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덩컨 존스 Duncan Jones

주연
샘 로크웰....샘 벨
Sam Rockwell....Sam Bell
케빈 스페이시....거티
Kevin Spacey....GERTY
도미니크 맥엘리고트....테스 벨
Dominique McElligott....Tess Bell
카야 스코델라리오....이브
Kaya Scodelario....Eve
말콤 스튜어트....기술자
Malcolm Stewart....Technician

샘 벨

샘 벨은 루나 인더스트리즈라는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달표면 기지 '사랑'에서 일합니다. 그의 일은 달표면에서 헬륨 3을 긁어오는 기계 하베스터들을 관리하는 것이죠. 그는 3년 계약기간을 거의 다 채웠습니다. 2주만 지나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기다리는 지구로 돌아가죠.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전세계 에너지의 70퍼센트를 공급한다는 이 회사가 무척 구두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때라고 달 표면에 사람을 쏘아올리거나 기지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달랑 사람 하나라니요.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아폴로 때도 셋이 갔습니다. 그 한 명이 삐끗하면 어쩌라고요?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그 삐끗한 상황이 일어납니다. 샘은 고장난 하베스터를 수리하러 가다가 그만 사고를 일으켜 조난당합니다. 잠시 뒤 그는 기지의 의료실에서 깨어납니다. 다행이라고요? 그게 아닙니다. 뭔가 수상해서 기지밖으로 나가보니 글쎄,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우주복을 입고 부서진 월면차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와, 근사한 미스터리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멋진 미스터리의 해답이 그 미스터리만큼 멋질 가능성은 없다는 거죠. 사실 대부분의 SF 독자들은 그 답들 대부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익숙한 해답들 중 하나를 따라갑니다.

덩컨 존스의 [더 문]에서 하드 SF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실 겁니다. 그 해답은 그리 '하드'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더 문]은 처음부터 그렇게 하드한 영화가 아닙니다. 아무리 근미래가 무대이고 헬륨 3과 같은 익숙한 개념이 등장한다고 하드 SF가 되는 건 아니죠. 과학적으로 따진다면 영화는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력은 어떻습니까. 왜 샘은 우주복을 입고 바깥으로 나갔을 때에만 저중력을 체험하는 것일까요? 광속은 어떻습니까? 그가 지구와 통화할 때 2.5초의 시간 지연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걸리는 건 많습니다만 대부분 스포일러에 걸리는군요. 하여간 이 영화의 생물학, 인공지능, 물리학 묘사는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임의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더 문]은 하드 SF라기보다는 익숙한 SF 공식을 재조립한 일종의 콜라주에 가깝습니다. 영화의 사실적인 기술묘사는 분명 공을 들인 것이지만 정말로 과학에 엄격하게 의지하는 작품을 만들 생각은 없어보여요. 기자간담회 때 감독이 말을 하는 걸 들어보니 그는 7,80년대에 나왔던 블루 컬러 우주 노동자들이 주인공인 SF 영화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사실적으로 보이는 달기지의 모습도 요새는 우주개발 열풍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거의 레트로 유행처럼 보이죠. HD 텔레비전 하나 없는 샘의 불쌍한 오락실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만날 [아내는 요술쟁이] 같은 것이나 보는 사람에게 HD 텔레비전이 무슨 소용일꼬.

[더 문]의 과학적 설정에 우리가 관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샘 로크웰에게 저예산 SF 영화를 하나 주자,라는 계획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샘 로크웰이 나오는 게 중요했어요. 감독이 돈 모을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저예산은 필수였고요. 샘 로크웰이 혼자 나오기 위해서는 자기와 닮은 누군가를 만나는 이야기가 동원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달 뒷면에 기지를 두어야했죠. 우선 순위가 우리가 익숙한 순서가 아닌 겁니다.

일단 그 우선 순위를 인식하면 영화의 장점들이 보입니다. 이 영화가 집중하는 건 과학이 아니에요. 그 과학을 통해 미지의 영역에서 홀로 살아남으려 애쓰는 한 남자의 내면이 더 중요합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영화의 진짜 주제가 나옵니다. 이 광막한 우주에서 홀로된다는 것, 누군가를 만나 친구가 된다는 것, 미지의 대상과 조우한다는 것, 테크놀로지에 의해 이용당하고 관리된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샘 로크웰이라는 배우의 원맨쇼에 의해 멋지게 표현되지요. 익숙한 이야기지만 드라마가 워낙 좋기 때문에 보다보면 찡한 구석이 있습니다.

SF치고는 극저예산 영화지만 그래도 [더 문]은 거슬리지 않습니다. 낚시줄에 매달린 모형을 질질 끌어 만든 달표면 특수효과는 소박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사실성을 갖고 있습니다. 달기지 디자인도 나름 신경 써서 했고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의 오마주임이 분명한 인공지능 거티도, 지나치게 인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좋은 SF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돈을 들일 필요는 없는 겁니다.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으로 활용만 해도 좋은 SF 영화를 만들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덩컨 존스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도 전 2.5초 시간 지연을 묘사했다면 이보다 조금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저중력 묘사도 어설프게나마 가능했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죠. 배우의 연기가 먼저이니. (09/11/12)

DJUNA

기타등등

네, 루나 인더스트리즈는 한국과 미국의 합작기업입니다. 그래서 기지 이름도 '사랑'인 거죠. 덩컨 존스는 잠시 한국 사람과 사귀었고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도 잠시 한 적 있었다는군요. 영화 각본을 쓸 때는 [올드보이]보고 감명 먹었을 때라 뭔가 한국에 대한 걸 넣고 싶더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