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주연
라이자 미넬리....프랜신 에번즈
Liza Minnelli....Francine Evans
로버트 드 니로....지미 도일
Robert De Niro....Jimmy Doyle
라이오넬 스탠더....토니 하웰
Lionel Stander....Tony Harwell
배리 프라이머스....폴 윌슨
Barry Primus....Paul Wilson
메리 케이 플레이스....버니스
Mary Kay Place....Bernice
조지 올드....프랭키 하트
Georgie Auld....Frankie Harte
조지 메몰리....니키
George Memmoli....Nicky

1.

지미와 프랜신

1945년, 색소폰 주자 지미 도일은 가수 프랜신 에번즈와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같은 악단에서 일을 하다 결국 결혼까지 하지만 프랜신의 임신과 지미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갈라지고 맙니다. 세월이 흘러 각자 나름대로 기반을 다진 둘은 어느날 프랜신의 공연장에서 다시 만나지만...

2.

[뉴욕 뉴욕]은 일반적으로 스콜세지의 실패작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스콜세지 자신도 자기가 영화를 통제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있지요. 그렇게 난잡한 상황 속에서 영화같은 것이 하나 나온 게 오히려 신기하다나요. 두 주인공이 만나는 엄청나게 긴 시퀀스만 봐도 당시 제작 상황이 얼마나 방만했는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뉴욕 뉴욕]을 단순하게 실패작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은데, 이 영화의 단점들 만큼 장점들 역시 상당히 눈에 뜨이기 때문입니다. 노골적으로 헐리웃 뮤지컬의 스타일을 모방하면서 스토리 전개와 인물 묘사에서는 철저한 사실성을 견지하는 스콜세지의 기본 방침은 흥미롭습니다. 라이자 미넬리가 부르는 여러 훌륭한 노래들이 있으며 로버트 드 니로 역시 불꽃 튀는 듯 합니다. 옛 헐리웃 뮤지컬에 대한 스콜세지의 애증섞인 감정을 읽는 것도 재미있고 후반부의 [해피 엔딩] 역시 멋진 구경거리입니다. 그냥 눈만 버리는 영화는 아니란 말입니다.

3.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프랜신 주연의 영화 [해피 엔딩]은 [싱잉 인 더 레인]의 [브로드웨이 멜로디]를 연상시키는 독립된 뮤지컬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들에 푹 빠진 극장 안내원인 여주인공이 브로드웨이 제작자에게 이끌려 스타가 되는 꿈을 꾸는데, 나중에 정말로 그 제작자가 나타나 주인공을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으로 인도하는 내용이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의 세계에 대한 집착과 포기 그리고 엉뚱한 실현이 이어지는 [해피 엔딩]의 스토리는 구식 뮤지컬을 향한 아이러니칼한, 그러나 결코 냉소적이지 않은 예찬입니다.

물론 프랜신과 지미는 [해피 엔딩]에서처럼 맺어지지는 않습니다. [해피 엔딩]의 극적인 당위성은 바로 그런 실제 결말을 강조하는 데 있지요. [뉴욕 뉴욕]은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가 아니니까요.

4.

조지 루카스는 둘을 재결합시키면 1천만 달러쯤 더 벌 거라고 스콜세지에게 말했다지만, 아무래도 영화에서처럼 그대로 두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의 대부분이 영화의 결말에 동의하지 않았겠어요? 지미 도일은 참으로 같이 살기 힘든 개같은 인간이었으니 말이에요. 사랑이 뭔지 애낳을 때까지 같이 살았다지만 저희가 프랜신이어도 그런 고생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겁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지미 도일을 연기하느라고 정말 애를 먹었다고 하는데, 이해가 갈 듯 합니다. 지미 도일이라는 캐릭터는 참으로 형편없는 인간입니다. 훌륭한 음악가라는 것만 빼면 도대체 봐줄 것이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극적 구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미가 상식을 초월한 이기주의자인 결과, 지미와 프랜신의 관계가 일방적이 되는 거죠. 지미는 계속 개같은 행동을 하고 프랜신은 죽어라고 그걸 받아줍니다. 결국 지미와 프랜신은 갈라지긴 하지만 프랜신의 반응이 너무 늦어요. 따라서 스토리는 지미와 프랜신이라는 두 예술가의 일대일 대립이 아니라 이상한 남편을 만나 고생하던 여자의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포인트가 어긋나는 것도 당연하지요. 지미를 조금만 더 관대하게, 프랜신을 조금 더 억세게 묘사했다면, 관객들은 스토리에 보다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고 주제 또한 살았을 겁니다.

하지만 [뉴욕 뉴욕]이 제작될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완벽한 각본이 나올 여유가 없었다더군요. :-)

5.

[뉴욕 뉴욕]은 70년대에 잠시 반짝였던 '사실주의 뮤지컬'의 한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라이자 미넬리의 '배우 활동'이 저조한 것도 아마 그런 영화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그 사람은 가수로 여전히 맹렬하게 뛰고 있지만요. (97/10/03)

D&P

기타등등

원래 [뉴욕 뉴욕]은 4시간 반짜리 분량이랍니다. 개봉을 위해 스콜세지는 영화를 153분으로 잘랐다가 그걸 또 136분으로 줄였습니다. 1981년 [헤피 앤딩] 시퀀스가 더해진 163분 버전이 개봉되었습니다. 앞으로 스콜세지가 이 영화를 더 손볼 생각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