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사벨 코이셋 Isabel Coixet

주연
사라 폴리....앤
Sarah Polley....Ann
데보라 해리....앤의 어머니
Deborah Harry....Ann's Mother
마크 러팔로....리
Mark Ruffalo....Lee
스코트 스피드먼....돈
Scott Speedman....Don
레오노르 와틀링....이웃집 앤
Leonor Watling....Ann, the Neighbor
아만다 플러머....로리
Amanda Plummer....Laurie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헤어드레서
Maria de Medeiros....The Hairdresser
줄리안 리칭스....톰슨 박사
Julian Richings....Dr. Thompson
제시카 앰리....페니
Jessica Amlee....Penny
케냐 조 케네디....패시
Kenya Jo Kennedy....Patsy

앤

이사벨 코이셋의 [나 없는 내 인생]이 뒤늦게 극장개봉됩니다. 제작자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이름을 달고요. 물론 알모도바르가 코이셋보다 잘 팔리는 이름인 건 사실이지만, 홍보물을 보면 좀 사기처럼 느껴집니다. 건성으로 읽으면 알모도바르의 영화인 것처럼 나와 있으니 말이죠.

낸시 킨케이드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시한부 인생물입니다. 대학 청소부로 일하는 23살의 주인공 앤은 배가 아파 쓰러져 병원에 갔다가 암이라는 소릴 듣습니다. 이제 살 날은 2,3개월밖에 남지 않았어요. 앤은 남은 인생 동안 병원에 누워지내는 대신 지금까지 제대로 못 해봤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깁니다.

네, 이 영화는 징징 짜는 신파는 아닙니다. 하지만 관습적인 멜로드라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세상엔 징징 짜는 시한부 인생물만큼이나 담담한 시한부 인생물도 많습니다. 최근 예로는 [아이엔지], [타임 투 리브]와 같은 영화들이 있지요. 태도를 바꾼다고 해서 장르 관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주인공은 남은 인생을 소중히 여기며 살다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나 없는 내 인생]의 이야기엔 새로운 발견은 없습니다. 주인공 앤은 그런 발견을 하기엔 너무 계산적이에요. 이 사람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 지금까지 못 해봤던 일들의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까지 하나씩 숙제처럼 해치우죠. 그 중에는 두 딸들에게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주는 것처럼 일상적인 것도 있지만 다른 남자와 섹스해서 어떤 기분인지 알아보는 것처럼 조금 모험적인 것도 있습니다. 그건 자연스럽게 연애로 이어지는데, 그 연애는 정확히 앤이 계산한 지점에 끝이 납니다. 남편에게 새 아내가, 아이들에겐 새 엄마가 되어줄 여자 구하기 미션도 조금은 편리한 방식으로 해결되고요.

스토리의 밋밋함과 인공성은 캐스팅에 의해 어느 정도 구제됩니다. 앤 역의 사라 폴리는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 정말로 그렇게 행동할 사람처럼 보이죠. 아름답고 우아하며 세상 모든 것에 초연한 자그마한 여신이에요. 이 영화의 매력은 관습적인 스토리보다는 그 스토리와 주제를 자기식으로 소화해내는 사라 폴리의 얼굴에서 나옵니다. (06/09/25)

DJUNA

기타등등

앤이 남편의 새 여자로 점찍은 간호사 이웃집 앤이 병원에서 죽어간 샴 쌍둥이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좋았어요. "사내애가 먼저 죽고 그 다음에 여자아이가 죽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까지는요. 그 순간부터 영화에 집중이 안 되더군요. "혹시 반전이 있는 거 아니야? 간호사라고 주장하는 이 여자, 혹시 사기꾼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