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론 언더우드 Ron Underwood

주연
샬리즈 테론....질 영
Charlize Theron....Jill Young
빌 팩스턴....그렉 오하라
Bill Paxton....Gregg O'Hara
라드 세르베지야....스트라서
Rade Serbedzija....Strasser
레지나 킹....시실리 뱅크스
Regina King....Cecily Banks
피터 퍼스....가스
Peter Firth....Garth
나빈 앤드류즈....핀디
Naveen Andrews....Pindi
데이빗 페이머....해리 루벤
David Paymer....Harry Ruben
로버트 위즈덤....크웰리
Robert Wisdom....Kweli
크리스찬 클레멘슨....잭
Christian Clemenson....Jack
제프리 블레이크....번
Geoffrey Blake....Vern
로렌스 프레스먼....베이커 박사
Lawrence Pressman....Dr. Baker
린다 펄....루스 영 박사
Linda Purl....Dr. Ruth Young
미카 부렘....어린 질
Mika Boorem....Young Jill
코리 벅....제이슨
Cory Buck....Jason
리즈 조지스....제이슨의 어머니
Liz Georges....Jason's Mother

1.

[마이티 조 영]은 1949년에 만들어진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원작은 오리지널 [킹콩]의 제작자들이 왕년의 인기를 한 번 더 끌어보려고 만든 고릴라 영화였지요. [킹콩]과 같은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특수효과 역사상 꽤 중요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윌리스 오브라이언과 레이 해리하우젠이라는 두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거장들이 처음 만난 영화니까요. 추적 장면 몇 군데는 지금 봐도 어떻게 찍었는지 알 수 없을만큼 굉장합니다. 따로 장면들만 본다면 [킹콩]을 능가하죠.

리메이크는 원작을 얼마나 충실히 따랐을까요? 글쎄요. 기본 내용은 같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 거대한 고릴라를 만나고, 고릴라와 고릴라의 여자 주인을 함께 미국에 데려오죠. 한동안은 잘 지내는 듯 싶었는데, 결국 고릴라는 우리에서 탈출해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20세기 말에 만들어진 작품답게 영화에 환경주의적인 요소가 더 깊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쇼비즈 사람들이었던 전작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리메이크의 주인공들은 환경주의자들입니다. 고릴라를 미국으로 데려온 이유도 더 고상해졌고 사악한 밀렵꾼 악당들이 등장하자 조의 난동도 나름대로 동기가 더 야무지게 섰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닙니다. 사실 아무도 [마이티 조 영]을 줄거리 때문에 보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고릴라죠. 반세기가 흐른 뒤, 헐리웃은 어떻게 새 고릴라를 만들었을까요?

글쎄요... 이제 꽤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모든 게 다 쓰였습니다.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 실물 크기의 로봇, 컴퓨터 그래픽. 모두 적재적소에서 사용되었지요. 그런데 아세요? 이 영화에서 가장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입니다! 개념만 따진다면 리메이크 작은 오리지날보다 퇴보한 셈이죠. 제가 전에 놀려댔던 리메이크 [킹콩]과 별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이지 않습니다. 리메이크 [킹콩]과는 달리 이 영화의 고릴라는 놀랄만큼 사실적이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거대한 고릴라 괴물인 척하는데 그게 사실적일 수 있냐고요? 일부는 카메라와 대상의 위치를 이용해 그럴싸하게 관객들을 속여넘기는 고전적인 헐리웃 특수 효과나 블루 스크린을 이용한 화면 합성 덕입니다. 그러나 진짜 공로는 릭 베이커에게 돌려야 할 겁니다. 네, 리메이크 [킹콩]에서 고릴라 옷을 입고 세트 안을 돌아다녔던 그 남자 말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고릴라 조 영은 베이커가 만든 유인원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습니다. 스탠 윈스턴과 릭 베이커를 비교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고릴라에 대해서는 베이커가 윈스턴보다 몇 수 위입니다. 윈스턴이 담당한 [콩고]와 비교하면 알 수 있죠.

하여간 영화 속의 조 영은 정말 굉장한 괴물입니다. 적절한 미니어처 세트와 컴퓨터 그래픽이 결합하자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은 사라지고 2톤 짜리 고릴라만 남은 것이죠. 그것도 어이가 없을 정도의 저예산으로 말입니다.

2.

아까도 말했지만, 줄거리만 따진다면 리메이크는 원작보다 낫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질과 그렉의 로맨스야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도 악당들의 등장은 별 재미가 없거든요. 특히 그들이 뻔하디 뻔한 음모를 지나치게 길게 끄는 통에 영화의 흐름이 갑갑해질 정도로 느려지기까지 했습니다. 공식을 따라가더라도 영화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겁니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간단하게 환경주의적 선악 구분을 해놓은 통에 다루는 주제가 오히려 왜곡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구상의 다른 모든 문제들처럼 환경 문제는 홀로 서 있는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런 단순한 구분은 영화에 의도하지 않았던 인종차별적인 요소까지 심어놓게 됩니다. 기왕 다룰 거라면 조금 더 신중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각본은 훌륭한 액션을 제공해주는 도구로서는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오리지널 고아원 장면을 대체한 유원지 장면의 액션도 좋고 원작에는 없었던 흥미로운 유머를 제공해주기도 하니까요. 초반에 나오는 그렉과 조 영의 추격전 역시 대단한 볼거리고요.

배우는 어떨까요? 샬리즈 테론은 오리지널 질을 연기한 테리 무어보다 훨씬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에선 이상하게 50년대 분위기를 풍기는 그 사람의 외모 역시 영화에 잘 어울렸고요. 빌 팩스턴의 그렉 역시 그 사람 특유의 성실함 때문에 좋았습니다. 그러나 라드 세르베지야의 연기는 좀 오버가 심한 듯 합니다. 하긴 역 자체가 그런 것이긴 하지만요.

참, 테리 무어와 레이 해리하우젠이 카메오로 잠시 나옵니다. 그들은 파티 손님으로 나와 질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눈답니다. :-)

Terry Moore: She reminds me of somebody, but I can't think who it is.
Ray Harryhausen: You, when we first met. (00/04/03)

DJUNA

기타등등

영화 앞에 나왔던 RKO 영화사의 로고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늘 흑백으로만 보아왔던 그 로고를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칼라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