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로렌스 Marc Lawrence

주연
휴 그랜트....알렉스 플레처
Hugh Grant....Alex Fletcher
드루 배리모어....소피 피셔
Drew Barrymore....Sophie Fisher
헤일리 베넷....코라 코먼
Haley Bennett....Cora Corman
브래드 개릿....크리스 라일리
Brad Garrett....Chris Riley
크리스틴 존스턴....론다 피셔
Kristen Johnston....Rhonda Fisher
캠벨 스코트....슬론 케이츠
Campbell Scott....Sloan Cates
제레미 카슨....찰리 피셔
Jeremy Karson....Charlie Fisher
엠마 레서....루시 피셔
Emma Lesser....Lucy Fisher
애덤 그루퍼....게리 피셔
Adam Grupper....Gary Fisher
빌리 그리피스....데릭
Billy Griffith....Derek
아시프 만드비....칸
Aasif Mandvi....Khan

소피와 알렉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4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에서 뽑아온 것 같은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80년대엔 팝이라는 그룹의 멤버로 날렸지만 지금은 완전히 몰락해 고등학교 동창회나 유원지 공연에 불려나가고 있는 '중견 가수' 알렉스 플레처에게 엄청난 기회가 떨어집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유명한 신세대 스타 코라 코먼이 합동 공연을 제안한 것이죠. 조건은 단 하나. 금요일까지 둘이 부를 곡을 하나 써오라는 것입니다. 제목을 받아들고 고민하던 알렉스에게 또다른 기회가 찾아왔으니, 화초에 물을 주러 집에 오는 소피 피셔라는 아가씨에게 작사 재능이 있었던 거죠.

그 다음에 어떻게 이야기가 돌아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둘은 공동작업을 시작하지만 일은 잘 풀리지 않고 말다툼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지고... 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굉장히 안전한 영화입니다. 발렌타인 데이 때 위험부담없이 편하게 보기 딱이죠. 이런 날에도 예측불가능한 결말을 가진 변덕스러운 영화를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 뻔한 영화가 먹히는 건 그 안전한 공식 안에서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도 그럴싸하게 캐릭터와 배우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재미를 뽑아낼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건 휴 그랜트의 알렉스죠. 그는 동창회 공연에나 불려다니는 한 물 간 가수지만, '구닥다리 아저씨'는 아닙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노래와 춤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연예인의 감과 매력이 남아 있고 재치와 언변도 풍부하지요. 그 때문에 그랜트는 자학 개그와 로맨틱 코미디 모두에 성공적입니다. 드루 배리모어는 캐릭터보다 자기 고유의 매력으로 대응하고 있는 편인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요.

일단 캐릭터가 깔리자 은근히 이야기도 커집니다. 영화는 80년대 대중문화의 촌스러움을 다정하게 놀려대기도 하고, 뮤직 비즈니스의 스노비즘과 천박함을 비꼬기도 하며, 대중 문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진지한 예술적인 작업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하나의 노래가 완성되는 걸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고요. 완성된 곡이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아니지만 꼭 그럴 필요도 없지요.

완성된 결과물은 가볍고 발랄한 소품입니다. 클라이막스를 만드느라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도 않고 캐릭터의 진을 빼놓지도 않는 발랄하고 작으며 민첩한 영화인 거죠. 대사의 질이 좋고 배우들도 잘 적응하는 편이라 조금만 이야기가 날카로왔어도 좋았겠지만, 감독/작가인 마크 로렌스는 발렌타인 데이 관객들의 기대를 깨트릴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07/02/12)

DJUNA

기타등등

휴 그랜트가 나오는 가짜 80년대 뮤직 비디오가 두 번이나 나옵니다. 앞뒤로요. 뒤의 것에는 뽀글뽀글 주석이 달려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