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윌리엄 캐슬은 1914년 4월 24일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15살 때 브로드웨이에서 역을 맡으면서 쇼비즈 세계에 뛰어들었고요(자리를 얻기 위해 사무엘 골드윈의 조카라고 사기를 쳤답니다!)

배우, 작가, 감독, 제작 등등 온갖 일들을 다 하며 B급 영화판에서 경력을 쌓아오던 캐슬은 50년대 말부터 B급 영화의 제작자/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영화들은 [저주받은 언덕의 집 House on Haunted Hill (1958)], [The Tingler (1959)], [Mr. Sardonicus (1961)]와 같은 호러 영화들이었습니다.

캐슬의 전성기는 70년대에 종말을 고했습니다. 말년까지 그가 만든 영화들은 거의 B급 호러였습니다. 제작자로 참여한 [로즈마리의 아기 Rosemary's Baby (1968)]같은 영화를 빼면요.

2.

윌리엄 캐슬은 단순하고 솔직하고 염치없는 남자였습니다. 그가 끊임없이 원하고 시도했던 것은 단 두가지였습니다. 1.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무섭게 하는 것. 2. 그리고 그러면서 자기도 돈 좀 버는 것.

그는 이 두가지 목적을 위해 뭐든지 했습니다. 그는 대단한 감독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당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런 영화를 만들 정도의 감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앞에 내세운 두 가지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캐슬은 무척 창의적인 남자였거든요.

캐슬의 창의성이 타고난 염치없음과 결합하자 아주 재미있는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그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필름을 그냥 영화관에 거는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그의 영화는 서서히 유원지처럼 변해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극장 안에 해골들을 날게 했던 [저주받은 언덕의 집]입니다. 그러나 그건 캐슬의 장난 중 가장 기초적인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첫 영화 [Macabre (1958)]에서부터 장난과 허풍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보다 죽을지도 모르는 관객들을 위해 생명 보험을 팔았던 거죠! [The Tingler]에서는 Percepto라는 말도 안되는 기계를 극장 의자에 깔고 무서울 듯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13 Ghosts (1960)]에서는 맨눈으로 안보이는 영화 속의 유령들을 볼 수 있게 특수 제작한 안경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인터액티브 영화의 미래를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Mr. Sardonicus (1961)]라는 영화에서 관객들이 결말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투표를 도입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결말을 두 벌 만들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는 인터액티브 영화 뿐만 아니라 그 한계까지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귀찮은 짓을 안해도 관객들이 눈치 못챌 거라는 걸 알았거든요.

3.

윌리엄 캐슬은 예술가라기보다는 흥행사였습니다. 그가 유명한 것도 그 다양한 마케팅 전략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그의 영화 자체는 어땠을까요? 그것들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을까요?

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캐슬은 걸작들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럴 능력이 없었지요. 그러나 그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영화들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영화들은 아이디어가 넘치고 흥미롭습니다. 그의 많은 영화들은 그런 장난 없이도 재미있습니다. 몇몇은 드라마도 상당히 강하고요.

요즘 관객들은 약아져서 그의 영화를 보고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요새 그의 영화를 보면 무섭기보다는 웃기지요. 그러나 적어도 그 웃음은 꽤 즐거운 웃음입니다.

캐슬의 묘비명을 쓰면 이렇게 될 겁니다. '그는 관객들을 위해 봉사했고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비록 모두가 그가 의도했던 방식으로 즐기지는 않았더라도.'

4.

한동안 잊혀졌던 캐슬의 이름은 조 단테의 따뜻한 코미디인 [마티니]를 통해 다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되살아났습니다. 이 영화에서 존 굿맨이 연기했던 캐릭터는 윌리엄 캐슬을 모델로 한 것이죠. (99/11/11)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