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 로지 Joseph Losey

주연
모니카 비티....모데스티 블레이즈
Monica Vitti....Modesty Blaise
테렌스 스탬프....윌리 가빈
Terence Stamp....Willie Garvin
더크 보가드....게이브리얼
Dirk Bogarde....Gabriel
해리 앤드루스....제럴드 태런트 경
Harry Andrews....Sir Gerald Tarrant
마이클 크레이그....폴
Michael Craig....Paul
클라이브 레빌....맥위터
Clive Revill....McWhirter
앨리젠더 녹스....장관
Alexander Knox....Minister
로셀라 포크....포더길 부인
Rossella Falk....Mrs. Fothergill
스킬라 게이블....멜리나
Scilla Gabel....Melina
마이클 초우....웽
Michael Chow....Weng

모데스티

[모데스티 블레이즈]는 1960년대에 나온 가장 이해가 안되는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당시 유행했던 스파이 코미디입니다. 동명의 영국 만화가 원작이고요. 장르나 내용 선택 자체는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상한 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조셉 로지가 감독이고, 모니카 비티와 더그 보가드와 같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있답니다. 어디선가 고상한 유럽 예술 영화를 만들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갑자기 한 자리에 모여서 60년대 버전 [오스틴 파워즈]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영화의 내용은... 글쎄요... 그런 게 있다고 봐야 하나... 모 중동 왕국의 소유인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스파이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영국 정보부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지키기 위해 전직 도둑인 모데스티 블레이즈를 고용하고 모데스티의 적수인 악당 게이브리얼은 그 다이아몬드를 훔치려 합니다... 네, 아마 그런 이야기일 거예요. 중간중간에 쓸데없이 이야기가 옆길로 흘러서 방향을 잡기가 힘들지만 말이에요.

영화의 분위기는 정체불명입니다. 아마도 코미디인 것 같아요. 경박한 60년대식 주제가, 거의 무정부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 모데스티 블레이즈의 놀라운 옷 갈아입기 실력 따위를 보면 말이에요. 하지만 영화는 충분히 우습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액션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드라마가 강한 것도 아니며, 풍자의 힘이 강한 것도 아닙니다. 영화는 그냥 생각없이 흘러가기만 해요. 작품 곳곳에 오리지널에 대한 야유와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오스틴 파워즈] 시리즈와는 달리, 이 이 영화에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니, 애정이 뭐예요. 감정 비슷한 것도 찾기 힘들어요.

왜 조셉 로지는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그는 그냥 즐기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대답했답니다. 하긴 늘 심각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재미없는 일이고, 예술 영화 전문 좌파 감독이라는 딱지를 떼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을 겁니다. 자의로건 타의로건, 예술가로서 자신을 제한하는 것은 분명 갑갑한 일이니까요. 문제는 그가 이런 방면에 그렇게 재주가 있는 남자가 아니었고 별 관심도 없었다는 거였겠죠. 코미디도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배우들은 로지보다 더 즐기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더그 보가드의 코믹 악당 역은 뜻밖이지만 예상 외로 효과적입니다. 테렌스 스탬프의 파트너역도 나쁘지는 않고요. 단지 주연인 모니카 비티는 좀 거슬리는군요. 이 사람의 탁한 이탈리아 악센트는 그냥 넘어간다고 쳐도, 이미지가 맞지 않아요. 이 사람 이미지는 안토니오니의 예술 영화에서는 그럴싸하게 맞을지 몰라도 60년대 만화 액션 영화 주인공엔 별로 어울리지 않는군요. 꼭 배우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모데스티 블레이즈]의 진짜 가치는 60년대 팝 컬쳐의 유물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유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의 어정쩡한 느낌도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르죠. (02/07/30)

DJUNA

기타등등

미라맥스에서 리메이크 계획 중이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