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벤 셸튼 Ben Shelton

주연
칼리 네틀스....리사
Carlie Nettles....Lisa
샐리 스마이스....엄마
Sally Smythe....Mom
제프 그림....피자배달부
Jeff Grimm....Pizza Delivery Guy

리사

벤 셸튼은 할리우드에서 프로덕션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동안 틈틈이 형제인 조 셸튼과 함께 단편영화들을 만들어오고 있는데, [내 이름은 리사]는 그들의 대표작입니다. 이 영화는 2007년 유튜브 단편영화상을 수상했지요. 이 작품은 그들의 공식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리사라는 13살 소녀의 비디오 일기로 시작됩니다. 리사가 카메라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 동안 뒤에서는 리사의 엄마가 나타나 일기를 계속 방해하지요. 영화는 엄마 세대와 딸 세대 사이의 갈등을 다룬 가벼운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자신이 JK 롤링 대신 JRR 톨킨을 읽기 때문에 다른 애들보다 우월하다고 뻐기는 리사나 그런 리사에게 셀린저와 같은 진짜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엄마의 참견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사실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비디오 일기와 모녀의 일상을 담은 극영화 파트 오가면서 관객들은 뭔가 살짝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확히 말해 리사의 엄마가 이상한 겁니다. 딸애에게 점심을 두 번 주고, 가끔 무엇을 했는지 잊어버리고, 피자 배달부에게 돈을 주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리사의 엄마는 알츠하이머에 걸렸고 그 과정은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라벨의 [볼레로]처럼 비디오 일기와 극영화 묶음을 반복하는 형식은 이 이야기 전달에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비디오 일기, 책, 점심, 자동차와 같은 테마들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다른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13살 소녀의 자의식이 담뿍 담겨 있는 가벼운 자기 소개인 '내 이름은 리사예요'라는 문장 역시 말미에서는 180도 다른 뜻으로 기능합니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작품이지만, 비극과 희극의 조화는 훌륭하고 그를 지원해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아이디어와 테크닉만 정확하다면 7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요. (09/12/24)

DJUNA

기타등등

리사 역의 칼리 네틀스는 셸튼 형제의 최신작인 [Running]의 주연이기도 합니다. 역시 공식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어요. 그동안 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