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롭 마샬 Rob Marshall

주연
장쯔이....사유리
Ziyi Zhang....Sayuri
공리....하츠모모
Li Gong....Hatsumomo
양자경....마메하
Michelle Yeoh....Mameha
오구 스즈카....치요
Suzuka Ohgo....Chiyo
쿠도 유키....펌킨
Youki Kudoh....Pumpkin
차이 친....아줌마
Tsai Chin....Auntie
모모이 카오리....어머니
Kaori Momoi....Mother
와타나베 켄....회장
Ken Watanabe....Chairman
야쿠쇼 코지....노부
Kôji Yakusho....Nobu
캐리-히로유키 타가와....남작
Cary-Hiroyuki Tagawa....The Baron
랜달 덕 김....크랩 박사
Randall Duk Kim....Dr. Crab
테드 레바인....데릭스 대령
Ted Levine....Colonel Derricks

사유리와 회장

자신이 속해 있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굉장히 매혹적인 작업입니다. 따라서 전 [게이샤의 추억]의 원작자인 아서 골든을 전적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그의 책을 읽을 생각은 여전히 들지 않지만요.

전 하나의 언어권에 속해 있는 이야기가 다른 언어에 의해 표현되는 과정도 좋아합니다. 우리에게 아주 당연한 언어 습관이 서구어로 번역되고 전환될 때 발생하는 그 독특한 느낌 말이에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종종 그런 과정은 양 세계 사이에 흥미진진한 중간지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원론적입니다. 그리고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원론적'이라는 말을 등장시킬 때는 그 '원론'이 제대로 먹히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뜻도 됩니다.

전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을 막 통독한 대학생처럼 서구 문화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떠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거의 [수지 왕의 세계]와 맞먹습니다. 그만큼이나 전형적인 예지요. 오히려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대부분의 서구지식인들에게 이런 건 거의 상식이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가 받고 있는 비판 대부분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예상되었던 것들입니다.

그 경계선을 찾기가 조금 힘들긴 합니다. 아마 골든의 책은 제가 막 본 롭 마샬의 영화보다 더 받아들이기 쉬운 작품일 거예요. 일단 그는 마샬보다 그가 그리는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고, 원래 작가들은 영화감독보다 자신이 다루는 재료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전 더 이상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게이샤의 추억]이 저에게 그렇게까지 좋은 오락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감각적 쾌락은 예상대로 컸습니다. 영화의 미술과 촬영은 무척 아름답고 주연을 맡은 여자배우들은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요요마와 이츠하크 펄만이 가담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도 좋은 편이었고요.

하지만 감각적 쾌락에만 의지하기엔 걸리는 게 너무 많습니다. 일단 언어부터 그렇습니다. 소설에서는 영어로 읽는 동안에도 그냥 이 사람들이 일본어를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아요. 왜 이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를 쓰거나 일본어를 쓰는 대신 종종 그 두 가지를 섞는 것일까요?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영어 억양이 다른 이유는 뭘까요? 왜 이들과 미국인들 사이엔 어떤 종류의 언어 장벽도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전 일본인들을 연기하기 위해 중국 배우들을 들여온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일본적인 외모와 중국적인 외모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 사이에 칼로 그은 것 같은 경계선이 그어진 건 아니잖아요. 아주 일본인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장쯔이와 (특히) 공리는 이 영화에서 무척 아름답게 나오기 때문에 전 그냥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배우들의 진짜 문제는 그들의 기존 이미지와 연기 스타일의 부조화 그리고 새로 받아 들인 언어의 사용 습관과 같은 것들입니다. 일단 양자경이 기모노를 입고 종종거리는 모습은 샤론 스톤이 게이샤 역을 맡는 것만큼이나 어색해 보였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양자경은 그 갑갑한 세계에 얌전히 머물러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장쯔이는 그보다는 자연스러웠지만 그 사람의 영어 연기는 뭔가 빠진 것 같습니다. 영어 실력을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몇 년 전엔 기초회화도 하지 못했던 사람이 이 정도까지 했으니 장족의 발전이죠. 단지 이 영화에선 그 사람의 북경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드라마틱한 느낌이나 위엄이 빠져 있습니다. 수동적인 일본 여성을 영어로 연기한다는 핸디캡이 이 배우 연기의 생명력을 반쯤 말려 버린 것이죠.

결정적으로 전 이야기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인류학적인 흥미는 있어요.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끊임없는 인내와 순종으로 점철된 [나비부인] 이야기와 다른 게 뭔가요? 주인공 사유리는 열정이 풍부하지도 않고 특별히 도전적이지도 않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구석이 좀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 날려버렸죠. 결국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나마 생명력이 느껴지는 사람은 공리의 캐릭터인 하츠모모 정도인데, 우린 결코 그 사람의 마음 속까지 들어가지 못하죠.

[게이샤의 추억]은 존재 가치가 있는 영화인가? 그런 질문은 부당하고 잔인합니다. 이 작품처럼 어느 정도 기술적인 완성도와 스타 파워를 가진 작품에 대해서라면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영화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게이샤와 30년대 일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들을 대신 보면 되지요. 그렇다고 마샬이 피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선 전혀 새로운 관점을 여기에 첨가한 것도 아니고... (06/01/17)

DJUNA

기타등등

존 윌리엄스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음악을 거절한 건 이 영화에 몰입하기 위해서였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