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진가상 Gordon Chan

주연
견자단....방용
Donnie Yen....Yong
주신....소위
Xun Zhou....Xiaowei
조미....배용
Wei Zhao....Peirong
진곤....왕생
Kun Chen....Wang Sheng
손려....하빙
Betty Sun....Xia-Bing

소위

[화피]는 [요재지이]의 유명한 에피소드로, 왕생이라는 멍청이가 길가에서 예쁜 여자를 데려와 첩으로 삼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 여자가 사람 껍질을 뒤집어 쓴 요괴였다는 거죠. 전 이 요괴가 사람 가죽을 벗어 놓고 붓으로 이목구비를 그리는 장면을 좋아해요. 읽으면서 굉장한 예술가로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진가상의 [화피]는 [요재지이]의 기본 설정을 따르고 있지만 스케일을 조금 키웠습니다. 원작의 왕생은 그냥 자기랑 마누라만 신경 쓰면 되는 평범한 남자지만, 영화 속의 왕생은 하나의 도시를 책임지는 장군이지요. 요괴 소위를 데려온 것도 사막의 '야만족'들로부터 구출한 것이고요. 영화 속의 왕생은 나름 아내 배용에게 충실하고 소위에게 한눈 팔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원작의 왕생과는 달리 어떻게든 알리바이를 깔려고 노력하고 있죠. 고로 이 영화에서 매달리는 쪽은 천 년 동안 수련해서 변신의 능력을 얻은 소위입니다. 종종 생각해요. 천 년 동안 살아오면서 온갖 재주를 익힌 여우가 흐릿한 개성의 지루한 남자 때문에 신세를 망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영화의 각본은 산만합니다. 물론 원작은 짤막한 단편이니까 장편영화를 만들려면 조금 내용을 늘려야했겠죠. 그래서 영화는 견자단과 손려를 불러들여 왕생의 아내 배용을 짝사랑하는 방용과 귀신사냥꾼 하빙이라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들을 넣고도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화피]의 각본은 그냥 난장판입니다. 원작의 정갈한 아름다움은 전혀 느낄 수 없지요. 새로 만들어진 설정과 원래 설정이 어색하게 연결되어 모양이 아주 이상하고 산만해져버렸어요. 캐릭터 역시 약하고요. 특히 후반부의 긍정적인 결말에 맞추기엔 소위의 캐릭터가 너무 단순합니다.

최근 나온 중국의 에픽 무협 영화들의 때깔을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영화는 그냥 소품이에요. 8,90년대에 나왔던 서극의 무협영화들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지 컴퓨터 그래픽이 더 많이 들어갔고 유머가 부족하죠. 전 컴퓨터 그래픽을 그렇게 많이 썼으면서 소위가 자기 가죽에 그림을 그리는 설정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심장을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설정은 재미가 없어요. 제목이 [畵皮]라면 이 설정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건 의무인데 말입니다. 누가 자기 가죽에 그림을 그려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괴물 이야기를 새로 써주세요. (08/10/29)

DJUNA

기타등등

1.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미와 주신이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종종 구별하기 어렵더군요.

2. 워낙 인기있는 이야기라 이전에도 여러 차례 영화화된 적 있죠. 호금전이 감독하고 왕조현, 정소추, 홍금보 주연의 [무림객잔]이라는 영화는 국내에서도 출시된 적 있어요. 원제는... [畵皮之陰陽法王]군요. 소문만 들었어요.