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Steven Soderbergh

주연
조지 클루니....대니 오션
George Clooney....Danny Ocean
브래드 피트....러스티 라이언
Brad Pitt....Rusty Ryan
버니 맥....프랭크 캐튼
Bernie Mac....Frank Catton
칼 라이너....솔 블룸
Carl Reiner....Saul Bloom
엘리엇 굴드....루벤 티쉬코프
Elliott Gould....Reuben Tishkoff
케이시 애플렉....버질 몰로이
Casey Affleck....Virgil Malloy
스코트 칸....터크 몰로이
Scott Caan....Turk Malloy
에드워드 제이미슨....리빙스턴 델
Edward Jemison....Livingston Dell
샤오보 킨....옌
Shaobo Qin....Yen
맷 데이먼....라이너스
Matt Damon....Linus
돈 치들....배셔 타
Don Cheadle....Basher Tarr
줄리아 로버츠....테스 오션
Julia Roberts....Tess Ocean
앤디 가르시아....테리 베네딕트
Andy Garcia....Terry Benedict

라이너스와 대니

[오션스 일레븐]은 소위 '랫 팩'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연예인 오인조(프랭크 시내트라, 딘 마틴, 피터 로포드, 조이 비숍,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1960년에 뭉쳐서 만든 동명의 케이퍼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을 제가 분명히 한 번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제가 기억하는 장면이 [오션스 일레븐]인지, 당시 프랭크 시내트라나 '랫 팩' 일당들이 출연했던 비슷비슷한 다른 영화들 중 하나인지 도대체 구분할 수가 없군요. 아마 그렇게 인상이 강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 '랫 팩' 자체가 그렇게 수명이 긴 그룹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죠. 요새 피터 로포드나 조이 비숍, 딘 마틴 같은 사람들에게 신경 쓰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요. 원래 쿨해지려고 하는 사람들은 쉽게 낡는 법입니다. 예전에도 덤덤하게 봤지만, 지금 봐도 그렇게 대단한 느낌은 받지 못할 거예요.

아마 그런 영화이기 때문에 [오션스 일레븐]이 리메이크하기 쉬운 영화로 찍혔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게 내용보다 캐스팅이었고 옛 영화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캐스팅의 느낌이 한 물 가버렸으니, 새로운 스타들을 기용해서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계획은 비교적 논리적입니다. 아무 것도 잃을 게 없고 당연히 신성 모독도 아닙니다.

영화는 대니 오션이라는 범죄자가 라스 베가스의 유명한 실제 카지노 셋을 터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세 카지노는 모두 테리 베네딕트라는 사업가의 소유로, 베네딕트는 오션의 전처 테스의 남자 친구이기도 합니다. 다분히 사적인 복수의 느낌이 강한 계획이죠. 오션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전문가 10명을 긁어모은 뒤 일생 일대의 범죄를 실행에 옮깁니다.

시작부터 꽤 구식이죠? 이런 식의 케이퍼 물이나 '아무개의 몇인'하는 설정은 6,70년대식 유행이니까요.

[오션스 일레븐]은 서스펜스가 넘치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전문가들이 첨단 보안 장비를 뚫고 몇 억이나 되는 거금을 갈취하는 걸 구경하는 건 꽤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너무나 스물스물 잘 흘러가서 특별한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죠. 우린 처음부터 오션 일당이 완전히 성공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인데, 이 역시 이런 식의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충분히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지만 [오션스 일레븐]에서 중요한 것은 서스펜스나 내용이 아닙니다. 진짜로 중요한 건 총출동하는 스타들과 그들의 쿨한 느낌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죠. 그런 면에서 영화는 아주 적절하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스타들의 배치부터 잘 되어 있습니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리아 로버츠 같은 스타들을 전면에 놓고 칼 라이너나 엘리엇 굴드와 같은 고참들을 뒤에 배치한 뒤 돈 치들이나 버니 맥, 케이시 애플렉과 같은 배우들을 중간에 끼워넣는 캐스팅은 등장하는 스타들의 성격만으로 일종의 극적 흐름을 형성합니다. 배우들의 이미지에 맞게 캐스팅도 잘된 편이고요. 개인적으로 줄리아 로버츠와 같은 배우들은 조금 가볍게 사용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남자들의 영화니까요.

소더버그는 이 작품을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관심은 어떻게 하면 영화를 매끈매끈하게 흘러가게 하는가인 모양입니다. 그 통에 조금 더 깊이 다룰 수 있는 요소들이 가볍게 넘어가기도 했죠. 예를 들어 맷 데이먼이 연기한 라이너스는 보다 세밀한 성장 과정이 필요한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신경 쓸 필요도 없고요.

[오션스 일레븐]은 스튜디오 시대의 구식 할리우드 오락 영화를 연상시킵니다. 명성 높은 스타들이 제공하는 화려함, 적당히 톡톡 쏘는 스크루볼 코미디식 대사들,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서스펜스 넘치는 액션과 음모가 결합되어 있는 종합선물인 거죠.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도 아니고 그럴 필요가 있는 작품도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기분좋은 2시간을 제공해주는 영화말입니다. (02/03/06)

DJUNA

기타등등

1. 오션스 일레븐의 중요한 멤버 배셔를 연기한 돈 치들은 크레딧에 이름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스타인 줄리아 로버츠는 'introducing' 딱지를 달고 소개되고요.

2. 은근히 카메오들이 많은 영화입니다. 초반에 조슈아 잭슨이나 홀리 마리 콤과 같은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클라이맥스의 권투 장면에는 웨인 뉴튼이나 앤지 디킨슨이 출연하기도 합니다.

3.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는지 모르겠는데, [스타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에서 오리지널 [오션스 일레븐]을 패러디한 적 있습니다. 홀로덱의 갱단이 운영하는 카지노를 주인공들이 턴다는 내용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