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허우 샤오시엔 Hsiao-hsien Hou

주연
서기....비키
Qi Shu....Vicky
잭 카오....잭
Jack Kao....Jack
투안 춘하오....하오하오
Chun-hao Tuan....Hao-Hao

비키

[밀레니엄 맘보]의 줄거리는... 글쎄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비키라는 젊은 여자인데, 2010년 쯤 되는 미래에서 2001년에 자기가 겪었던 일들을 3인칭으로 회상합니다. 새 밀레니엄을 맞은 2001년에 비키는 남자 친구와 연애를 좀 했다가 헤어지고 몇명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가 나중에 영화제의 도시 유바리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네, 이게 다예요. 하지만 허우 샤오시엔의 이름을 알고 찾아온 관객들이야 그 정도는 각오했겠지요.

영화 하나만 따진다면,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서술 방식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미래의 시점에서 과거인 현재를 회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를 사는 젊은이의 이야기이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여성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죠. 종종 영화의 나레이션은 화면 위에 뜨는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는 대신 미리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왜 이런 식의 방식을 택했을까요? 제 생각엔 이건 충격 예방 요법인 것 같습니다. [밀레니엄 맘보]의 소재는 허우 샤오시엔이 이전에 다루었던 세계가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그의 영화는 대부분 과거 지향적이었고 개인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과거보다는 현재를 다루고 있고 그와 거의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 세계를 바깥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몸에 해롭죠. 영화를 회고조로 처리하면 새로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과거 지향에 익은 체질을 고수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성공했을까요? 그건 여러분이 어느 쪽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화면은 종종 아름답고 주연 배우 서기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허우 샤오시엔의 스타일이 현대 젊은이들의 쿨한 세계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 [밀레니엄 맘보]가 그의 이전 영화처럼 분명한 실체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네, 그의 이전 영화들도 다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지루함은 참고 견뎌내면 보답이 있는 지루함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밀레니엄 맘보]는 그냥 지루하기만 합니다. 영화는 현대 젊은이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걸 보여주지도 않고, 특별히 깊이있게 접근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냥 이들의 껍데기 뿐입니다. 그리고 그 껍데기도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건 아니지요. 그런 걸 보여줄만큼 애들 정신이 또렷하지도 못하고요. 그들은 그냥 카메라 앞에 존재할 뿐입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스타 서기도 이런 얄팍함에 일조하는 듯 합니다. 아니, 그 사람이 특별히 잘못한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허우 샤오시엔이 이전에 만든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관음적인 느낌이 강한 건 서기 때문일 겁니다. 예쁜 사람들을 바라보는 건 나쁜 일이 아니고 그런 걸 추구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이 영화는 그러느라 정작 해야할 일들을 놓쳐버리는 것 같더군요.

모르겠어요. 다시 보면 더 나아질지. 하지만 다시 볼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현대 중국어권 젊은이들의 삶을 다룬 더 재미있는 영화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비키의 지루한 세계로 다시 돌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03/05/16)

DJUNA

기타등등

아마 제가 영화 속에서 서기의 진짜 목소리를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일 거예요. 대부분 광동어 더빙이었을테니. (아, 더빙이 아니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