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우디 앨런 Woody Allen

주연
월러스 숀....사이
Wallace Shawn....Sy
래리 파인....맥스
Larry Pine....Max
닐 핍....알
Neil Pepe....Al
스테파니 로스 하벌....루이즈
Stephanie Roth Haberle....Louise
라다 미첼....멜린다
Radha Mitchell....Melinda
조니 리 밀러....리
Jonny Lee Miller....Lee
클로에 세비니....로렐
Chloë Sevigny....Laurel
윌 페럴....호비
Will Ferrell....Hobie
아만다 피트....수잔
Amanda Peet....Susan
치웨텔 에지오포....엘리스
Chiwetel Ejiofor....Ellis
브룩 스미스....캐시
Brooke Smith....Cassie
대니얼 순자타....빌리
Daniel Sunjata....Billy
비네사 쇼....스테이시
Vinessa Shaw....Stacey

호비와 멜린다

어떻게 보면 우디 앨런은 미국에서 가장 편안하게 작업하는 영화감독일 것입니다. 최근 들어 그가 내는 영화들의 질이 조금 떨어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제작비나 흥행에 신경쓰지 않고 맘에 드는 일급의 배우들을 싼 값에 고용해서 그가 만들고 싶어하는 저예산 영화들을 찍습니다. 그가 누리는 자유는 거의 같은 분량의 중단편소설을 쓰는 소설가의 자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멜린다와 멜린다]도 그런 자유로움의 결과입니다. 이 영화는 온전한 모양과 무게를 갖춘 드라마나 코미디를 관객들에게 제공해주기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반대로 앨런은 짤막한 드라마와 코미디를 번갈아 제시하며 비극적인 드라마와 코미디의 의미에 대한 간단한 예술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에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작업 자체가 재미있으니까요.

영화는 코미디 작가 사이와 드라마 작가 맥스의 토론에서 시작됩니다. 사이는 삶이 너무나도 끔찍하기 때문에 코미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맥스는 삶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기 때문에 비극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때 친구 알이 이들에게 간단한 설정을 들려줍니다. 그건 멜린다라는 이름의 여자가 한참 파티가 열리고 있는 집에 갑자기 방문한다는 것이죠. 맥스와 사이는 이 재료를 가지고 각자 자기만의 드라마와 코미디를 만들어냅니다.

맥스의 이야기는 19세기 프랑스 소설 풍인 비극입니다.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아이들도 잃은 멜린다는 뉴욕의 친구 부부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 집에 머물며 삶을 추스리려던 그녀는 작곡가인 엘리스와 사랑에 빠지는데, 비교적 잘 풀리는 것 같았던 로맨스는 그녀가 지금까지 반복해 저지르고 겪었던 또다른 실수와 불운임이 밝혀집니다.

사이의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영화 감독인 아내의 뒷바라지를 하며 전업주부로 일하는 실업배우 호비는 수면제를 과용하고 부부의 파티에 뛰어든 멜린다에게 반합니다. 당연히 호비는 남편으로서의 의무와 멜린다에 대한 사랑으로 갈등하며 온갖 소동을 일으킵니다.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우주에 속해 있지만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램프나 작고 어두운 비스트로, 친구에게 배반당한 여자, 피아노, 흑인 음악가, 캐릭터 묘사를 위해 다리를 저는 배우들과 같은 요소들은 드라마 파트에서 먼저 진지하게 등장했다가 나중에 코미디 요소로 전환됩니다. 두 작가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즉석으로 만들어낸다는 설정을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하겠죠.

이 영화에 나오는 두 개의 이야기를 독립적인 작품으로 보는 건 좀 맥이 빠지는 일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둘은 개성적인 작품이라기 보다는 비극적 드라마와 로맨틱 코미디의 견본에 가깝거든요. 이 영화의 매력은 이 대조적인 성격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대조와 충돌 자체에 있습니다.

우디 앨런의 팬들에게 이 작은 실험은 일종의 자기 분석처럼 보입니다. 신경질적인 코미디와 담담한 베리만식 드라마 사이를 오가는 앨런 자신의 경력이 재점검되고 그에 대한 설명과 변명이 추가되는 것이죠. 이유는?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관점 모두 필요하니까요.

값싸게 좋은 배우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앨런의 능력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배우는 두 멜린다들을 연기한 라다 미첼과 이전 같으면 우디 앨런 자신이 연기했을 법한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윌 페럴입니다. (05/08/10)

DJUNA

기타등등

월러스 숀의 대사로 끝나는 마지막 결말은 정말 멋집니다. 완벽한 우디 앨런식 퇴장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