ivan F. Simpson....Jan
프랭클린 아델....바니
Franklyn Ardell....Barney
레일라 베넷....마리아
Leila Bennett....Maria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라 부녀

[드라큘라]의 감독인 토드 브라우닝은 1927년 론 체니를 주연으로 [London After Midnight]이라는 호러 영화를 만든 적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지금 필름이 사라진 상태지만 그가 35년에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유성 영화 버전 리메이크를 만들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죠. 그 리메이크 버전이 바로 오늘 다룰 [마크 오브 더 뱀파이어]입니다.

[마크 오브 더 뱀파이어]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시작됩니다. 회의주의자인 노이만 경위와 초자연현상의 전문가인 젤린 교수는 마치 30년대의 스컬리와 멀더처럼 굴면서 사건을 수사하는데, 그러는 동안 그들은 마을 사람들이 겪은 수상쩍은 목격담들과 계속 마주칩니다. 그중 가장 수상쩍은 존재는 버려진 성의 옛 주인인 모라 백작과 그의 딸 루나였죠.

이 이야기의 끝엔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그 반전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호러 영화 팬들의 선호도가 극을 달리는 것이기도 하고요. 반전이 뭐냐고요? 사실 이 초자연 현상은 모두 연극이었답니다. 살인범은 자신의 살인을 뱀파이어 짓으로 위장했고, 노이만 경위와 젤린 교수는 그 살인범을 잡기 위해 또 초자연현상을 꾸며댔던 것이죠. 물론 모라 백작과 루나 역시 전문 배우들이었고요.

평가가 어떻게 갈라지는지는 아시겠죠? 한쪽에서는 호러 영화의 따분한 관습을 뒤트는 장난을 즐겼을 거고, 다른 한쪽에서는 잔뜩 부풀렸던 기대를 작살내는 사기에 맥이 풀렸겠죠. 이건 정말 선호도 차이이므로 제가 간섭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무 쪽이나 골라잡으시길.

영화는 토드 브라우닝의 이전 영화들이 꽈배기처럼 얽혀있습니다. 이 영화가 27년에 만든 영화의 리메이크라고 아까 이야기했죠? 하지만 벨라 르고시가 연기한 모라 백작이 나오는 부분들은 그의 [드라큘라]에서 사용했던 이미지를 재활용하고 있지요. 덕택에 이 영화의 스토리가 [드라큘라] 이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는 [드라큘라] 이후 나온 뱀파이어 영화들의 패러디가 됩니다.

영화는 어떠냐고요? 옥석이 섞여 있다고 답변해야겠군요. 일단 촬영감독 제임스 웡 호가 만들어낸 어두컴컴한 분위기는 인상적입니다. 몇몇 특수 효과들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편이고요. 벨라 르고시와 캐롤 볼란드는 인상적인 뱀파이어들입니다. 이런 시대의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의 호러 효과도 무섭다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더 강한데, 그래도 여전히 관객들은 즐거울테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각본과 스토리는 헛점투성이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장면이 한 둘이 아니란 말이에요. 도입부의 살인 사건도 의학 지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고 후반부의 음모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만큼 비현실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이야기가 하나의 효과적인 스토리가 될 만큼 잘 짜여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반전이 기다린다고 해도 중반까지 뻔한 뱀파이어 클리셰의 반복을 구경하는 것도 그렇게까지 즐거운 경험은 아니고요.

아까 선호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취향 문제니 골라잡으라고 했는데,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마크 오브 더 뱀파이어]가 더 치밀하게 만들어진 영화였다면 관객들이 처음부터 그런 선택을 할 필요도 없었을테니 말이에요. (03/05/12)

DJUNA

기타등등

토드 브라우닝은 배우들에게 결말을 알리지 않고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후반까지 배우들은 진지한 호러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거죠. 르고시와 볼란드는 그 반전을 아주 싫어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