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1999) * * * 1/2

감독
김태용 & 민규동

주연
김민선....소민아
이영진....유시은
박예진....민효신
공효진....문지원
김민희....최연안
백종학....고형석
맹봉학....생물 선생
이현순....민아반 담임
정진각....교감
강은영....음악 선생
오민애....양호 선생
한승연....중창단 반장
육지현....거북 소녀
한민....시은 짝
김가영....민아반 날라리
김정미....민아반 날라리 2
강에스더....지원 짝
구혜주....육상부 주장
전기광....육상부 코치

(일부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1.

듀나 [여고괴담]은 겨우 1년 반 전에 나온 영화였습니다. 인터넷에서 개봉 일자를 체크하다가 얼마나 놀랐었는지요. 적어도 3,4년 쯤 된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그만큼이나 1편이 중요한 영화였고 영향력도 컸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러나 제가 놀랐던 진짜 이유는 [여고괴담]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스타일 차이였습니다. 두 영화의 스타일 차이는 겨우 1년 차를 둔 영화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이미연의 딸 또래 쯤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 같아요.

파프리카 배경 차이 때문이 아닐까요? 1편의 무대가 되는 모 학교는 정말 일제 시대 느낌이 풀풀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곳이었으니까요. 건물도 그렇고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요.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학교는 건물부터 상당히 신식이더라고요.

듀나 그렇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보다 여러 면에서 '신식'입니다. [여고괴담]은 우직하고 조금 싼 맛이 나며 캠페인성 대사들과 흑백 논리로 가득 찬 직설적인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세련되고 은밀하고 복잡한 이야기이며, 전편과는 달리 캠페인성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달할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습니다. 테크닉을 보나, 배우들의 연기를 보나, 두 영화 사이의 공간은 [스타 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와 [스타 트렉 :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차이만큼이나 넓습니다.

파프리카 무척 세련된 영화라는 건 사실이죠. 아마 올해 나온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매끈한 영화일 겁니다. 무척 예쁜 영화이기도 했고요.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입니다. 사실 우리네 상업 영화들 중 헐리웃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감각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거든요.

듀나 이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시간을 뒤섞는 플래시백 때문에 둘은 생각만큼 쉽게 분리되지 않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효신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구식 기숙학교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죠. 조숙하고 똑똑하고 개성적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쉽게 집단 속에 섞이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효신은 유치한 아이들의 무리를 경멸하며 주변을 떠돌지만, 그 조롱에는 힘이 없으며 아이들의 따돌림 역시 힘겹습니다.

학생과 학교의 대결 구도였던 [여고괴담]과는 달리, 이 싸움은 개성적인 개인 한 명과 집단 전체의 대결 구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집단적인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항하는 것일 수도 있죠. 이 싸움은 무척 외로운 것이어서, 효신이 그나마 통하는 사람들에게 필사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들과의 관계가 흔들릴 때 위기감은 더욱 크고요.

효신의 자살로 첫번째 이야기는 끝납니다. 많은 관객들이 효신의 자살 동기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그건 효신에게 가해진 마지막 펀치가 낙타등을 부러뜨리는 지푸라기 하나와 같이 작지만 치명적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효신에게 자살은 결코 힘든 해결책이 아니었을 겁니다. 죽음을 대단한 상실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자살을 아주 쉽게 해내니까요.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른 학생들입니다. 여기서부터 진짜 귀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죽은 효신의 기억에 휩쓸리고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는 학교는 끔찍한 난장판으로 변해버립니다.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하죠. 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6·25사변 직후 부산의 어떤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점심시간이었는지, 쉬는 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은 수업에서 풀려나 비교적 한가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학교 어디선가에서 이런 비명소리가 들려온 거예요. "달걀귀신이다!" :-)

도대체 누가,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그 짧은 외침의 결과는 대단했습니다. 공포심은 순식간에 학교 전체를 덮쳤고, 이유도 없이 겁에 질린 학생들은 순식간에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은 그 구름 한 점 없는 환한 대낮에 부들부들 떨면서 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후반부 클라이맥스 장면을 보면서 전 자꾸 그 바보스러운 에피소드가 떠올랐답니다. 하긴 이 영화의 후반부가 저한테 재미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요. 영화는 공포의 대상 대신 공포의 전이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비이성적이고 제대로 된 동기도 없으며 군중 속에 쓸려 멋대로 움직이는 거대한 공포의 흐름을요. 후반부 장면들은 상당히 사실적이어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초자연현상을 끼워넣을 필요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두 이야기를 연결하기 위해 민아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민아는 효신과 시은의 교환 일기를 발견한 뒤부터 서서히 무심한 가해자 집단에서 효신과 시은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민아가 겪는 모험은 결코 이 평범한 소녀가 하루 안에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요.

