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탠리 도넌 & 진 켈리
Stanley Donen & Gene Kelly

주연
진 켈리....게이브
Gene Kelly....Gabe
프랭크 시내트라....칩
Frank Sinatra....Chip
줄스 먼친....오지
Jules Munshin....Ozzie
베라-엘렌....아이비 스미스 ('미스 턴스타일즈')
Vera-Ellen....Ivy Smith ('Miss Turnstiles')
베티 가렛....브룬힐드 에스터하지
Betty Garrett....Brunhilde Esterhazy
앤 밀러....클레어 허드슨
Ann Miller....Claire Huddesen
앨리스 피어스....루시 슈밀러
Alice Pearce....Lucy Shmeeler
플로렌스 베이츠....마담 딜리오프스카
Florence Bates....Madame Dilyovska
조지 미더....교수
George Meader....Professor

1.

뉴욕 시티 발레단의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도시로 간 세 명의 수병을 주인공으로 한 [팬시 프리]라는 발레를 만든 적 있습니다. 휴가 때 도시로 나간 우리의 순진한 주인공들이 어떻게든 여자들을 꼬시려고 한다는 내용이었죠.

발레 자체도 이젠 고전이 된 성공작이지만, 로빈스는 이를 조금 더 확대할 수도 있었다고 믿었습니다. 이 발레를 뮤지컬로 확장한 작품이 바로 [온 더 타운]이지요. 레너드 번스타인, 아돌프 그린, 베티 콤든과 같은 당대 최고의 재능이 뭉쳐 만든 멋진 작품입니다.

[온 더 타운]은 MGM 뮤지컬 부서의 두목인 아서 프리드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MGM의 사장 루이스 B. 메이어는 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제작 과정은 계약 단계부터 그렇게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영감도 말했잖습니까.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고요. 역경 끝에 나온 작품이 MGM의 가장 중요한 고전 중 하나였으니 고생할 가치는 있었던 것이지요.

2.

스토리는 별 게 아닙니다. 발레에서 특별히 더 나간 것도 없지요. 24시간 휴가를 받은 세 수병이 뉴욕에서 여자들을 꼬신다는 것이니까요.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실력이 있던 건지 세 사람 모두 오전이 지나기도 전에 여자들을 만납니다. 진 켈리가 연기한 게이브는 베라-엘렌이 연기한 핀업걸인 아이비 스미스와, 프랭크 시내트라가 연기한 칩은 베티 가렛이 연기한 터프한 택시 운전사 힐디와, 줄스 먼친이 연기한 오지는 앤 밀러가 연기한 인류학자 클레어 허드슨과 눈이 맞습니다. 이렇게 끝나면 너무 허전하니까 영화에는 아이비 스미스가 유명인사인 척하며 자신의 처지를 숨기는 이야기가 첨가되지요. 그렇게 대단한 스토리는 아닙니다. 콤든과 그린 특유의 실없음을 생각해도 대단치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장점은 그게 아니니까요.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은 레너드 번스타인과 로저 이든즈의 유쾌한 음악과 진 켈리가 안무한 멋진 춤입니다. 영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당시 뉴욕 분위기에 대해 알고 있는 분들에겐 더 흥미진진할 겁니다. 아직 50년대의 내숭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활달한 여성들, 슬슬 허리선이 높아지는 화려한 색의 의상들, 사방에 넘쳐나는 승전국의 자존심, 뉴욕 사투리를 총칼처럼 휘두르며 관광객들을 기죽이는 뉴요커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역시 영화 초반을 장식하는 [New York, New York]일 겁니다. 이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모두 로케이션 촬영으로 만들어졌는데, 당시로서는 아주 드문 경우였습니다. 이 도입부는 지금까지 스튜디오 안에 갇혀 있던 뮤지컬에 신선한 새바람을 넣어 준 역사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진 켈리와 스탠리 도넌 콤비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작품부터입니다. 우리가 진 켈리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의 틀도 이 작품부터 형성되었지요. 영화 속에 극중 발레를 넣는 켈리의 수법도 여기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A Day In New York Ballet]가 바로 그런 작품이지요.

하여간 이들이 결합된 결과는 빠르고 조금은 정신없으며 귀엽게 바보스러운 MGM 뮤지컬입니다. [온 더 타운]이 가진 이런 활기찬 유쾌함은 결코 자주 반복될 수 있는 게 아니었죠. 아직도 이 영화가 수많은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리의 기억에 남을 수 있었다면 그 이유 때문일 겁니다.

3.

하지만 [온 더 타운]에는 몇몇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영화가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원작과 '다르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원작이 영화보다 훨씬 잘된 작품이었으며 그걸 그대로 영화로 옮겼다면 영화가 더 좋아졌을 거라는 거죠.

루이스 B. 메이어가 원작을 싫어했었다고 전에 말했었죠? 아마 그는 원작이 뮤지컬 영화로 만들기엔 지나치게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을 거의 반이나 잘라내 버리고 그 빈틈을 당시 부제작자였던 로저 이든즈가 작곡한 다른 곡으로 채웠습니다.

로저 이든즈의 곡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닙니다. 사실 꽤 좋습니다. 하지만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오리지널 곡들과 비교하면 수준차가 거의 처절할 정도로 심하게 납니다. 달콤하고 귀엽지만 평범한 연가인 [Main Street]와 두 캐릭터의 번뜩이는 대결이 불꽃을 튕기는 [Come Up to My Place]를 비교해보세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내용 역시 그 때문에 많이 손상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잘린 곡들이 제대로 살았다면 영화는 덜 감상적이고 더 위트 넘치며 정곡을 찌르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고 스토리도 지금처럼 귀엽게 바보스러운 것 이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상업적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스튜디오의 요구가 그 가능성을 억눌러 버렸던 것이지요. (00/05/28)

DJUNA

기타등등

영화에 나오는 피테칸트로푸스의 모형은... 글쎄요, 결코 생물학적으로 정확한 모습은 아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