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손재곤

주연
박용우....황대우
최강희....이미나
조은지....백장미
정경호....계동
이희도....민 변호사
조영규....성식
선우선....정화
배일집....경비원

(스포일러가 있다고 해야 할지? 숨겨놓은 반전 같은 건 없는 영화입니다.)

대우와 미나

[달콤 살벌한 연인]은 연쇄살인범이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 이미나는 습관적인 살인범입니다. 생각없는 토머스 리플리라고 할까요.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원하는 것을 얻거나 궁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툭하면 흉기를 휘두르는 사람이지요. 덕택에 미나의 주변에는 시체들이 하나씩 쌓여갑니다.

미나의 살인벽은 이 연애담의 장애물들 중 하나입니다. 유일한 장애물은 아니에요. 미나가 막 사귀기 시작한 영문학 강사 황대우의 성격도 꽤 걸리는 게 많으니까요. 이 친구는 여자들에 대해 불만도 많고 서른이 넘어서까지 데이트도 한 번 안 해봤습니다. 이런 남자가 늦게 첫 사랑을 시작했으니 덜컹거리는 게 당연하죠. 자연스럽게 이 두 가지 장애물은 [달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코미디의 두 축을 구성합니다.

우선 이 영화는 살인이라는 중죄를 가볍고 경쾌하게 다룬 블랙 코미디입니다. 시체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방이 피로 물들어도, 주인공들에겐 그게 다소 귀찮은 일상의 일부일 뿐입니다. 미나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살인이라는 행동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반응에서 멀어질수록 농담은 늘어납니다.

영화는 캐릭터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늦게 여자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다소 괴팍한 남자의 행동과 반응에서 농담들을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그는 지적이고 똑똑하지만 비사교적이고 서툴고 육체적으로 무능하며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그의 행동은 초기 우디 앨런 영화의 주인공들과도 조금 비슷합니다. 훨씬 공격적이고 자성적인 면이 부족하며 전체적으로 얄팍하지만 코미디의 매커니즘은 유사한 구석이 있어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손재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도강생'이니 (그는 부천 영화제에서 소개된 극저예산 영화 [너무 많이 본 사나이]의 감독입니다) 히치콕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전작처럼 구체적인 영화적 오마주로 도배되었다는 건 아니에요. 피투성이 폭력과 의혹의 드라마를 경쾌하게 끌어가는 야비한 농담의 개념만 빌려왔을 뿐이죠. 이 영화는 그렇게 영화적 스타일이 튀는 작품이 아니에요. 전체적으로 잘 만든 [베스트 극장]을 보는 기분입니다.

영화의 코미디는 어느 정도 성공했을까요? 황대우를 주인공으로 한 성격 코미디 쪽이 이미나를 주인공으로 한 블랙 코미디보다 더 셉니다. 황대우 코미디 쪽이 농담거리가 더 많고 감독/작가의 진정성이 더 많이 들어있어요. 이미나 코미디는 몇몇 농담들이 성공적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컨셉에 의존하고 있고 아이러니의 반복과 강조가 잦으며 그러느라 여자 주인공을 충분히 구체화시키지 못했습니다. 둘의 배분도 아주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대부분의 관객들은 황대우가 보다 난처하고 폭력적인 상황에 말려들길 바랄 테니 말이죠. 물론 이런 주제로 태평스럽게 로맨틱 코미디로 끌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서스펜스물의 재료를 가져왔다면 일단 활용해 보는 게 옳은 일이 아닐까요?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달콤 살벌한 연인]은 빈 곳이 많은 영화입니다.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박용우 쪽이 최강희보다 캐릭터와 영화 덕을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박용우는 작정하고 노골적인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게 효과가 썩 좋습니다. 반대로 최강희의 연기는 완전히 구체화 되지 않은 여자 주인공 때문에 조금 밋밋한 구석이 있습니다. HD 카메라로 찍은 다소 어두운 화면 때문에 이 배우의 화사한 귀여움이 조금 죽기도 하고요. (06/03/23)

DJUNA

기타등등

18세 관람가를 받았다더군요. 감독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