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누난 Chris Noonan

주연
르네 젤위거....비어트릭스 포터
Renée Zellweger....Beatrix Potter
유안 맥그리거....노먼 원
Ewan McGregor....Norman Warne
에밀리 왓슨....밀리 원
Emily Watson....Millie Warne
바바라 플린....헬렌 포터
Barbara Flynn....Helen Potter
빌 패터슨....루퍼트 포터
Bill Paterson....Rupert Potter
매타이록 깁스....미스 위긴
Matyelok Gibbs....Miss Wiggin
로이드 오웬....윌리엄 힐리스
Lloyd Owen....William Heelis
안톤 레서....해롤드 원
Anton Lesser....Harold Warne
데이빗 밤버....프루잉 원
David Bamber....Fruing Warne
패트리샤 케리건....피오나
Patricia Kerrigan....Fiona
주디스 바커....힐다
Judith Barker....Hilda
크리스 미들턴....손더스
Chris Middleton....Saunders
루시 보인튼....어린 비어트릭스 (10살)
Lucy Boynton....Young Beatrix (10)
올리버 젱킨스....어린 버트람 (4살)
Oliver Jenkins....Young Bertram (4)
리처드 멀홀랜드....애슈턴 클리포드
Richard Mulholland....Ashton Clifford

비어트릭스 포터

비어트릭스 포터의 인생이 영화 한 편을 만들만큼 극적인가요? 영화를 보기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지식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특별히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고요. 포터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산 사람이죠.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했잖아요. 물론 그 사람에게도 로맨스가 있었고 갈등도 있었지만, 드라마틱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미스 포터]가 지루하고 의미없는 영화이냐... 확실히 심심한 구석이 있긴 해요. 극장용 영화치고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착하기도 하고요. "주인공은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환경 운동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끝나는 영화잖아요. 영화를 보다보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게 되고 "아, 맞아, 이 사람은 십 년 전에 [베이브]를 만들었지!"라고 중얼거리게 됩니다.

솔직히 전 이렇게까지 영화를 착하고 어린이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비어트릭스 포터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자신의 창조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순진무구한 '동화작가' 스테레오타입으로 묘사된 건 조금 걸립니다. 왜들 동화작가들을 몸만 자란 어린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포터는 예쁜 동물들이 나오는 그림책의 저자이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업적을 남긴 과학자이기도 했어요.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자신의 발견 때문에 여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영국 왕립 식물학회와 한 판 붙기도 했고요. 그리고 포터의 그림들을 자세히 보세요. 그런 정교한 그림들은 대상에 대한 냉철한 이해 없이는 쉽게 태어날 수 없다고요.

그러나 이 착하고 순진무구하고 귀여운 영화의 분위기와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미스 포터]는 지루하거나 얄팍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영화가 짧아요. 92분 정도죠. 그리고 아무리 영화가 포터를 살아 숨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인물로 단순화시켜도,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의미는 남아 있습니다. [미스 포터]는 여자들이 가정의 포로일 수밖에 없었던 빅토리아조 시절에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스스로의 삶을 쟁취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직업적인 면만 봤을 때 그 과정이 좀 손쉽긴 했어요. 하지만 이야기가 출판업자 노먼 윈과의 로맨스로 흘러가면서, 영화는 어떻게 비어트릭스 포터가 동시대의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었는지 분명히 합니다. 한 마디로 스스로의 힘과 재능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어디선가 버지니아 울프의 메아리가 들려오는군요.

그리고 이 착하고 귀여운 느낌도 정말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비어트릭스 포터의 전기 영화를 만들면서 살아 움직이는 피터 래빗을 넣지 않는다면 서운하지 않겠어요? 절망한 비어트릭스 포터로부터 달아나는 그림 동물들 묘사 같은 건 훌륭한 시적 표현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 영화가 묘사한 비어트릭스 포터와 노먼 윈의 로맨스는 정말로 사랑스럽습니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사람들의 귀엽고 열정적인 연애담이지요. 노먼의 동생 밀리와 포터와의 관계 역시 그만큼이나 따사롭고 보기 좋게 그려졌고요. 다소 지나치게 귀여울지는 몰라도, [미스 포터]는 경제적이고 명쾌한 로맨스입니다. (07/01/08)

DJUNA

기타등등

비어트릭스 포터의 전기 영화에서 맥그리거라는 성을 가진 배우가 이처럼 순진무구하게 착한 인물로 등장한다는 건 참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