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Ernst Lubitsch
조지 큐커 George Cukor

주연
모리스 슈발리에....앙드레 베르티에 박사
Maurice Chevalier....Dr. Andre Bertier
지넷 맥도널드....콜레트 베르티에
Jeanette MacDonald....Colette Bertier
쥬느비에브 토빈.....미치 올리비에
Genevieve Tobin....Mitzi Olivier
찰스 러글스....아돌프
Charles Ruggles....Adolph
롤랜드 영....올리비에 교수
Roland Young....Professor Olivier
조세핀 던....마드므와젤 마르텔
Josephine Dunn....Mademoiselle Martel
리처드 칼....탐정
Richard Carle....Detective
바바라 레너드....미치의 하녀
Barbara Leonard....Mitzi's Maid
조지 바비에....경찰서장
George Barbier....Police Commissioner

콜레트와 앙드레

앙드레와 콜레트 베르티에는 결혼 3년차에 접어든 잉꼬부부입니다. 가끔 앙드레의 친구 아돌프가 콜레트에게 추근대는 것만 빼면 완벽한 것 같은 그들의 결혼 생활은 콜레트의 옛 학교 친구 미치가 찾아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람둥이 미치는 노골적으로 앙드레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하고, 한동안 참고 자제하던 앙드레도 그만 미치에게 말려들고 말죠.

[당신과 함께 한 1시간]의 매력은 프리 코드 시절의 자유분방하고 타락한 분위기입니다. 영화가 주장하는 건 부부가 외부의 유혹에 흔들리고 잠시 넘어가더라도 충분히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니까요. 50년대 재개봉 당시 이 영화의 일부가 삭제된 것도 그 아슬아슬한 내용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굉장히 도전적으로 들리죠?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럴 수 있을만큼 공평한 선언을 내세우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럴만큼 기반이 공정하지 못해요. [당신과 함께 한 1시간]은 성해방의 선언이 아니라 바람둥이 남자의 굉장히 뻔뻔스러운 자기 변명입니다. 슈발리에가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에서는 거의 공식화된 설정이긴 하지만, 앙드레가 관객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 자체가 수상쩍지 않나요? 그는 아내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결국 그쪽 부부의 이혼 법정에 나갈 입장까지 몰리지만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먼저 수작을 건 건 미치예요. 자기가 넘어간 것도 미치의 계략에 걸려들어서고요. 그래도 자기는 아내에게 충실하려고 했지만 하필이면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에 화가 난 아내가 자길 집에서 쫓아냈죠! 네, 앙드레 자신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요. 모두 여자들 때문이에요!

앙드레와 미치의 이야기가 앙드레의 변명이라면 콜레트와 아돌프의 이야기는 앙드레와 영화가 관객들과 콜레트의 용서를 받기 위한 수작입니다. 얼핏보면 콜레트는 아돌프와 위험한 장난을 친 것으로 앙드레와 비긴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사실 아니에요. 미치는 유혹적이고 섹시하지만, 아돌프는 둔하고 재미없고 성적 매력도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콜레트는 아돌프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어요. 아돌프가 접근한 사실을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용할 뿐이죠. 앙드레와 영화는 이 설정을 잽싸게 받아들이는데, 그게 자기 입장을 변호하기에 편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앙드레가 생각하는 자유분방하고 평등한 부부 사이는, 자긴 예쁘고 유혹적인 여자들이랑 놀고 아내는 재미없고 지루한 남자들과 난처한 시간을 보내며 형식적인 보복을 하는 관계인 것입니다! 아, 얄미워라!

그래도 이 영화는 내용만큼 얄밉지 않습니다. 그건 앙드레와 루비치의 속셈이 너무나도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죠. [당신과 함께 한 1시간]은 장난꾸러기 소년의 속보이는 거짓말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거짓말인게 너무 뻔하지만 그래도 너무 귀여워요. 특히 순진무구함과 능글맞음이 뒤섞인 모리스 슈발리에의 연기는 정말로 일품이에요. 아마 그의 매력이 가장 잘 살아난 루비치 영화일 겁니다. (04/11/15)

DJUNA

기타등등

[당신과 함께 한 1시간]의 원작은 로타르 슈미트의 희곡입니다. 그리고 에른스트 루비치는 이 희곡을 이미 1924년에 [The Marriage Circle]이라는 무성영화로 각색한 적 있습니다. 일종의 뮤지컬 리메이크인 셈이죠. 원래 루비치는 제작 기획만 맡고 조지 큐커가 감독했는데, 진행 과정이 맘에 안 들었는지 결국 루비치가 메가폰을 잡았다고 해요. 크레딧엔 루비치가 감독으로, 큐커가 보조로 나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연 배우 두 명을 그대로 가져온 프랑스어 버전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해요. 지금은 소실되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