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종현

주연
이범수....감사용
윤진서....박은아
김수미....어머니
김미성....감미자
조희봉....감삼용
공유....박철순
장항선....박감독
이혁재....금광옥
김혁....양승관
류승수....인호봉
권형진....오문현
이람....김재현

감사용

[슈퍼스타 감사용]은 명쾌한 하나의 컨셉에서 출발합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을 그리되, 잘 알려진 스타들 대신 야구선수 경력 동안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한 패전처리 전문 투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것이죠. 이 컨셉은 모험적으로 보이지만 당연합니다. 처음부터 잘 알려지고 유명한 선수에게서 얼마나 대단한 드라마가 나오겠어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하나의 야구 경기를 엄청나게 중요한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삼고 싶다면, 주인공에겐 그 승리가 평범한 일상 이상이어야 하겠지요.

자연스러운 논리를 따라 영화는 프로야구 원년 팀들 중 최하위권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중에서도 특별히 튀지 못했던 선수인 감사용에게 주목합니다. 그가 특별히 튀는 개성을 가진 인물이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이 영화의 감독 김종현은 시나리오의 초안을 쓰기 전까지는 감사용을 만난 적도 없었고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니까요. 감사용이 중요한 건 단 한 번 겪은 승리의 순간만 빼고는 거의 무시되고 잊혀졌던, 튀지 않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위한 그릇이지요.

영화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골격을 따릅니다. 최하위팀에 운좋게 들어간 주인공이 온갖 수모를 겪다가 드디어 최강팀과 맞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얻는다는 거죠. 그 뒤에는 클라이맥스인 야구 경기가 장엄하게 이어지고요. 영화는 이런 멜로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클리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 중간에 인천에서 서울로 달려가는 여자 친구의 묘사는 너무 모범적이라 오히려 미소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모범적인 스토리 전개가 이 영화의 단점일까요? 전 큰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스토리가 기존 장르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빌려오기 때문에 오히려 종종 주제가 약해지기 때문이죠. 이런 클리셰와 공식에 쓸려가다 보면, 감사용은 단 한 번의 승리밖에 거두지 못한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평범한 성공담의 주인공이 되어버립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잠시 반짝했던 한 때의 기억으로 영화를 끝맺는 마지막 자막은 어느 정도 기만적이기까지 해요.

그러나 영화의 컨셉은 여전히 좋습니다. 그 컨셉을 열심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상당한 정서적 영향력을 발휘하죠. 아마 프로야구의 원년을 기억하는 야구팬들이라면 영화에 자신의 기억을 투영하며 당시를 회상하는 재미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그건 저와 상관없는 일이죠. (04/09/08)

DJUNA

기타등등

전 지금 무슨 프로 야구단들이 뛰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원년 프로야구단의 이름들은 머리를 쥐어짜면 생각해낼 수 있을 거예요. 예전엔 야구에 관심이 조금 있었냐고요? 아뇨, 정반대였어요. 관심도 없는 저까지 그런 이름들을 암기할 수 있을 정도였던 매스미디어와 야구를 묶어서 한꺼번에 증오하고 다녔지요. 야구에 관심없으면 안 보고 무시할 수 있는 요샌 그런 증오심 따위는 더이상 품고 있지 않답니다. 물론 프로야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그와 함께 사라져버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