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프로기 이브닝 One Froggy Evening (1955) * * * *
감독
척 존스
Chuck Jones
주연
빌 로버츠....미시건 J. 프로그
Bill Roberts....Michigan J. Fr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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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my ragtime gal..." |
세상엔 수백 편의 작품에 출연하고도 무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7분 짜리 단편 하나에 출연하고도 불멸의 명성을
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척 존스의 캐릭터 미시건 J. 프로그는
후자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 캐릭터의 오리지널 출연작이 단 한 편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그만큼이나 이 춤추고 노래하는 개구리의
모습은 익숙하거든요.
영화는 교훈이 담긴 짧고 우울한 우화와 같습니다. 빌딩 해체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빌딩의 초석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개구리가 든 상자를 발견합니다. 떼돈을 벌겠다고 확신한 그는 개구리를 들고 연예 에이전시를 찾아가지만 이 개구리는 꼭 주인이 있을 때만 노래를 부르는군요. 그것도 아주 시끄럽고 당당하게요.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 순간 개구리는 그냥 평범한 개구리가 되어 버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탐욕에 대한 우화로 읽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노래하는 개구리를 발견한 가난한 노동자가 그걸로 한밑천 잡아보자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탐욕이 아니죠. 저에겐 이 영화가 인간의 가냘픈 희망을 짓밟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모욕하는 자연과 운명의 매정함에 대한 서글픈 탄식처럼 보입니다.
어렸을 때 전 이 작품을 무척 못 견뎌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전 '남들이 사실을 보아주지 않는 설정'을 참을 수가 없어요. 그 때문에 주인 앞에서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개구리가 남들 앞에서는 벙어리가 되어 버린다는 이 단편의 아이디어는 공포의 대상이었죠. ("아무도 저 남자 말을 믿어주지 않네, 아아아악!!!!!!") 가끔 텔레비전에 이 단편이 나오면 전 가차없이 채널을 돌려버렸습니다. 지금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에요.
그러나 개인적 원한을 가지고 이 작품의 질을 깎아내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죠. 제가 이 영화를 견뎌내지 못했던 건 그만큼이나 이 영화의 사디스틱한 농담이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농담은 단 두 가지 무기만을 가지고 있는데, 둘 다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아이디어 때문이 아니라 그걸 처리하는 거장들의 테크닉 때문이죠.
하나는 요란한 바리톤으로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와 대사가 전혀 없는 무성영화 코미디언과 같은 노동자의 대조입니다. 단순하게 들리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희망과 절망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벙어리 인간과 그 앞에서 과시적인 연예인 표정을 짓고 있는 개구리의 대조는 그만큼이나 강렬합니다.
다른 하나는 타이밍입니다. 앞의 것이 농담의 배경이라면 두 번째는 농담 자체죠. 아마 이 영화의 아이디어도 여기서 시작되었을 겁니다. 주인공이 자기 앞에서만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의 재주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기를 쓰는데, 그 모든 시도들이 절묘한 우연의 일치에 얻어맞고 좌절하는 것이죠.
모두 근사한 농담들이지만 그만큼 처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 바로 그 결합이 이 영화가 성공한 비결이겠죠. [원 프로기 이브닝]의 발랄한 농담은 비극적이고 참담한 좌절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노래하는 개구리가 인도하는 허망한 희망을 좇다가 신세를 망친 불운한 인생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알겠습니까... (05/08/23)
DJUNA
기타등등
1. 미시건 J. 프로그가 주연한 공식 출연작은 이제 두 편입니다. 많이들 잊고 있지만 속편이 있어요. 척 존스가 95년에 [Another Froggy Evening]이라는 단편을 만들었지요. 이 작품은 [스페이스 잼] DVD에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 그밖에 이 개구리는 [타이티 툰 어드벤처]나 [덕 다저스] 시리즈에 가끔 등장하기도 했고, 1995년에서 2005년까지 WB 텔레비전 네트워크의 마스코트이기도 했습니다.
2. 원래 이 개구리에겐 이름이 없었습니다. 미시건 J. 프로그라는 이름은 나중에 척 존스가
궁금해하는 팬들을 위해 직접 붙인 이름입니다. 미시건은 개구리가 부르는 노래인
'미시건 래그'에서 따왔고 J는 허전하게 들리지 않기 위해 그냥 붙인 이니셜이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