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코트 힉스 Scott Hicks

주연
캐서린 지타-존스....케이트
Catherine Zeta-Jones....Kate
애론 에크하트....닉
Aaron Eckhart....Nick
애비게일 브레슬린....조이
Abigail Breslin....Zoe
패트리샤 클락슨....폴라
Patricia Clarkson....Paula
제니 웨이드....리아
Jenny Wade....Leah
밥 발라반....상담가
Bob Balaban....Therapist

케이트와 조이

기시감. [사랑의 레시피]를 볼 때 강한 기시감을 겪지 않는 관객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만큼이나 이 영화의 이야기는 공식적이거든요.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사생활은 거의 없는 커리어우먼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언니가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조숙하고 섬세하고 아리따운 어린 조카를 남기죠. 그 때문에 주인공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직장으로 돌아가니 사장이 잘생기고 귀엽지만 지나치게 능글맞은 대타를 찾아놓은 뒤인 겁니다. 둘은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고 애도 중간에 끼어들고... 이 이야기를 다 해야 합니까?

[사랑의 레시피]에서 특화되는 건 배경과 주인공의 직업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케이트는 뉴욕의 잘 나가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주방장이죠. 나중에 남자친구가 되어 얽히는 닉도 요리사고요. 그 때문에 케이트의 이야기는 어딜 가도 요리에 걸려 넘어집니다. 요리는 삶의 은유이기도 하고 코미디 소재이기도 하고 구애의 도구이기도 하죠. 이걸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모든 커리어우먼에겐 특화된 직업이 필요하니까요. 이 역시 의무방어죠.

영화의 각본은 좋지 않습니다. 간신히 기본만 하고 있지요. 영화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신 공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전환됩니다. 이 영화의 국면 전환과 갈등은 자연스럽게 터져나오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엔 "한 20분쯤 지났으니 슬슬 갈등을 넣지" 정도의 성의밖에 없어요. 감독인 스코트 힉스에게도 [샤인] 당시의 총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느껴지는 건 고용감독의 무개성적인 노련함뿐이죠.

영화를 지탱하는 건 안정된 스타파워입니다. 캐서린 지타-존스는 정말 아름답고 애런 애크하트도 조금 능글맞은 방식으로 귀엽습니다. 그리고 애비게일 브레슬린은 이번에도 정말 반짝반짝 빛나요. 징징거리는 멜로드라마 연기는 설정이 너무 인위적이라 덜 와닿았지만 중간중간 이 아가씨가 보여주는 예민한 신경증 환자 특유의 "이 둔하고 아둔한 중생들아! 세상엔 뻔한 질서가 있는데 왜 그걸 못 보니?"식 하소연 표정은 일품이에요.

[사랑의 레시피]의 원작은 [Bella Martha]라는 독일 영화입니다. 전 여전히 이 영화가 당깁니다. 스토리는 리메이크되면서 특별히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재료가 아니라 그 재료를 어떻게 다루느냐죠. 게다가 요새 제 눈에 자꾸 밟히는 마르티나 게덱이 오리지널의 주연이었나 봐요. 보고 싶어요. (07/08/2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음악은... 필립 글래스가 맡았습니다. 믿겨지세요? 할리우드 사람들도 안 믿겼던 모양입니다. 이 영화의 스코어는 괴상해요. 필립 글래스 특유의 미니멀리스틱한 음악이 틈틈이 나오는 사이에 팝송과 이탈리아 오페라와 칸초네와 같은 유럽 유행 음악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마구 터져 나오죠. 게다가 아무래도 글래스의 음악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어울리지도 않는 마크 아이셤의 [Life As A House] 음악들을 마구 재활용하더군요. 분명 원래 모습도 이렇지는 않았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