유령은 처음부터 없었을 겁니다. 학교를 뒤집어 엎은 모든 소동의 원인은 아마 민아였겠지요. 자기가 뭐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달걀귀신이다!"라고 외치며 다녔던 거죠. 그 결과 그 동안 학교에 쌓여왔던 죄의식과 두려움, 막연한 공포심은 히스테리의 형태로 표출되고 (꽝!) 결국 모든 학생들에게 전이되는 것입니다. 후반부에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들도 폴터가이스트 현상처럼 보입니다.

'메멘토 모리'라는 제목은 (원래 의미대로 사용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나름대로 영화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원한을 품은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죽은 사람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기억해내는 한 불안한 집단에 대한 영화니까요.

파프리카 민아는 꽤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아니, 캐릭터 자체보다는 그 설정이 더 재미있지요. 민아는 심지어 효신이 죽기 전부터 효신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설정에 따르면 유령이 되기 위해선 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 영혼을 전사시키기 위한 도구만 하나 만들면 되니까요. 이 영화에서 그 매개체는 시은과 효신의 교환일기입니다.

민아가 시은과 효신한테 말려드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민아는 효신에게만 말려들 뿐 아니라 시은한테도 영향을 받습니다. 교환일기란 게 원래 두 사람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담고 있는 것이니까요. 민아는 실제로 두 사람 역할을 모두 해냅니다. 시은이 되어 효신의 '약'을 먹기도 하고 반대로 효신의 눈으로 시은을 바라보기도 하죠. 자기 자신도 얼마나 헛갈렸겠어요.

민아가 효신의 유령한테 말 그대로 겁탈당하면서 이 귀신들림의 시리즈는 절정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그 강도에 비해 의미가 상당히 모호한 듯 합니다.

듀나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많은 것이겠죠. 하여간 이런 장르에서 그런 모호함은 오히려 플러스가 됩니다. 그런 상태에 놓인 아이에게 야무지게 논리가 딱딱 맞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지요.

앞뒤가 딱딱 맞는 추리물을 의도했던 전작과는 달리 [두 번째 이야기]는 악몽의 논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이성적인 논리적 인과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더 중요시하는 것은 '왜 아이들이 미쳐 날뛰는가?'가 아닙니다. 그건 '왜 [세레나데]의 두 무용수가 서로를 끌어안는가?'라는 질문만큼이나 불필요합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린다면야 구체적인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캐릭터와 집단의 정서적 흐름을 따라 적절하게 클라이맥스를 쌓아 올린 영화라면, 이성적인 설명이 전혀 없는 영화라도 나름대로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자체 논리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형식은 호러물에 아주 잘 먹힙니다. 원래 공포 영화란 논리적인 것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지요. 오리지널 [더 헌팅]이나 [샤이닝]을 보세요. 주인공들을 미치광이로 몰고가는 것은 결코 설명될 수 있는 구체적인 괴물의 존재가 아닙니다.

파프리카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잘 짜여진 작품은 아닙니다. 아이디어는 분명 야심적이었지만, 시나리오는 그 야심을 모조리 소화시킬만큼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공포가 학교 전체로 퍼져가는 과정은 거칩니다. 세 주인공들의 등장 시간도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민아는 충분히 가이드 역을 하지 못하고 효신 역시 관객들한테서 감정 이입을 끌어낼 시간 여유를 얻지 못하지요. [두 번째 이야기]는 그 비논리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잘 짜여진 작품이 아닙니다.

