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보그다노비치 Peter Bogdanovich

주연
라이언 오닐....리오 해리건
Ryan O'Neal....Leo Harrigan
버트 레이놀즈....벅 그린웨이
Burt Reynolds....Buck Greenway
테이텀 오닐....앨리스 포사이트
Tatum O'Neal....Alice Forsyte
브라이언 키스...H.H. 콥
Brian Keith....H.H. Cobb
스텔라 스티븐즈....마티 리브즈
Stella Stevens....Marty Reeves
존 리터....프랭클린 프랭크
John Ritter....Franklin Frank
제인 히치콕....캐슬린 쿡
Jane Hitchcock....Kathleen Cooke

1.

성난 의뢰인에게 쫓기다가 영화판에 뛰어든 시카고의 변호사 해리건은 얼떨결에 감독으로 데뷰하게 됩니다. 그는 그의 영화를 방해하기 위해 페턴트가 고용한 벅 그린웨이를 배우로 데뷰시키지만, 여자 배우 캐슬린 쿡을 사이에 두고 그와 삼각관계를 벌이게 되죠. 그는 영화계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게 되지만 삼각관계는 점점 심각해져가고 서서히 피어오르는 그의 예술가적 야심을 세상은 그냥 두지 않습니다...

2.

보그다노비치의 [서푼짜리 영화]는 '진짜 영화'가 시작되기 전인 '니켈로데온(이 영화의 원제입니다)' 시대에 대한 로맨틱한 러브 레터입니다. 주인공인 해리건은 라울 월시와 알랜 드완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드완의 경우 보그다노비치는 그의 전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러브 레터답게(그리고 보그다노비치의 영화답게) 이 영화는 그 당시 유행했던 수많은 코미디 영화에서 많은 인용을 끌어내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세련된 70년대식 영화 기법과 겹칠 때 느껴지는 부조화 역시 꽤 재미있습니다.

3.

영화의 여명기에 영화를 만든다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무성영화 시대를 지나온 알프레드 히치콕 같은 사람들은 종종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내보이곤 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어떤 원칙도 없습니다. 무언가를 고안해서 써먹으면 바로 그게 새 기법의 발명인 겁니다. 아무도 영화라는 장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무얼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자유롭고 뭔가 탁 트인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물론 언제나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그다노비치는 페턴트의 독립영화사 탄압과 영화사업가들을 등쳐먹는 사기꾼 예술가들, 초콜렛 공장처럼 영화를 찍어내는 시스템, 그 고생을 했으면서도 정작 크레디트에 오르지도 못하는 배우와 감독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는 로맨틱한 회고 분위기 속에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 시대를 어떤 이상적인 시대로 보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는 냉정하게 그 시대가 언젠가 끝날 과도기였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십여 개의 릴로 구성된 장편 영화들이 나와 니켈로데온을 끝장낼 때가 와야했고 그것은 발전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리건이 자신을 예술가로 인식하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부분입니다. 니켈로데온 시대의 가장 큰 가치는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미래의 예술가들을 잉태한 요람이라는 데 있으니까요.

그러나 영화는 진지해질 때보다는 '아, 옛날엔 정말 신나게 놀았지!'하고 떠들 때에 더 재미있습니다. 사실 진지한 후반부는 좀 늘어져요. 보그다노비치가 진지함에 조금 더 에너지를 부여했으면 좋았을텐데.

4.

[서푼짜리 영화]는 저에게 추억의 영화입니다. 지지거리는 낡은 흑백 브라운관으로 한 번 보고 머리 속에 꽉 박아두고 있다가 어제 다시 보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더군요.

라이언 오닐과 버트 레이놀즈의 지금 축 처진 꼬락서니를 생각해보면 정말 이것도 추억의 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죠. 그네들도 이 영화를 보면서 '좋았을 때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서푼짜리 영화]는 별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아니지만요.

어린 시절의 테이텀 오닐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오닐이 연기하는 캐릭터 앨리스도 매력적인 인물이고요. 반장님인 맹한 여배우 캐슬린을 연기한 제인 히치콕도 귀여웠는데 놀랍게도 이 작품이 그 사람의 유일한 영화더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EBS의 자막은 좀 이상했습니다. Dutch를 독일인으로 번역한 건 멍청한 실수로 이해를 하겠지만 alligator를 외계인으로 번역하는 건 뭐란 말입니까. 자막 작업하면서 '난 외계인 농장을 가지고 있어!'란 말이 전혀 안 이상했을까요? (97/11/24)

DJUNA

기타등등

이 글을 쓰고 난 뒤, 버트 레이놀즈는 [부기 나이트]로 꽤 성공적인 복귀를 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언 오닐은 여전히 제자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