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선동

주연
한석규....진만
신은경....수희
공형진....영승
서신애....다나
김수미....진만 모
이주현....남규
염현희....주하
김숙....은진 엄마

수희와 진만

[미스터 주부퀴즈왕]은 내용을 알기 위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는 영화입니다. 그게 당연한 것이, 관객들을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코미디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뻔한 건 남자 주부가 주부퀴즈 대회에 나간다는 튀는 설정 때문이기도 해요. 튀는 설정을 시작점으로 삼은 영화들의 이야기 전개는 대부분 예측가능하죠. 그런 영화들에서 중요한 건 창의적인 전개가 아니잖아요.

단지 시간축을 고려한다면 약간의 차별성이 생깁니다. 그건 일하는 여성과 전업주부 남성에 대한 사회의 관점이 어떤가에 달려있죠.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미스터 주부퀴즈왕]은 여전히 과도기적인 영화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룬 [미스터 맘]과 같은 작품들보다는 꽤 위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진만이 주부가 된 과정은 선배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 다니다가 잘렸지요. 방송인인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그냥 주부로 주저앉은 거고요. 차별성은 진만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말로는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지만, 진만은 주부 일이 너무 좋습니다. 괜히 맞지 않는 일을 하느니, 이대로 살고 싶어요.

진만의 미래 경로를 결정짓는 건 주부퀴즈 대회입니다. 원래는 나갈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웃 아줌마들과 계를 하다가 계주가 돈을 들고 튀는 바람에 빈 돈을 채우려고 퀴즈 대회에 나간 거죠. 그러다 스타가 되고 돈이 생긴 건 좋은데, 그 때문에 부부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진만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진만의 아내 수희의 이야기가 삽입됩니다. 수희는 아직 젊디젊은 30대 중반이지만 어리고 예쁜 여자들만 찾는 국내 방송세계 속에서는 이미 몇 물 간 노인네지요. 수희는 어떻게든 그런 환경 속에서 밟히지 않고 살아남으려 노력하는데, 그러는 동안 남편이 아빠 수술비 마련하려고 든 적금을 다 날려버리고 대한민국 남성주부를 대표한다면서 혼자 유난을 떠니 신경이 긁힐 수밖에요.

솔직히 이 두 사람의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과정은 좀 불공평합니다. 진만의 일이 술술 풀리는 동안 수희는 그 후폭풍을 혼자 다 견뎌야 하지요. 심지어 결말의 '감동' 이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야 감동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건 전국 시청자들 앞에서 이미지를 먹고 사는 방송인 아내의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는 거잖아요. 여전히 여자 쪽을 고려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랄까.

그래도 진만이 괜히 어거지 남성성에 얽매이는 대신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걷는 건 보기 나쁘지 않습니다. 한석규의 목소리 연기가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도 안정되어 있고요. 이 정도면 다들 할 일은 한 거겠죠. (05/09/14)

DJUNA

기타등등

방송인 카메오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