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레슬리 링카 글래터 Lesli Linka Glatter

주연
크리스티나 리치....어린 로버타
Christina Ricci....Young Roberta
도라 버치....어린 티니 터셀
Thora Birch....Young Teeny Tercell
개비 호프만....어린 사만다
Gaby Hoffmann....Young Samantha
애슐리 애스턴 무어....어린 크리시
Ashleigh Aston Moore....Young Chrissy
드미 무어....사만다
Demi Moore....Samantha
로지 오도넬....로버타
Rosie O'Donnell....Roberta
리타 윌슨....크리시
Rita Wilson....Chrissy
멜라니 그리피스....티니
Melanie Griffith....Teeny
루머 윌리스....안젤라 앨버트슨
Rumer Willis....Angela Albertson
보니 헌트....드윗 부인 (크리시의 엄마)
Bonnie Hunt....Mrs. Dewitt (Chrissy's mom)
데본 사와....스코트 워머
Devon Sawa....Scott Wormer
지닌 가로팔로....윌러딘
Janeane Garofalo....Wiladene

듀나 사람들이 왜 그렇게 과거에 집착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7,80 년대의 과거는 결코 그렇게 재미있지만은 않았거든요. 특히 과거로의 회귀가 IMF 시대의 문화적 모범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같은 요새는 더욱 궁금해져요. 사실, 궁금함을 떠나 불편해지기까지 합니다.

파프리카 어린 시절을 재미없게 보낸 사람들이 대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P

듀나 사생활에는 간섭말기로 하죠. 하여간 [나우 앤 덴]이 시간여행해 떨어진 곳은 1970년입니다. 드라이브 인 시어터에서 [러브 스토리]를 상영하는 장면이 나오니까 꽤 정확한 해를 뽑아낼 수 있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1970년대에 12살이었는데, 아마 각본가인 I. 매들린 킹도 그 나이 또래일 겁니다.

하여간 이 영화는 네 명의 여자친구들인 로버타(크리스티나 리치), 사만다(가비 호프만), 티나(도라 버치), 크리시(애슐리 애스턴 무어)가 보낸 1970년 여름 방학을 회고조로 읊고 있습니다. 그들은 몇 십년 전에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숨겨진 미스테리를 해결하기 위해 헤매기도 하고 옆집 남자애들과 티걱태걱하기도 하고 이혼하는 부모들 때문에 마음 고생도 좀 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주인공들인 소설이나 영화에서 얼마든지 선례를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파프리카 그런데 그게 [나우 앤 덴]이 노리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원래 향수에 젖은 이야기들은 그렇게 독창적이지 않은 법입니다. 이런 '뻔한' 이야기에는 익숙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전한 즐거움이 있고, 그런 게 이런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죠.

저는 [나우 앤 덴]을 꽤 즐겁게 보았는데, 며칠 전에 지하실에서 찾아낸 필리스 휘트니의 아동용 추리소설들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네들이 보낸 12살은 제가 보낸 12살과 다르지만, 그래도 정서적인 일치와 회고적인 어투 때문에 꽤 잘먹혔어요.

듀나 모든 영화들이 꼭 독창적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최소한 자기 성격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죠. [나우 앤 덴]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몰개성적이어서 존재의미 자체가 의심스럽습니다.

[나우 앤 덴]의 몰개성에는 보다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사람사는 게 어디건 비슷하기는 해도 그 비슷한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며 바로 그 차이가 개별 예술작품들을 독립적이 되게 만들죠. 만약 이런 종류의 회고풍 영화가 몰개성적이라면 그 영화가 사건들을 나열하기만 했을 뿐, 그 사건들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이 단점은 특히 네 명의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 특히 더 잘 드러납니다. 70년 여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들에게 거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물론 그네들은 그 때 무슨 일이 있었어, 어떤 일도 있었지, 하면서 감상적이 되지만 단지 그뿐입니다. 그네들을 다시 뭉치게 한 것은 70년 여름이 아니라, 어느 해에도 가능했던 '언제나 다시 뭉치자'라는 맹세였거든요. 그렇다면 애당초부터 70년을 회고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겁니다. 결국 [나우 앤 덴]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위장한 사건들의 나열에 불과한 셈이지요.

파프리카 분명 어른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짜증을 유발했습니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아역배우들에 비해 성인배우들은 뻣뻣했고 전혀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티나 리치가 로지 오도넬이 되었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더군요!

듀나 배우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각본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일단, 네 주인공들이 영화배우, 작가, 산부인과 의사, 주부라는 직업으로 분명히 구분된 것부터가 실수였습니다. 그 결과 어렸을 때에는 분명 개성이었던 것들이 어른 장면에서는 스테레오타입이 되고 말았지요. 게다가 이들의 말끔한 성공에는 리얼리티가 너무 없어서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은 성인부분보다 잘 되어 있습니다. 네 아역 배우들 모두가 연기를 잘 하고 있고 더 자연스러우며 공감도 갑니다. 스타 시스템의 활용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성인부분보다 성공하고 있지요. 미진한 각본을 그나마 구제해주는 것들은 네 어린 배우들이 이미 구축해놓은 개성 + 연기능력입니다.

파프리카 브렌든 프레이저가 베트남 참전 용사로 잠시 나오지요? 크레디트에 이름이 없어서 잠시 긴가민가 했지만요.

듀나 전 걔가 그렇게 심각하게 나오는 걸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와요. 역시 걘 원시 틴에이저나 정글의 조지가 적역인데 말이에요.

파프리카 분명 몰개성적인 영화지만 전 이 영화를 그렇게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결국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겠죠. 예술작품이란 수용자에 따라서도 가치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나우 앤 덴]에서 더 많은 것을 끄집어 냈습니다.

듀나 만약 이 영화가 [케빈은 12살]처럼 텔레비전 시리즈였다면 더 점수를 주었을텐데 말이에요. (98/04/25)

D&P

기타등등

크리시 엄마의 성교육 장면을 보고 배꼽잡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아줌마는 이랬답니다. "All women have a garden, and a garden needs a big hose to water it... or a small hose... as long as it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