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닥터 Pete Docter
데이빗 실버맨 David Silverman
리 언크릭 Lee Unkrich

주연
존 굿맨....제임스 P. '설리' 설리번
John Goodman....James P. 'Sulley' Sullivan
빌리 크리스탈....마이클 '마이크' 와조스키
Billy Crystal....Michael 'Mike' Wazowski
메리 깁스....부
Mary Gibbs....Boo
스티브 부세미....랜들 복스
Steve Buscemi....Randall Boggs
제임스 코번....헨리 J. 워터누스
James Coburn....Henry J. Waternoose
제니퍼 틸리...실리아
Jennifer Tilly....Celia
밥 페터슨....로즈
Bob Peterson....Roz
존 라젠버거....예티
John Ratzenberger....Yeti
프랭크 오즈....펑거스
Frank Oz....Fungus

설리와 마이크

미국과 같은 나라의 가정집에서 벽장 문이 다른 문들과 똑같이 생겼다는 단순하고 별 의미없는 사실은 두 가지 흥미로운 부록을 탄생시켰습니다. 하나는 진짜 문과 헛갈려 벽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고전적인 코미디이고 다른 하나는 '벽장 속의 괴물'에 대한 환상입니다. 하긴 침대에 누워 꼭 진짜 문처럼 생긴 벽장문을 노려보다보면 온갖 생각이 다 들기 마련입니다. 특히 불이 꺼진 컴컴한 방 안에서는 말이에요. 문을 열어봐야 벽장밖에 없다는 건 자기도 알겠지만, 원래 귀납법이란 한계가 있는 방법론이잖아요?

[몬스터 주식회사]도 이와 같은 환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만약 정말로 괴물들이 존재한다면? 좋아요. 존재한다고 치죠. 그렇다면 왜 그 괴물들은 아이들을 겁주려고 하는 것일까요?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다, 아이들의 비명을 에너지로 쓰는 괴물들의 나라와 그 비명을 얻어내기 위해 아이들을 겁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몬스터 주식회사]도 괴물들의 일상성과 정상적인 면을 강조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그래요. 제임스 P. 설리번이나 마이크 와조스키같은 뻔하고 정상적인 이름을 가진 주인공들은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직장 문제로 고민하고, 애정 문제로 시달립니다. 그들이 사는 세계를 지배하는 관료주의도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들이지요.

일상적 묘사와 환상적인 주인공들의 충돌은 픽사의 첫 장편 영화 [토이 스토리]의 기본 개념이기도 했습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그 연장선에 놓여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곧장 말해 새로운 느낌은 부족합니다. 이미 [토이 스토리]에서 할 만큼 했으니까요.

플롯의 치열함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꽤 중요한 플롯 열쇠인 비명의 대체 연료는 거의 처음부터 노출되어 있습니다. 후반부의 액션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유독한 아이들'에 대한 믿음의 근원 역시 조금 더 파헤칠 필요가 있었고요. 후반부의 '부 구출작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좋은 액션 장면이지만 조금 기계적으로 삽입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런 자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픽사 애니메이션 각본의 질은 여전히 높습니다. 훌륭한 기성품이지요. 설리와 마이크는 예고편만으로도 친근해질만큼 좋은 콤비이고, 어린 소녀 부 역시 굉장히 귀여운 아이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트러블도 매력적이고요.

네, 훌륭한 컴퓨터 그래픽도 언급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괴물들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 최소화를 목적으로 디자인된 간결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털복숭이 설리는 다릅니다. 히말라야의 눈보라에서 설리가 엎어져 있는 장면을 한 번 보세요. 바람에 날리는 털 위에 하나 하나 떨어지는 가루눈만 봐도 소름이 쫙쫙 끼칩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훌륭한 픽사 애니메이션이고 그럴만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픽사 영화들도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슬슬 정체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01/12/24)

DJUNA

기타등등

숨은 농담들이 굉장히 많은 영화입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장난감들은 계속 출연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부세미의 나무 분쇄기 대사처럼 자기 전작을 인용하는 농담도 많죠. '해리하우젠'처럼 위대한 선배들에 대해 존경의 뜻을 바치는 인용도 있고요. 참,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