전 영화의 부분부분이 더 좋았습니다. 교환일기는 창의적일 뿐만 아니라 상당히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일부러 사실적이 되려고 발버둥치지 않으면서도 요새 아이들의 어투를 자연스럽게 살린 대사들도 매끄러웠습니다. 억지로 호러 펀치를 노리지 않는 여유도 좋았으며, 날씬하게 삽입된 유머 감각도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전 민아를 시은과 효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과정 중 몇몇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특히 일기장의 사탕은요. 전 민아의 "난 사탕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라는 바보스런 대사가 이상할 정도로 시적으로 들렸습니다. 하긴 시란 그런 게 아닙니까?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장면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 의식적인 특수 효과가 개입될 때 나오지요. 불꺼진 강당의 피아노 장면은 노골적인 귀신들린 피아노 클리셰 때문에 작위적이었습니다. 귀신의 손이 민아를 '겁탈'하는 장면은 효과적이었지만 그만큼 서툴러 보이기도 했지요. 미쳐 날뛰는 아이들을 위에서 바라보는 효신의 얼굴이나 시은과 효신, 민아를 연결하는 텔레파시 같은 건 대본상에서나 스토리 보드 위에서는 그럴싸하게 보였을지 몰라도 정작 화면 위에서는 그렇게 잘 먹히지 않았어요.

듀나 어차피 노골적인 호러로 나갈 영화도 아니었으니, 어느 정도 중의성을 유지하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특수 효과를 전혀 쓰지 않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파프리카 국어 선생과 효신과의 관계도 그렇게 쓸모있었던 것 같지는 않군요. 지나치게 뻔한 게이-스트레이트 삼각 관계의 구도를 형성하기도 하고요. 효신과 시은의 키스신 역시 꽤 작위적으로 보였습니다.

듀나 글쎄요. 아주 쓸모 없지는 않았겠지요. 효신과 국어 선생의 관계 때문에 효신은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한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둘은 아주 대등한 관계로 사귀고 있었으니까요.

국어 선생은 몇몇 평론가들이 생각한 것처럼 '의식있는 교사의 좌절한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감독들이 그런 걸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요. 그는 단지 예민하고 약한 남자입니다. 민아의 친구 중 한 명이 국어 선생한테 소문과 맞서라고 외치는 장면도 오히려 효신과 다른 아이들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린 학생들이 하는 식으로 그에게 유치한 짝사랑을 보내고 있었지만 효신은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여러 면에서 효신은 국어 선생보다 어른스러웠습니다.

게이-스트레이트 삼각관계에 대해서는... 글쎄요. 그렇게까지 전형적이지는 않았다고 보는데요. 자살하는 사람은 시은이 아니라 효신이니까요.

저한텐 효신과 시은의 키스신도 꽤 타당해 보입니다. 효신은 '난 학교 때 저러지 않았는데'나 '요새 아이들은 저렇지 않아'라는 말이 통하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효신에게 그건 애정 표현이라기보다는 선언이었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 효신은 자신을 증명하고 엿같은 아이들과 선생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정말 뭐든지 했을 거예요. 물론 그 과격함을 시은이 따라가지 못한 것도 당연합니다.

파프리카 [두 번째 이야기]를 '세련된' 영화로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배우들의 질입니다. 주연이나 조연이나 모두 신인들인데, 모두 전편보다 훨씬 매끄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연기는 [텔미썸딩]의 베테랑들이 보여준 어설픈 쇼보다 훨씬 낫습니다.

듀나 그네들이 모두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공적은 각본과 연기 지도에 있지 않았을까요? 사실 우리가 놀려대는 어설픈 영화 연기의 상당 부분은 좋은 감독과 각본가에 의해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배우라고 하더라도 [텔미썸딩] 같은 영화에 나와서 "그럼 내가 범인이군요!" 따위의 바보같은 대사를 뻣뻣한 어조로 읊어야 할 상황에 몰린다면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겠지요.

[두 번째 이야기]에는 신인들이 충분히 가능성을 발휘할 만한 환경이 제공되어 있습니다. 특히 조연들은 사실적입니다. 주연들, 그 중에서 효신과 시은은 종종 껌광고 카피식 뻣뻣한 대사들과 마주칩니다만, 그것 역시 나무랄 건 아니지요. 정말 어떤 아이들은 그렇게 말을 하니까.

파프리카 민아 역의 김민선은 역에 아주 잘 맞습니다. 귀엽고 친근해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가이드 역에 적합합니다. 시은 역의 이영진이 보여주는 양성적인 모습 역시 역에 어울립니다. 하지만 효신 역의 박예진은 지나치게 화장품 광고 모델 같은 전형적인 미모여서 좀 더 개성적으로 보여야 할 효신의 캐릭터와는 아주 잘 맞지는 않는 듯 합니다.

