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척 존스 Chuck Jones

주연
멜 블랭크....벅스 버니, 와일 E. 코요테
Mel Blanc....Bugs Bunny, Wile E. Coyote

"Allow me to introduce myself..."

로드러너와 코요테가 처음으로 등장한 워너 단편 [Fast and Furry-ous]가 발표된 것이 1949년. 그들이 당장 인스턴트 히트를 기록하고 영원한 콤비가 되었을 것 같지만, 사실 워너 브라더즈 사에서는 이 캐릭터들에 대한 확신이 그렇게 없었죠. 그 때문에 코요테는 로드러너와 영원한 대결을 벌이는 대신 무도회에서 파트너 바꾸듯 다른 캐릭터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무뚝뚝한 양치기 개인 샘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설적인 벅스 버니였지요.

코요테의 두 번째 출연작이고 벅스 버니와 대결한 첫 번째 단편인 [오퍼레이션: 래빗]은 전형적인 워너 브라더즈식 결투담입니다. 코요테는 자기보다 한 수 위인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온갖 다양한 계획을 꾸미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갑니다. 벅스 버니는 자기보다 모자란 상대를 만나 온갖 방법으로 그를 괴롭히고요. 물론 승리는 벅스 버니입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내용의 에피소드는 워너 브라더즈 만화의 공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좀 괴상해 보입니다. 코요테 쪽에서 봐도 이치에 맞고, 벅스 버니 쪽에서 봐도 이치에 맞지만, 이 둘이 연결되면 뭔가 좀 이상하거든요.

가장 놀라운 건 와일 E. 코요테가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요새미티 샘이나 앨머 퍼드처럼 더듬거리거나 웅얼거리는 수준이 아니에요. 그는 대학교육을 받은 교양있는 지식인처럼, 완벽한 논리와 적절한 어휘로 구성된 근사한 문장을 멋있고 교양있는 목소리로 정중하게 쏘아댑니다. 그의 인삿말을 들어보세요. "Allow me to introduce myself. My name is Wile E. Coyote, genius. I am not selling anything nor am I working my way through college, so let's get down to basics, you are a rabbit and I am going to eat you for supper. Now don't try to get away, I am more muscular, more cunning, faster and larger than you are and I am a genius, while you could hardly pass the entrance examinations to kindergarten, so I'm going to give you the customary two minutes to say your prayers. "

그러다보니, 둘의 대결은 은근히 입체적입니다. UFO와 로봇이 오가고 다이너마이트와 니트로글리세린이 터지는 폭력적인 슬랩스틱 속에서 여전히 이들은 세련된 구두농담을 주고 받거든요. 물론 벅스 버니에게도 대피 덕이라는 멋진 입담 대결꾼이 있지만, 자신을 '천재'라고 소개하고 정중하게 허풍을 떠는 와일 E. 코요테와 벅스 버니의 구두 대결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브루클린 출신의 노동자 계급 남성을 대표하는 벅스 버니의 설정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대결에서 계급 갈등의 서브텍스트를 읽는 것도 어렵지 않고요.

물론 그래도 영화의 결말과 교훈은 같습니다. 코요테가 아무리 자신을 천재라고 믿고 그에 걸맞는 근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닳디 닳은 토끼와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거죠. 위에 인용한 멋진 인삿말을 생각하면, 토끼의 폭력으로 몸과 정신이 박살난 코요테의 마지막 인사와 그에 대한 벅스 버니의 대꾸는 딱하기 그지 없습니다.

Wile E. Coyote: Allow me to introduce myself, my name is Mud.
Bugs Bunny: And remember, Mud spelled backwards is Dum. (07/01/03)

DJUNA

기타등등

이 작품 이후 벅스 버니와 와일 E. 코요테가 공연한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To Hare is Human (1956), Rabbit's Feat (1960), Compressed Hare (1961) 그리고 Hare-Breadth Hurry (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