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를린 호리스 Marleen Gorris

주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
Vanessa Redgrave....Mrs. Clarissa Dalloway
나타샤 맥켈혼....젊은 클라리사
Natascha McElhone....Young Clarissa
마이클 키친....피터 월시
Michael Kitchen....Peter Walsh
앨런 콕스....젊은 피터
Alan Cox....Young Peter
사라 베이들....샐리 셀튼
Sarah Badel....Sally Selton
레나 헤디....젊은 샐리
Lena Headey....Young Sally
존 스탠딩....리처드 댈러웨이
John Standing....Richard Dalloway
로버트 포털....젊은 리처드
Robert Portal....Young Richard
올리버 포드 데이비스....휴 위트브레드
Oliver Ford Davies....Hugh Whitbread
할 크러텐덴....젊은 휴
Hal Cruttenden....Young Hugh
루퍼트 그레이브즈....셉티머스 워렌 스미스
Rupert Graves....Septimus Warren Smith
아멜리아 벌모어....레지아 워렌 스미스
Amelia Bullmore....Rezia Warren Smith

댈러웨이 부인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들이 지금도 꾸준히 만들어지는 건 오스틴의 소설들이 비교적 영화적으로 번역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오스틴의 유쾌하고 날카로운 문장들은 많이 사라지지만 캐릭터들과 액션, 드라마는 여전히 남지요.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울프의 소설에서 구체적인 드라마는 별다른 의미가 없으니까요. 샐리 포터가 [올란도]를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긴 했지만, 그건 그나마 그 작품이 드라마가 많은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댈러웨이 부인]은 그 중 최악입니다.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 두 가지입니다. 하나, 클라리사 댈러웨이라는 나이 든 상류사회 부인이 파티를 엽니다. 둘, 부근에 사는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라는 1차 세계대전 참전군인이 투신자살을 합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워렌 스미스의 정신과 의사가 댈러웨이 부인의 파티 손님이라는 점을 빼면요. 이 따분하다면 따분한 이야기가 의미를 가진다면, 울프가 마치 반쯤 전지전능한 유령처럼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에 번갈아 들여다보며 이들의 주관적인 상념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재구축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전적으로 문학적인 수법입니다. 연극으로 옮겨지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이스 오버나 편집과 같은 비장의 무기를 가진 영화는 조금 쉽지만 그렇다고 오스틴 소설만큼 쉬운 건 아니죠. [댈러웨이 부인]을 오스틴 영화들 수준의 각색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영화는 만들어졌습니다. 일단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고, 이미 [자기만의 방]과 [비타와 버지니아]로 버지니아 울프 관련 무대작업을 해왔던 아일린 앳킨스도 한 번 각색을 해보고 싶어했지요. [안토니아즈 라인]으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뒤, 영어권에 진출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 중이던 마를린 호리스가 이들의 음모에 끼어들었고요.

최종 결과는? 역시 [댈러웨이 부인]은 쉽게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이들 셋이 최선을 다한 건 알겠어요.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마를린 호리스의 [댈러웨이 부인]은 완벽한 울프 각색과 거리가 멉니다.

호리스의 [댈러웨이 부인]에서 가장 난처한 부분은 모든 게 너무나도 명료하다는 것입니다. 나쁘지 않은 편집에도 불구하고 댈러웨이 부인의 과거와 현재는 칼로 그은 것처럼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고 원작의 유려한 흐름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이스 오버 역시 물리적 세계의 액션에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어서 그냥 주인공의 마음 속을 보여주는 기능에만 만족하고 맙니다. 이야기의 존재 의미가 벌써 반은 사라진 것이죠. 이제 정말 나이 든 아줌마가 파티 준비를 하고 젊은 남자가 자살하는 걸 구경하는 것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과연 마를린 호리스가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어요. 호리스는 좋은 감독이고 이야기꾼이지만 스타일리스트는 아니거든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한 장르의 스타일을 다른 장르의 스타일로 능숙하게 전환할 줄 아는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호리스는 비교적 전통적인 방식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영화는 밋밋하고 거칩니다. 시퀀스마다 연기나 연출의 질감이 달라지는 게 느껴지기도 해요.

다행히도 호리스, 앳킨스, 레드그레이브 삼총사는 울프의 또 다른 측면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걸 스크린 위에 투영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건 울프가 쓴 이 소설이 기본적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를 사는 동시대 여성이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조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죠. 예술작품으로서의 매력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때문에 주제는 오히려 더 명료해졌습니다. 의식의 흐름에 묻혀 소용돌이치던 것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나열된 것이죠. 심심하게 들리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젊은 클라리사와 여자친구 샐리의 로맨틱한 관계는 영화 쪽이 훨씬 강합니다. 하긴 이건 이런 식의 표현에 자유로운 20세기 후반의 영화라는 이점 때문이기도 하겠군요.

[댈러웨이 부인]은 어중간한 영화입니다. 실력있는 예술가들이 그들의 능력을 넘어서는 목표에 도전해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더 잘 만들 수 있었고 다른 접근법을 시도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한 번의 시도에서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게 그들이 각색을 시도한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고. (06/04/14)

DJUNA

기타등등

아무리 그래도 사라 베이들과 레나 헤디는 너무 안 닮았어요. 그렇게 안 닮아서는 안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