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전계수

주연
김꽃비....소단
천호진....우기남 사장
박준면....에리사
조희봉....영사기사/히로시
박영수....모스키토/청소부 송씨/표세동 박사
한애리....완다

자 봐라, 춤을

[삼거리 극장]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할 점은 이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나온 세 편의 영화들 중 가장 성공한 뮤지컬이죠. 그렇다면 이 영화가 모범이 되어 다른 뮤지컬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래도 이 점은 분명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엉성하게 장르의 겉껍질만 모방하고 끝났던 [다세포 소녀]나 [구미호 가족]과는 달리, [삼거리 극장]은 일단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배우들은 연기와 노래 모두에 훈련이 되어 있고 카메라는 그들 사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압니다. 안무와 노래의 질은 만족할만한 편이고 그들은 드라마 사이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삽입되어 자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삼거리 극장]은 뮤지컬처럼 보이고 뮤지컬처럼 들리고 뮤지컬처럼 움직입니다. 이 정도면 상당한 성공이죠.

여기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 그건 두 가지입니다. 우선 뮤지컬 스타일입니다. 영화는 뮤지컬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무대 뮤지컬의 매너리즘을 취하고 있는데, 당연한 선택이긴 하지만 그게 충분히 영화적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내용 전달인데, 노래 가사를 알아듣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차라리 자막이 있다면 도움이 될 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실제로 제작사에서도 자막을 넣을까 생각했던 모양이더군요.

영화의 내용으로 넘어가면... 영화는 영화보러 간다고 가출한 할머니를 찾아 삼거리 극장에 들어왔다가 매표소 직원으로 취직한 소단이라는 소녀의 모험담입니다. 이 극장에서는 밤마다 유령들이 나오고, 사장이라는 우기남은 일제 시대 때 우리나라 최초의 괴수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입니다. 소단의 할머니는 그 영화의 주역이었고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실 텐데, 그 추측은 맞습니다. [삼거리 극장]에서 정확한 시간대와 일관성 있는 연대기를 잡아내는 건 불가능해요. 공식적으로는 2005년 11월에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일제 시대 때 영화 감독이었던 남자가 아직 중년이고 (여기에 약간의 변명이 있긴 합니다) 그가 40년대에 만든 작품은 무성영화이며 그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전직 변사가 퇴마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삼거리 극장 위에 걸린 포스터 그림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은 일제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몇 십 년에 걸친 시간대를 커버합니다.

당연히 영화는 이 비논리적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모방과 차용을 동원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노골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용이죠. 누구는 여왕을 닮고, 누구는 앨리스를 닮고... 하는 식의 막연한 인용이 아니에요. 이 영화에는 [앨리스의 재판]과 [미친 티파티]가 변장도 별로 하지 않고 그대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록키 호러 픽쳐 쇼]와 팀 버튼의 영향도 노골적이고요. 특히 모스키토와 완다는 그냥 '팀 버튼 영화에서 빌려왔습니다'...라고 등에 써 붙인 캐릭터예요. 물론 모스키토는 [록키 호러 픽쳐 쇼]의 팀 커리 캐릭터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겠지만요.

인용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삼거리 극장]에서는 인용들이 지나치게 날 것으로 섞여 있어요. 그 때문에 관객들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대신 습관적으로 인용들의 출처를 밝히고 딱지를 붙이게 됩니다. 한 마디로 내용 자체에 집중하기 어렵고, 독창적인 내용을 찾기는 더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영화는 우기남 감독의 괴수 영화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이 전면에 떠오르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가 있긴 해요. 우린 일제 시대 때 자생적인 괴수 영화를 만든 적 없으니 그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역사죠. 여기에서 조 단테의 [마티니]와 같은 선례들을 찾을 수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이 조선판 미노타우르스 +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는 여전히 생산적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향수와 기억을 통해 연결되고 재해석되며 현대의 관객들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거죠.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무엇을 어떻게 저울질하느냐의 문제일 겁니다. [삼거리 극장]은 장점만큼 단점도 많은 영화이고 그 단점들도 각기 다른 식으로 저울질 될 수 있죠. 예를 들어 전 위에서 영화에 인용이 지나치게 날것으로 섞여 있다고 했지만 그 날 인용들이 영화의 흐름 안에 녹아들지 않은 것도 아니거든요. 중요한 건 구체적으로 집어낼 수 있는 장단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얼마나 먹힐 만한 영화를 만들었느냐인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전 어느 정도 성공이라고 보는 겁니다. (06/10/12)

DJUNA

기타등등

삼거리 극장에서 상영하는 유령선 영화는 알빈 라코프의 [Death Ship]이더군요. 적어도 포스터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