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서극 Hark Tsui

주연
이심결....고징
Angelica Lee....Dr. Gao Jing
양락시....샤오카이
Isabella Leong....Chen Xiao Kai
장첸....사이먼
Chen Chang....Simon
양가휘....에드워드 통 박사
Tony Leung Ka Fai....Dr. Edward Tong
곽효동....궈동
Xiaodong Guo....Dave Chen Guo Dong

(간접적으로나마 스포일러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고징

서극이 호러 영화를 찍은 적 있었던가? [접변]과 [지옥무문]은 나름 호러 장르에 발을 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 영화들도 순수한 호러라고 보기는 어렵고, 원래 정교한 심리묘사와는 거리가 먼 감독이니 [미싱: 심해심인]은 예외적인 영화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시작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영화였죠. 그건 만드는 사람들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고징이라는 정신과의사입니다. 징은 옛 환자이자 친구인 샤오카이의 오빠인 사진작가 궈동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세 사람은 휴가를 내서 일본 요나구니의 해저 유적을 탐사하러가는데, 그 동안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서 고징만 구조되고 궈동은 실종됩니다. 며칠 뒤 머리가 없는 궈동의 시체가 발견되지요. 병원에 돌아온 징에게 아직도 죽은 애인이 눈에 보인다는 사이먼이라는 환자가 궈동의 소식을 전하는데, 그 뒤로 징의 눈에는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디 아이]의 이름 뿐인 속편처럼 흘러갑니다. 이심결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눈에 중국 귀신들이 보인다는 이야기니까요. 단지 이 영화의 귀신 묘사에는 팡씨 형제의 감각이 없습니다. 서극이 그리는 귀신들은 투박하고 촌스러우며 우스꽝스럽습니다. 게다가 서극은 종종 자기가 만드는 영화의 장르를 까먹고 있더군요. 종종 코믹무협물에나 어울릴 장면들이 툭툭 튀어나와요. 전 괜찮아요. 그런 투박함과 우스꽝스러움도 보고 즐길만 하니까요.

[디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싱: 심해심인]에서는 로맨스가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잘하면 좋겠지만, 로맨스도 사실 서극의 장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고징과 궈동이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불멸의 사랑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보여지는 것은 별로 없고 주장만 있을 뿐이어서 영화가 원한 만큼의 효과는 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영화가 끝까지 서극판 [디 아이]로 가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반전이 있지요. 그 반전은 무엇이냐. 이런 영화에 반전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는 다들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미싱: 심해심인]은 믿을 수 없는 주인공을 내세운 주관적인 진실을 다룬 영화입니다. 물론 그 주관적인 진실 뒤에 있는 객관적인 진실이 무엇이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은 이걸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 복잡할 것도 없는 이야기인데 결말이 한 수십 개는 됩니다. 설명만 해도 영화의 4분의 1은 잡아먹는 것 같아요. 보다보면 대부분 관객들은 지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전 뭐 "얘들이 언제까지 저러나 보자"하고 나름 즐겁게 봤습니다. 하지만 이게 성공적인 시도였다고는 죽어도 말 못하죠.

남은 것은? 배우들은 참 열심히 합니다. 각본을 보면 그렇게 열심히 할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다들 프로더라고요. 전 순전히 이심결과 양락시를 보러갔는데, 영화가 이심결의 미모를 그렇게 잘 살려주는 편은 아니더군요. 메이크업이고 헤어고 뭔가 그렇게 잘 맞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포스터 사진은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리고 양락시는 그냥 예쁩니다. 특히 중반에 고스족 분장할 때는요. 이 사람 캐릭터에서 서브 텍스트가 읽히는 건 제 뇌가 썩어서 그렇겠죠. (09/08/28)

DJUNA

기타등등

요나구니의 해저 유적과 관련된 고대 문명 미스터리로 흘러가길 바랐던 관객은 저 뿐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