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하우메 콜렛-세라 Jaume Collet-Serra

주연
베라 파미가....케이트 콜먼
Vera Farmiga....Kate Coleman
피터 사스가드....존 콜먼
Peter Sarsgaard....John Coleman
이자벨 퍼먼....에스터
Isabelle Fuhrman....Esther
CCH 파운더....애비게일 수녀
CCH Pounder....Sister Abigail
지미 베넷.....대니얼 콜먼
Jimmy Bennett....Daniel Coleman
마고 마틴데일....브라우닝 박사
Margo Martindale....Dr. Browning
카렐 로벤....바라바 박사
Karel Roden....Dr. Värava
아리아나 엔지니어....맥스 콜먼
Aryana Engineer....Max Coleman
로즈메리 던스모어....바바라 할머니
Rosemary Dunsmore....Grandma Barbara
제이미 영....브렌다
Jamie Young....Brenda
로리 에이어스....조이스
Lorry Ayers....Joyce
브렌든 월....형사
Brendan Wall....Detective
제넬 윌리엄스....주디스 수녀
Genelle Williams....Sister Judith

에스터

입양해 온 예쁜 여자아이의 정체가 미치광이 살인마였다는 이야기이니, [오펀: 천사의 비밀]는 제가 그렇게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아주 효율적인 호러 장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요. 하지만 [빨간머리 앤]의 도입부를 읽으면서 마음을 졸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한 터라, 전 입양된 아이들은 무조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가 거기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늘 "날 원하지 않는군요!"를 외치던 빨간머리 앤이 생각난단 말이죠. 호러영화라도 상관없어요. 제 두뇌는 여전히 그런 식으로 돌아갑니다.

그 때문에 전 영화가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거의 전적으로 입양된 고아 소녀 에스터에게 감정이입하면서 봤습니다. 물론 에스터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알았어요. 그 비밀이 끔찍하고 사악한 것이라는 것도. 에스터가 저번 입양가족을 불태워 죽인 것도 알고 있었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에스터의 정체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에스터의 입장에서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전적으로 제 두뇌 탓은 아니었어요. 영화는 정말 정체가 밝혀질까봐 조마조마해 하는 에스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캐릭터의 불안한 위치를 분명히 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에스터는 디자인이 잘 된 인물입니다. 교양 있고 취미가 좋으며 섬세해서 평범한 주변 아이들과 분명한 차별화가 됩니다. 사악하고 교활하며 피도 눈물도 없지만 거기에도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이 있고요. 무엇보다 캐릭터 자체의 무서움이 그 캐릭터가 속해 있는 상황의 위태로움과 적절한 조화를 이룹니다. [오펀]에서 에스터가 벌이는 범죄행위는 기존 사악한 어린이 영화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영역을 다루면서도 또 다릅니다. 특히 에스터가 새로 입양된 집의 두 아이들을 조종하고 이용하는 방식은요.

막판에 드러나는 에스터의 정체가 조금 가볍거나 배반처럼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 전체 맥락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마 제가 비교적 그 비밀을 빨리 알아챘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죠. (운이 좋았어요. 보면서 비슷한 반전을 가진 모 텔레비전 시리즈 에피소드가 생각나더라고요. 결국 반전도 거기로 가더군요.)

영화의 대부분은 세 번째 아기의 사산 이후 에스터를 입양한 케이트의 관점에서 전개됩니다. 이 사람은 막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전직 교수이고 역시 사연이 많습니다. 케이트가 에스터를 의심하고 이 아이로부터 가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간신히 추스렸던 정신이 다시 붕괴되는 과정이기도 하고 그런 자기 의심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얻은 게 빈약하고 잃은 게 너무 많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호러영화니까. 반대로 장르면에서는 얻는 게 많습니다. 에스터와 케이트는 서로의 곁에 있기만해도 부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짝이에요.

[오펀]에 대한 관객들의 의견에 차이가 있다면, 그건 내용 자체보다는 어린이를 다루는 영화의 태도와 관련 있습니다. 하긴 완벽하게 결백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어린이 주인공 호러영화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요. 호러 스릴러라는 장치 안에서 본다면 [오펀]은 썩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충분히 궁금하고 충분히 자극적이에요. 막판의 육체적 액션은 조금 도식적인 면이 있습니다만. (09/08/14)

DJUNA

기타등등

IMDb의 트리비아에서 원래 각본에 나와 있던 에스터의 과거사를 읽었는데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