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

주연
게리 시니즈....짐 맥코넬
Gary Sinise....Jim McConnell
돈 치들....루크 그레이엄
Don Cheadle....Luke Graham
코니 닐센....테리 피셔
Connie Nielsen....Terri Fisher
제리 오코넬....필 올마이어
Jerry O'Connell....Phil Ohlmyer
킴 딜레이니....매기 맥코넬
Kim Delaney....Maggie McConnell
팀 로빈스....우디 블레이크
Tim Robbins....Woody Blake
피터 오터브리지....세르게이 키로프
Peter Outerbridge....Sergei Kirov
케이번 스미스....니콜라스 윌리스
Kavan Smith....Nicholas Willis
질 티드....르네 코테
Jill Teed....Renee Cote
엘리즈 닐....데브라 그레이엄
Elise Neal....Debra Graham
로버트 베일리 주니어....바비 그레이엄
Robert Bailey Jr....Bobby Graham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2020년 인류는 마침내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립니다. 하지만 화성의 시도니아에 착륙한 탐사대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재난을 당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생존자와의 통신도 두절되고 말아요. 생존자를 구출하러 온 두번째 탐사대는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고...

2.

[미션 투 마스]는 근미래를 무대로 한 하드 SF입니다. 이 영화에는 초광속 우주선도, 반중력 장치도 나오지 않습니다. 우주선은 뉴튼의 운동법칙에 따라 건실하고 둔하게 움직이며, 우주전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이런 작품은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진짜 단단한 과학적 기반을 갖춘 작가들만이 이런 엄격한 현실의 제약을 이용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서툰 작가들은 다양한 제약 안에 갇혀 허둥대다가 할 이야기도 못하고 맙니다.

[미션 투 마스]는 어느 쪽일까요? 글쎄요. 이 영화에는 건실한 하드 SF 영화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시각적 사실성이 있습니다. 거대한 배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화성 우주선을 바라보는 것은 즐겁습니다. 회전하며 인공 중력을 일으키는 실내의 정교한 디테일을 감상하는 것도 드문 경험입니다. 영화 속의 주 무대인 시도니아 역시 믿음직스럽게 표현되었고요.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이런 하드 SF의 설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전문가들의 고증을 받았지만, 그 고증은 디테일을 도와주는 것이었을 뿐, 정작 스토리나 아이디어와는 별 상관이 없었지요. 그런데 진짜 하드 SF에서 과학은 핵심이어야 한단 말입니다.

이랬으니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하드 SF를 자처하면서도 미심쩍은 설정과 비약을 남발하는 줄거리 부분입니다. 특히 궤도 근처의 조난 장면은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만약 영상 없이 시나리오만 읽었더라면 더욱 믿을 수 없었을 거예요.

두번째는 기반이 모자라자 슬슬 표절로 기울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어정쩡하게 베낀 것 같습니다. [2001]이 워낙 막강한 작품이었으니 영향을 받았다는 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걸 제대로 모방도 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지요. 심지어 영화는 클라크의 작품이 왜 그렇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후반부의 처리를 보면 그걸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2001]처럼, 중반까지 하드 SF인척 하다가 후반부에 이르자 갑자기 신비주의로 떨어집니다. 흔한 일이죠. 이런 신비주의는 하드 SF라는 장르에 상당히 많고 성공적인 작품들도 상당하니까요. 이들이 표절한 엄밀한 과학적 연역에 의해 스토리를 밟아올라가는 작품들은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불가지론적인 입장을 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경외감이나 불가지론과는 상관 없습니다. 그냥 클라크를 흉내만 냈을 뿐이니까요. 반대로 영화는 모든 신비스러운 사건들을 완벽하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지나치게 설명적이 된 화면은 50년대 SF에 종종 나오는 다큐멘터리 클립처럼 변해 버렸죠. 신비주의에서 신비를 빼버렸으니 뭐가 남는 거죠?

게다가 그 설명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화성인들이 항성간 여행이 가능할 만큼 발달한 종족이었다면 왜 떨어지는 소행성 하나 막지 못했는지? 자기네가 떨어뜨린 '생명의 씨앗'을 하나하나 통제한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DNA 구조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지구에 그렇게 신경을 쓸만큼 자상한 종족이었다면 왜 다시 돌아오거나 화성을 다시 살려내지 않았는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마 장르의 희소성 때문인가봐요. [미션 투 마스]가 선보인 영상은 할리우드에서도 꽤 희귀한 것이었으니까요. 게리 시니즈나 팀 로빈스와 같은 좋은 배우들이 열심히 뛰어서 떨어지는 질을 보충해주기도 했고요. '화성의 얼굴'에 대해 꽤 그럴싸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좋았고 오래간만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았습니다. 제대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보기 즐겁더군요. (00/05/09)

DJUNA

기타등등

과연 몇 억년 전에 떠난 화성 종족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나 할까요? 전 맥코넬의 앞날이 자꾸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