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나단 노시터 Jonathan Nossiter

로버트 파커

[징후와 불안]의 감독 조나단 노시터는 영화감독이기도 하지만 숙련된 와인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신작 영화 [몬도비노]에서, 그는 그 두 열정을 결합시켰습니다. 와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이죠. 그는 3년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와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전쟁과 음모, 암투를 담았습니다. 이 영화는 올해 칸느 영화제 개막 1시간 전에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으로 편집되어 공식 경쟁작으로 출품되었고 135분 길이로 재편집된 버전이 토론토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이게 아마 올해 유럽 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 같은데요. 노시터는 이 작품을 10시간짜리 10부작 시리즈로 재편집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영화 도입부의 분위기는 한가하고 가벼우며 기만적입니다. 하지만 가볍게 전세계 와인 전문가들을 취재하는 것 같던 영화는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마을 사람들과 몬다비라는 미국 브랜드의 전쟁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그 뒤로 노시터는 마치 종군기자라도 되는 양 이 전쟁에 가담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와인 세계를 뒤흔드는 세계화 현상과 그를 둘러싼 전쟁을 박진감 넘치게 잡아내죠.

어느 정도 러닝 타임이 흐르면 와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전세가 파악됩니다. 몬다비 가족,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 전세계적인 와인 전문가 미셸 롤랑이 대표하는 미국식 신식 와인 문화와 에메 기베나 위베르 드 몽티유가 대표하는 보수적인 프랑스 와인제조업자의 대결, 브랜드와 테루아의 대결, 세계화와 그 반대자들의 대결.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흥미진진해서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발효한 포도즙을 내다 파는 이 작은 세계에 이렇게 재미있는 드라마가 숨어 있었는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조나단 노시터의 위트 넘치는 접근법 덕택에 이 드라마는 더 재미있어집니다. 그는 정말로 얄미운 사람입니다! 싱글싱글 웃으며 와인전문지식을 흘리는 그의 외양에 속아 카메라 앞에 섰던 사람들은 나중에 영화를 보고 기가 막혔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 묘사된 자기네들의 모습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죠. 노시터는 사람들을 방심시켜 할 말 못할 말 다하게 하고, 몇 초 정도의 간략한 묘사로 그들을 인간적인 면을 폭로하는 놀라운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FBI 모자를 옆에 두고 작업하는 로버트 파커, 무신경하고 건성인 남편 때문에 뻘쭘해하는 프레스코발리 부인, 언제나 메피스토펠레스처럼 과시적인 웃음을 흘리는 미셸 롤랑. 이들의 이야기는 자의적으로 이런 특성들을 강조하는 얄미운 편집 덕택에 더 날카로워집니다.

노시터는 무어처럼 공개적으로 한 쪽 편을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나치게 객관적이라고 부당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그는 분명 고유의 개성을 파괴하고 잘 팔리는 와인만을 만들어내는 세계화에 대해 걱정하며 옛 전통과 개성을 수호하려 하는 드 몽티유 같은 사람들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재미도 편 안드는 척하며 편을 드는 그의 음흉한 술책에 있지요. 노시터는 자기 입으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설적인 짓 따위는 안합니다. 자신이 비판하는 대상의 입에서 그 메시지가 직접 나오도록 만들죠.

135분으로 재편집하긴 했지만 영화는 여전히 살짝 긴 듯합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일반 관객들이 소화해야 할 정보가 많은 거죠. 곧 나온다는 10시간짜리 시리즈는 이에 대한 좋은 대안이 되어 줄 겁니다. 하지만 전 이 편집본도 정말 좋군요. 무심하고 우아한 어투로 어마어마한 정보량을 집어던지면서 속도감 넘치게 진행해가는 이 영화의 접근법은 정말로 흥미롭거든요. 보고 있으면 와인 맛을 전혀 즐기지 못한다는 게 화가 날 지경입니다. (04/11/03)

DJUNA

기타등등

다들 눈치챘으면서도 어떻게 이야기에 끼워넣을지 몰라 망설이는 정보가 하나 있는데, 그건 이 영화에 엄청나게 많은 개들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와인에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서너마리씩 개를 키워야 하는 법규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을 삼가고 싶군요. 이 영화의 뻔뻔스러운 재미 중 하나라는 것밖에.

사이트를 몇 개 소개합니다. 우선 이 영화의 다스 베이더 로버트 몬다비의 사이트입니다. 로버트 파커의 공식 사이트는 여기 있고요. 미셸 롤랑은 공식 사이트가 없지만 그의 대외 이미지가 어떻게 소개되고 있는지 아시려면 여기로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