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임스 맥티그 James McTeigue

주연
비....라이조
Rain....Raizo
나오미 해리스....미카
Naomie Harris....Mika
벤 마일즈....마슬로
Ben Miles....Maslow
릭 윤....다케시
Rick Yune....Takeshi
코수지 쇼....오즈누
Shô Kosugi....Ozunu
카일리 골드스타인....어린 키리코
Kylie Goldstein....Young Kiriko
윤성웅....어린 라이조
Yoon Sungwoong....Young Raizo
이준....십대 라이조
Joon Lee....Teenage Raizo
카이 풍 릭....십대 다케시
Kai Fung Rieck....Teenage Takesh
안나 사와이....십대 키리코
Anna Sawai....Teenage Kiriko

라이조

[닌자 어쌔신]의 세계는 닌자들이 아직도 암암리에 암살자로 활동하는 곳입니다. 금 백 파운드만 지불하면 이유를 묻지 않고 누구든 제거해주지요. 이들은 세계곳곳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고아들을 데려와 끔찍한 수련을 시켜 세계 최고의 암살자들을 길러냅니다.

보면 좀 어이가 없습니다. 과연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를 암살하기 위해 닌자들이 필요한가요? 현대의 암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술 실력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목표물에 접근하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닌자들은 아이들에게 언어나 기술 문명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높은 산 속에 있는 일본식 가옥 안에 가두고 죽어라 무술훈련만 시키지요. 이렇게 훈련 받고 나온 애들이 과연 밖에 나가서 지하철이나 제대로 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런 걸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아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닌자 어쌔신]의 세계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악센트 섞인 영어를 쓰고 모두가 조금씩 미국인처럼 행동하는 가상 세계입니다. 물론 일본 산속 어딘가엔 아직 문명이 닿지 않은 오지가 있어 거기 닌자들이 살고 있지요. 이 영화에서 진짜 일본이나 독일의 모습을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하긴 관객들은 도입부에 일본 야쿠자들이 등장했을 때부터 그런 건 포기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봐도 일본인들처럼 보이지 않으니까요.

물론 이 영화의 닌자들도 진짜 닌자들은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진짜 닌자들은 진짜 닌자 영화에도 나오지 않겠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의 닌자들은 진짜 닌자 영화들의 닌자와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닌자에 대한 할리우드의 판타지인데 오리엔탈리즘과 신비주의를 잔뜩 뒤집어 썼습니다. 여기에 대해 여러 비판이 가능할 텐데, 저는 그냥 건너 뛰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동서문화를 교배한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 관대해지고 싶지도 않군요.

영화의 내용은 무엇이냐. 복수에 불타는 떠돌이 닌자 이야기입니다. 라이조라는 주인공은 닌자 무리에서 교육받지만 스승에게 여자친구를 잃자 복수를 맹세하고 탈출합니다. 장황하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는 라이조의 플래시백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틈틈이 유로폴의 정보분석가 미카가 닌자 조직에 대해 알아내는 과정을 보게 됩니다. 결국 라이조가 미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그 뒤부터는 오로지 액션입니다. 더 이상의 스토리를 기대하지 마세요. 이 영화의 스토리는 종이장처럼 얇습니다. 액션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지요.

액션의 구성은 괜찮습니다. 영화 만든 사람들은 대역이나 와이어를 거의 안 쓴 진짜 액션이라고 자랑하던데,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워낙 난도질이 심한 영화라 어쩔 수 없이 상당한 특수 분장과 CG가 들어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폭력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인지 영화의 화면이 아주 어둡게 해놨는데, 그 때문에 전 액션을 온전히 즐기기가 어렵더군요. 드디어 복수를 하는 클라이맥스의 상황도 온전한 카타르시스를 즐기기엔 조금 번잡한 상황이라 전 조금 불만이었고요.

비는 어떠냐고요? 딱 영화가 요구하는 것만 했습니다. 액션에서는 잘 어울리고 웃통을 벗고 있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단지 배우로서 뭔가 보여주기엔 라이조의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입니다. 너무 평면적이어서 일관성을 찾기가 힘들 정도죠. 복수를 맹세하는 무술 영화의 주인공 라이조와 여자주인공 미카에게 옷 사이즈 농담을 하는 라이조는 아무리 봐도 같은 사람처럼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한국배우가 온전한 주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끌어간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을 받을 것 같습니다. (09/11/06)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 나오는 오즈누 파는 명성황후를 암살한 조직이라는군요. 영화에 직접 언급됩니다. 라이조의 혈통은 언급되지 않으니 전 그냥 한국 남자애가 엉겁결에 명성황후의 복수를 하게 된 이야기라고 믿어버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