듀나 그러나 더 성숙하게 보이기는 했습니다. 그건 역에 맞지요. 국어 선생과 데이트 장면은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파프리카 학생들을 연기한 어린 배우들에 비해 성인 배우들은 덜 어필합니다. 특히 국어 선생 역의 백종학은 지루했습니다.

듀나 전 교무실의 분위기가 사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민아네 반 담임은 너무 그럴듯했습니다. 전 정말로 그런 교사들을 마주 보며 학교를 다녔으니까요.

파프리카 사실, 우리는 이 영화에 나오는 학교의 사실성을 검증할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와 이 영화의 학교는 상당한 차이가 나니까요. 저나 그쪽이나 요새 학교 다니는 애들이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 나오는 애들은 왜들 그렇게 날씬하죠? 그 나이라면 쉬는 시간에 까먹은 도시락 때문에 한참 젖살이 통통할 때일 텐데요. 그런데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이나 엑스트라 중에도 뚱뚱한 애들은 없어요. 신체검사 때 50킬로를 넘겼다고 울상짓는 아이 있죠? 걔도 절대로 50킬로 안 넘어요. 넘을 리가 없어요.

듀나 급식의 성과인가 보죠. 그런데 참 식판이 깨끗도 하더군요. 정말 좋은 학교인가봐요. 건물도 좋고 강당도 근사하고...

파프리카 영어 제목이 [Whispering Corridors 2]가 아닌 [Memento Mori]인 것도 어느 정도는 그 때문이 아닐는지. 이 영화에 나오는 복도들은 결코 중... 아니 전편의 모 학교에 나왔던 일제 시대 복도들처럼 '속삭일 것' 같지 않습니다.

듀나 그 때문에 전편의 무시무시하게 한국적인 악몽은 사라졌지요.

파프리카 상관없죠. 영화는 더 보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까.

듀나 그런데 혹시 학교 다닐 때 교환일기 같은 거 쓰는 애들 있었어요?

파프리카 흠, 제가 아는 애들 중에는 없었어요. 새로 생긴 유행인가?

듀나 잡담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정리나 하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러 면에서 1편을 능가하는 수작입니다. 그러나 [여고괴담]을 보면서 꺅꺅 비명을 질러댔던 관객들이 이 영화에도 같은 반응을 보일 것 같지는 않군요. 그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99/12/28)

D&P

2.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그래서 위에 신나게 지껄였던 의견에 몇 마디 더 덧붙이고 싶어요.

*. 우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제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잘된 영화였습니다. 시나리오와 편집은 제가 기억했던 것보다 더 야무졌고 전에는 종종 어색해보였던 플롯도 지금은 무척 매끈해보이는군요. 아무래도 내용을 알고 복선을 염두에 두고 다시 보니까 영화가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이겠지요. 영화를 보고 '이게 무슨 소리야?'하고 고개를 저었던 분들은 다시 한 번 보시기를. 영화의 모양이 훨씬 단단하게 잡힐 겁니다.

*. 영화는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 시간과 기억이라는 소재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전 언제나 유령 영화의 진짜 주제는 시간과 기억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 전에는 몰랐는데, 사운드 디자인이 무척 잘된 영화였습니다. 네, 더 좋은 극장에서 봤답니다.

*. 하지만 몇몇 장면에 대한 불만은 많습니다. 특히 민아가 효신의 유령(?)한테 '겁탈' 당하는 장면은 어떻게 좀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의자 뒤와 책상 아래에서 배우가 손을 뻗는 대신 약간의 특수 효과만 써도 좋았을텐데요. 그 장면은 그냥 어떤 사람이 책상 아래에서 민아를 어루만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피아노 장면 역시 너무 직설적이고 국어 선생이 귀신들리는 장면은 없는 게 더 나은 것 같군요. 하지만 텔레파시는 두 번째 감상 때 훨씬 덜 어색하게 보였습니다. (00/01/06)

DJUNA


기타등등

후반부에 나오는 자살 장면은... 글쎄요. 손목을 긋는다고 다 죽는 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자살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영화에 나온 정도의 출혈로는 절대로 안 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