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태경

주연
조안....윤희
차예련....서연
홍소희....비엣
이준....지훈
임성언....성은
김용태....요시모토
고동업....김 교수
안투....므이
홍안....홍
빈민....누엔

서연

김태경은 올해 여름 시즌에 호러영화를 낸 한국 감독들 중 한 편 이상의 장르 영화 경력이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거죠. 그의 전작 [령]이 별다른 장점이 없는 시시한 영화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들 이런 식으로 배우면서 사는 것 아닙니까?

[므이]는 [령]보다 낫냐고요? 낫습니다. 캐스팅은 훨씬 낫고, 연기지도도 아주 조금 나아졌습니다. 여전히 긴 머리 여자귀신이 나오긴 하지만 쓸데없이 사다코+가야코 흉내를 내지도 않고요. 호러 효과도 향상된 것 같습니다. 저택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막스를 구성하는 몇몇 요소들은 썩 좋네요. 하여간 전체적으로 [므이]는 [령]보다 더 잘 만든 영화처럼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이라는 공간의 설정을 활용하지 않은 걸 불평했는데, 전 그것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큰 역사에만 집착하는 건 파리에서 에펠탑만 찾는 것처럼 클리셰일 수도 있죠. 한국을 다루면서 분단상황과 한국전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베트남에 대한 감독의 인식이 '아오자이를 입은 예쁜 언니들이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니는 이국적인 나라'로 제한되어 있다고 해도 그 분위기가 충분히 살아 있다면 나쁠 것도 없죠. [므이]는 적어도 충분히 멋진 비주얼을 제공해주는 영화입니다. 그게 꼭 호러와 연결 안 되면 어때요. 예쁜 걸 보는 건 즐거운 겁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전히 실망스럽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건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이 [령]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네, 압니다. 이야기꾼들이란 원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법이죠. 심지어 그러면서도 자기가 그러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답니다. 하지만 [므이]의 경우는 설정이 너무 같아서 놓치고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건 그냥 반복이에요. 그렇다고 이야기가 더 나아졌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내러티브는 [령]보다 더 산만하고 흐릿해요. 훨씬 좋은 영화인 [여고괴담 4: 목소리]가 비슷한 영역을 더 효과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한 발 늦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 각본가가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재료를 가지고 고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일단 므이의 초상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잘 몰라요. 영화는 이 이야기를 세 도막으로 끊어진 극중극의 형식으로 전달하는데, 이게 무척 비능률적입니다. 우선 말이 안 되지요. 원래 전설이란 짧고 간략하기 마련이라 이야기를 시작한 사람은 끝도 알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질질 끌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야기 끝에 뭔가 새로운 내용이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은 서로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어색한 대사를 씹어대야 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복수의 계획도 지나치게 장황하고 비능률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어서 그것이 실현되는 장면에서는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죠. "겨우 저걸 하려고 그 고생을 했어?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더 심각한 문제는 캐릭터들이 굉장히 얇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진짜 악당들이 종이 한 장처럼 얄팍한 스테레오타입이라는 건 그냥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가겠... 아뇨, 생각해보니 이것도 무시 못하겠어요. 이들을 정말 건성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영화의 막판 복수가 재미없는 거거든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조안이 연기한 윤희예요. 윤희는 이야기 내에서 우리를 인도하고 우리가 감정이입해야 하는 인물인데 한 마디로 속이 텅 비어 있어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서연과 윤희의 관계 설정도 피상적이거나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이걸 이야기에 모호한 매력을 주는 도구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떡밥이 너무 적죠. 드라마가 있어야 할 부분이 텅 비어 있으니 영화가 싱거울 수밖에요.

노력하고 공부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긴 하지만, [므이]는 [령]에서 크게 벗어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나 테크닉이 아니라 캐스팅이죠. 서연 역의 차예련이 김하늘보다 더 노련한 배우는 아니지만 배우가 가진 고유의 분위기와 카리스마만으로도 엄청난 상승효과가 일어나거든요. 그런데 이런 걸 알기 위해 '경험'이 필요한 건가요? (07/07/31)

DJUNA

기타등등

1. 므이를 연기한 배우 안투도 예쁘더군요.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다 예뻐요.

2. 이 제목이나 차예련의 베트남어가 베트남 사람들에겐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군요. 우리가 [샴]의 한국 장면을 볼 때와 비슷할까요?

3. 저도 장르 작가로 10여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윤희처럼 넉넉한 환경에서 작업한 적은 없었던 것 같군요. 호러작가라면 입지가 저랑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