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앤스퍼 David Anspaugh

주연
엘리자베스 퍼킨즈....레베카 트래거 로트
Elizabeth Perkins....Rebecca Trager Lott
우피 골드버그....실비 모로우
Whoopi Goldberg....Sylvie Morrow
기네스 팰트로....루시 트래거
Gwyneth Paltrow....Lucy Trager
캐슬린 터너....앨버타 트래거
Kathleen Turner....Alberta Trager
존 본 조비....페인트공
Jon Bon Jovi....The Painter
피터 코요티....폴
Peter Coyote....Paul

1.

이 영화의 원작자이며 각색자인 엘렌 사이먼한테 늘 따라 다니는 두 가지 정보가 있습니다. 하나, 엘렌 사이먼은 닐 사이먼의 딸이다. 둘, 이 작품을 쓰기 전에 엘렌 사이먼은 정말로 남편을 잃었다.

둘 다 영화를 보는 데에 장애가 되는 정보입니다. 엘렌 사이먼의 미비한 점은 아버지의 명성에 의해 더욱 강조되고 '남편의 죽음'이라는 사건은 관객들을 사전에 감상적으로 만드니까요.

2.

[문라이트 앤 발렌티노]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남편을 잃은 여주인공이 상실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두 문장으로 해도 된다면, 네 여자들이 부대끼고 충돌하고 수다를 떨면서 영화를 끌어가는 주류 '여성 영화'라고 토를 달아도 되겠고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니, 얼마나 보편적인가요. 시작하기도 전에 50점 쯤 미리 따고 들어가는 주제가 아닌가요? 많이들 다루어 본 주제일테니 그렇게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웬만한 수준으로만 만들어도 충분히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기본 점수 50점에서 더 나가지를 않습니다. 아무래도 욕심이 너무 컸던 게 문제였나 봐요. 영화는 '상실과 극복'이라는 기본 등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인지 주인공 주변의 여자 세 명을 더 끌어들여 보다 다양한 삶의 단편들을 끌어오려고 하지만 그 결과, 내용은 아주 산만해지고 맙니다.

게다가 그 다루는 방식도 아주 뻣뻣합니다. 심지어 네 명의 주인공들이 분류되는 방식도 아주 도식적입니다(작가 자신도 그렇게 느꼈는지 캐슬린 터너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입을 통해 직접 말하게 하지요.) 과부가 된 주인공, 미혼인 동생, 이혼한 의붓엄마, 그리고 유부녀인 친구. 그들은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잡지에 나오는 성격 맞추기 테스트 정답 같아요. 설정 자체도 뻣뻣하지만 그들의 대사와 살아가는 방식도 뻣뻣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애비에게' 상담 코너에 나오는 질문들을 모아놓은 것 같으니까요. 특히 영화 끝부분의 마녀 집회 장면은 너무 억지스러워서 한숨이 나올 지경입니다.

왜 그래야 했을까요? 그들은 수많은 진짜 이야기 거리를 안고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두 자매와 의붓엄마 사이의 관계만 해도 이야기 거리가 철철 넘칩니다. 그런데 그들은 안보이는 데에서 잠시 불평을 늘어놓고 같이 있을 때에는 친구처럼 지내다가 마녀 옷을 입고 나서야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투정을 늘어놓습니다. 왜 투정 늘어놓기 전에 진짜 문제들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단 말이에요?

3.

그나마 배우들이 영화를 구제해줍니다. 우피 골드버그는 그 사람 경력 중 가장 지루한 연기를 보여주며 캐슬린 터너도 지쳐보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기본기가 된 배우들입니다. 주인공의 엘리자베스 퍼킨스는 다소 카리스마가 딸리기는 하지만 남편을 잃은 아내 역을 공감가게 잘 해내며 심지어 연기 초짜인 본 조비도 그렇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 가장 나았던 배우는 기네스 팰트로였습니다. 팰트로가 연기한 캐릭터가 네 명 중 가장 클리셰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98/06/22)

D&P

기타등등

어떻게 루시 같은 사람이 자기 누드에 그렇게 자신이 없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