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대니 드비토 Danny DeVito

주연
마라 윌슨....마틸다 웜우드
Mara Wilson....Matilda Wormwood
사라 마그달린....마틸다 (4살)
Sara Magdalin....Matilda, 4 years
대니 드비토....해리 웜우드/나레이터
Danny DeVito....Harry Wormwood/Narrator
리아 펄만....지니아 웜우드
Rhea Perlman....Zinnia Wormwood
엠베스 데이비츠....제니퍼 허니
Embeth Davidtz....Jennifer Honey
팸 페리스....아가사 트런치불
Pam Ferris....Agatha Trunchbull
폴 루벤스....FBI 요원
Paul Reubens....FBI Agent
트레이시 월터....FBI 요원
Tracey Walter....FBI Agent
키아미 다벨....라벤더
Kiami Davael....Lavender

1.

로알드 달의 [마틸다]가 [꼬마 친구 마틸다]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된 건 1991년입니다. 이 책에서 옮긴이의 후기를 읽다가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군요.

대충 이렇게 시작되는 글이었어요. "[꼬마 친구 마틸다]는 한 소녀의 눈을 통해서 허위와 탐욕과 이기주의로 얼룩진 어른들의 세계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말로 결론짓더군요. "그런 어른들의 세계는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독재자도 없으며 강압적인 명령이나 폭력도 없다. 불의도 없으며 요행수도 없고,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바로 그런 세상, 마틸다와 허니 선생이 만들게 될 세상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그런 천국인 것이다..."

에헴, 역자가 건전한 상식의 소유자라는 건 알겠군요. 하지만 그가 지독하게 형편없는 로알드 달 독자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마틸다]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이렇게 건전한 책이 아니니까요!

2.

다른 로알드 달의 동화들처럼, [마틸다]도 엄청나게 과장된 악역들과 정말로 막나가는 폭력적인 사건들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역시 다른 로알드 달의 동화들처럼 이 작품 역시 교훈 따위에는 신경도 쓰고 있지 않죠. 로알드 달이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단 하나입니다. 어린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그러는 동안 자기도 즐기는 거죠.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는 정말 뭐든지 합니다.

[마틸다]의 내용이 무엇인가요? 엄청나게 똑똑하고 착하며 게다가 초능력까지 있는 주인공 소녀가 천박하고 둔감하고 멍청하고 바보같은 가족들과 전직 투포환 선수였던 괴물 교장한테 시달림을 당하지만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착한 허니 선생님과 행복하게 산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현 영국의 교육 시스템의 비판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영국 어디에도 트런챔 홀 같은 학교는 없습니다. 트런치불 같은 괴물 교장이 없다는 것도 장담할 수 있어요. 이 지극히 빅토리아 시대 풍의 악몽은 '진지한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훨씬 예스러운 뿌리에서 자라나왔습니다. 1980년대 영국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그림 동화처럼 원초적입니다. 정식대로라면 주인공은 한스나 뭐 그런 뻔한 이름을 가진 바보 소년이었을 거고 웜우드 부부는 주인공 소년을 부려먹는 고블린들이었을 것이며 트런치불 교장은 사악한 거인, 허니 선생님은 마법에 걸린 공주였겠지요. 달은 무대를 살짝 업데이트하고 보다 표현을 노골적으로 고쳐서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거예요.

3.

이 영화의 각색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편입니다. 미국으로 무대가 바뀌었고 마틸다가 부모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의 일부가 축소되었으며 '루시 달 모험'과 FBI 요원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추가되었지만 그 정도는 납득할 수 있는 개작입니다. '루시 달 모험'은 원작에 없는 긴 육체적 액션을 더해주기도 하고요.

헐리웃식 당의정이 살짝 덮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각색한 로빈 스위코드와 니콜라스 카잔은 [마틸다]가 어떤 영화가 되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막가파 가족에 대한 흥미진진한 영화를 만들어왔던 대니 드비토 역시 원작을 고를 때부터 감을 잡고 있었겠고요. 이 영화는 로알드 달의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거칠고 무자비하고 잔인합니다.

사실 원작보다 더 무시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원작 속의 어처구니없이 폭력적인 장면들은 화면에 옮겨지면서 더 강화되니까요. 얼마나 폭력적이냐고요? '교장은 갑자기 아만다에게로 고개를 숙이더니 두 갈래로 땋은 아만다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움켜잡고서 자기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차츰차츰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가 그대로 화면에 옮겨지는 걸 생각해보세요. 이러니 살짝 입힌 헐리웃 당의정을 욕할 것도 아닙니다. 이런 장면을 당의정 없이 처리한다면 정말 끔찍할테니까요.

이런 폭력적인 장면 맞은 편에는 허니 선생님과 마틸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허니 선생님도 트런치불 교장처럼 극도로 과장된 캐릭터입니다. 정말로 나쁜 것 하나 없는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존재지요. 너무 달콤해서 퍼다놓은 설탕 자루 같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캐릭터는 사악한 괴물들보다 지루해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대충 그 위험성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일단 각색자들이 허니 선생님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니 선생님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짜 이유는 이 캐릭터가 자상하고 이상적인 교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구식의 '위기에 빠진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진짜 액션은 마틸다가 허니 선생님을 트런치불 교장의 마수에서 구한다는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공주가 주인공과 결혼하는 대신 입양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영화는 허니 선생님과 마틸다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로맨스 영화의 트릭까지 동원합니다. 특히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첫눈에 반하기'의 영화적 클리셰가 그대로 쓰이고 있죠. 또랑또랑하던 마틸다의 눈이 몽롱해지고 말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그 위엔 로맨틱한 음악까지 깔린답니다!

그 결과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와의 관계를 통해 훨씬 강한 존재감을 부여받게 됩니다. 허니 선생님은 단순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주인공한테 정서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되니까요.

이 극도로 착한 주인공들과 극도로 사악한 악당들 간의 충돌 역시 극도로 무자비하게 전개됩니다. 많은 학부모나 교사들은 이 영화의 여러 장면에 눈살을 찌푸릴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아이들은 신나할 거예요. 보기에도 재미있고요.

4.

글쎄요. 전 언제나 마틸다가 영국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영국식 영어라는 게 천박해지면 극도로 천박해지고 고상해지려면 한없이 고상해지잖아요. 무대가 영국이었다면 [마틸다]의 명암이 훨씬 그럴싸하게 드러났을 거예요.

그래도 이 영화의 캐스팅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마라 윌슨은 특별히 조숙한 척 하지 않으면서도 이 천재 소녀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고 대니 드비토와 리 펄만의 기가 막히게 천박한 연기는 일품입니다. 앰베스 데이비츠는 정말로 티하나 없는 천사같고 팸 패리스는 [엄마를 열차에서 던져 버려요]의 앤 램지와 거의 맞먹습니다.

이 극도로 대비가 되는 캐릭터들이 만날 때 발생하는 충돌은 종종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이 과장된 느낌이 제대로 살아난 것은 이런 종류의 야비함에 충분히 단련이 되어 있는 드비토의 뻔뻔스러운 연출 때문이지요. [마틸다]는 지극히 달다운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드비토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틸다]는 '건전한' 가족 영화는 아닙니다. 결코 교육적인 영화도 아니고요. 하지만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교육적 가족용' 영화보다 훨씬 나은 작품이고 더 진한 국물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체의 질과 작품의 진실성입니다. 어린이 대상 예술 작품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99/09/09)

DJUNA

기타등등

여성 투포환 선수들은 왜 언제나 저렇게 놀림감이 되는 걸까요? 누군가가 차별 대책 위원회라도 세워야 할 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