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로드 샤브롤 Claude Chabrol

주연
필립 느와레....크리스티앙 르가뇌르
Philippe Noiret....Christian Legagneur
로뱅 레누치....롤랑 볼프
Robin Renucci....Roland Wolf
안 브로셰.....카트린
Anne Brochet....Catherine

롤랑과 카트린

노인 대상 텔레비전 쇼 호스트인 크리스티앙 르가뇌르는 자서전을 쓰기 위해 롤랑 볼프라는 추리작가를 고용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그들은 시골에 있는 크리스티앙의 저택으로 가서 며칠 간 머물죠.

그런데 암만 봐도 롤랑은 자서전 집필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툭하면 저택 사람들에게 마들렌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려 하고 크리스티앙의 피후견인인 카트린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크리스티앙이 순진하게 속고만 있느냐, 그것도 아니예요. 공식적으로는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자서전 집필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두 남자는 수상쩍은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크리스티앙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 새장 속의 카나리아처럼 사육되고 있는 카트린이 있지요.

클로드 샤브롤의 [마스크]는 전통적인 고딕 미스터리입니다. 비밀에 싸인 대저택, 유산을 둘러싼 음모, 함정에 빠진 가련한 여자 주인공... 이 전통적이고 컴컴한 이야기가 80년대 프랑스의 환하고 문명화된 배경을 깔고 진행되는 겁니다. 정통적인 샤브롤이죠.

[마스크]는 코미디입니다. 예의바르고 위트가 넘치는 코미디죠. 영화의 컴컴한 설정은 오히려 이 코미디의 맛을 살려줍니다. 보통 장르 영화라면 얼굴에 힘을 주고 총질을 할 사람들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느물느물 거짓말을 늘어놓는 거죠.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자신의 거짓말을 눈치채고 있다는 걸 모두 알면서 말이에요. 관객들은 이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면서도 그 느물거림에 매혹됩니다.

유감스럽게도 진상이 밝혀지는 중반을 넘어서면 영화는 어느 정도 매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상은 관객들이 모두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척 감추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과 공공연하게 비밀을 드러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후로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정공법을 충실하게 따라요. 특히 롤랑은 거의 미국 무성영화의 남자주인공 같습니다. 샤브롤도 그 사실을 알고 이야기의 통속성을 일부러 과장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맥이 풀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 같으면 카트린 캐릭터를 살려서 조금 더 사악하게 이야기를 진행했을 것 같아요. 그게 영화의 블랙 유머와도 어울렸을 거고. (07/10/31)

DJUNA

기타등등

안 브로셰는 요새 뭐하나요? [세상의 모든 아침] 이후로는 본 영화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