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루 위페르 Jean-Loup Hubert

주연
이자벨 아자니....이자벨
Isabelle Adjani....Isabelle
티에리 레르미트....막심
Thierry Lhermitte....Maxime
베르나르 크롱베....프랑스와 므와네
Bernard Crommbé....François Moinet
미셸 뒤사라....앙리
Michel Dussarat....Henry
마리-안느 샤젤....위게트
Marie-Anne Chazel....Huguette
앙트와네트 모야....이자벨의 어머니
Antoinette Moya....Isabelle's Mother
프레드 페르손느....이자벨의 아버지
Fred Personne....Isabelle's Father

막심과 이자벨

이자벨 아자니는 꽤 많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작품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하면 돼요. 우선 자국용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코미디가 국제적으로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원래 아자니의 극단적이고 드라마틱한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상적이고 안전한 역들은 잊혀지는 거죠.

그렇다고 아자니가 나쁜 코미디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람의 연기 스타일은 오히려 이자벨 위페르와 같은 미니멀한 스타일의 배우보다 훨씬 코미디에 더 잘 맞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아자니의 많은 대표작들이 어처구니없는 코미디와 그로테스크한 악몽 사이를 오가잖아요. ([하숙인]이 대표적인 예 같군요.) 동안인 외모도 충분히 안전하고 귀여워 보일 수도 있고요.

이번 주에 EBS에서 방영된 [이자벨 아자니의 사랑 만들기]는 아자니가 중간중간에 출연한 그 '안전한'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81년도 작이니까 이 사람이 칸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사중주]와 [포제션]을 만들었을 무렵에 찍은 영화네요. 사람들이 잘 기억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주인공은 막심이라는 만화가와 그의 여자 친구 이자벨입니다. 이들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사랑 싸움을 하고 바람을 피우고 아기를 가지고 결혼을 합니다.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작품도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보여줍니다. 이자벨과 막심은 사실 거의 서로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시골에 사는 부모들의 끊임없는 지원과 간섭을 받는 이자벨은 안정된 결혼 생활을 원하지만 아직 무명이고 빈털털이에다가 고아인 막심에겐 그 모든 책임감과 굴레가 두렵습니다. 둘의 삶은 마치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바퀴처럼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전진합니다.

영화엔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화가인 막심은 자신과 이자벨의 관계를 자기가 그리는 만화에 투영시킵니다. 종종 나오는 그의 독백은 그가 쓰는 만화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변형되어 있지요. 이 아이디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쓰였다면 흥미로운 [월터 미티]식 판타지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영화에서는 그냥 가능성으로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자벨

영화는 그것말고도 완전히 열매를 맺지 못한 다른 시도들로 가득합니다. 이자벨의 출생의 비밀, 친구인 앙리와 위게트의 결혼생활이나 불륜과 같은 것들도 그냥 흘러가기만 할 뿐 대단한 깊이나 극적전개를 보여주지 못하거든요. 아마 그런 무표정함을 통해 다 그렇고 그런 거지...하고 읊조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자벨 아자니의 사랑 만들기]는 안전한 영화이고 그 안전함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면 이 영화의 진짜 가치는 이자벨 아자니의 20년전 모습을 감상하는 것 이상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정도면 저같은 아자니 팬들은 불평할 이유도 없지요. 그리고 이 사람, 이 영화에서 참 친근하고 귀여워요. (03/05/28)

DJUNA

기타등등

어린 시절의 마티유 카소비츠가 잠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